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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시대, 2021년 우리의 길은? 2부S. Economy 신년좌담

2020년 코로나19는 전 세계인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1년을 보내며 우리는 또 새로운 1년을 맞이한다. 《S.Economy》는 팬데믹 위기의 본질을 성찰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사회의 전환 방향을 고찰하며, 사회적경제의 정책전략을 찾기 위해 신년좌담을 진행했다.

일시 2020년 12월 9일
장소 씨즈 회의실 

사회 이은애(사단법인 씨즈 이사장)
참석 곽은경(GSEF 사무국장)

     이원재(LAB2050 소장)
     정건화(한신대 교수) 

정리·사진 김푸르매(본지 발행인)

 

이원재 LAB2050 소장(왼쪽)과 곽은경 GSEF 사무국장

 

이은애

아프리카와 남미 같은 지역에서 오히려 위기대응과 자기발전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네요. 국제연대를 통한 우리의 학습이 너무 유럽 등 사회적경제 1세대 추종으로 흐른 게 아닌가 하는 반성도 듭니다.

국내를 돌아보자면 지난 4월 진행한 조사 결과에서 전국 2만 개 사회적경제기업의 70%가 전년 대비 매출이 70% 급감했습니다. 이에 ‘코로나 대응 사회적경제 공동행동본부’를 만들어 자조형 모금 활동을 하고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 등에게 피해조직 긴급지원을 요구하기도 했죠. 한국 사회적경제의 이런 양상은 물적 기반이 약한 비영리단체나 영세 자영업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한계’를 증명한 것 같습니다. 자기 일자리를 만들고 지켜내는 생존권적 고민에 머물지 않고 전환의 시기에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원재

그러기 위해서는 삶의 유지를 위한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사회적경제가 일종의 예인선 역할을 했으면 해요. 그런데 지금은 두 가지 역할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굉장히 깨어있는 시민들이 활동하는 영역 같아 보이지만,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이들과 함께 가야 하는 길이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위기의 순간에 생존하는 것조차 힘들 겁니다. 사회적경제가 취약한 이들의 보호망이 되면서 세상을 이끄는 역할까지 함께 하려면 사람들에게 여유와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힘을 주어야 합니다.

저는 기본소득제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예컨대 팬데믹이 오든 고용불황이 오든 어떤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전판이 있다면 사람들은 뭔가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겁니다. 창업이든 문화예술이든 집에서의 돌봄이든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거든요. 어떤 활동을 하는 특정 영역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관점에서 삶의 질서가 바뀌는 거죠. 이를테면 기본소득은 소득뿐 아니라 학습에 대한 개념이기도 해요. 꼭 20대에 대학을 나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니, 원한다면 40대, 50대, 60대에도 언제든 배울 수 있죠. 이런 환경에서는 삶의 패러다임이 바뀐 사람들이 사회적경제 영역으로 들어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건화 한신대 교수

정건화

소장님 말씀에 동감해요. 덧붙이자면 자본주의 선형경제가 기후위기와 팬데믹을 부르고, 더는 현상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일에 대한 개념 자체도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인간의 수많은 경제활동 중 임금으로 교환되는 것만을 일자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인간의 모든 경제활동은 삶 자체잖아요? 이제 서로 배려하고 나누고 돌보는 의미 있는 활동들을 화폐적 관계 속에서 기본소득과 연결해 일자리로 만들어야 합니다.

제조업 중심, 대기업 중심, 풀타임 정년제 중심의 일자리 시대는 저물고 있어요.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 수많은 활동을 경제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고용을 창출해야 합니다. 고령화 시대에 삶의 질을 높이는 커뮤니티케어, 스마트그리드를 통한 에너지 분산, 믿을 수 있는 먹거리와 공유경제. 지역에 기반한 이 모든 활동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고용 없는 성장의 대안이 될 겁니다.

기본소득의 도입과 함께 근로소득세 중심의 과세원리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노동에 세금을 매기기보다는 자산에 세금을 매기고, 무엇보다 자연자원을 추출하고 폐기하는 과정에 과세해서 시장의 시그널링을 바꿔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일하는 사회를 권장할 수 있고, 주류경제의 변화 속에, 대안 경로로서 사회적경제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원재

기본소득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자면 생산의 개념을 바꿔야 합니다. 현재 GDP라는 체계를 통해 집계되는 생산은 시장에서 당장 팔리는 상품을 대상으로 하죠. 그 중엔 인간의 노동력도 포함되고요. 고용되어 임금을 받아야만 생산인 것으로 간주됩니다.

그런데 이미 알고 있었지만 팬데믹을 통해 우리가 확인한 사실은 생산의 상당 부분이 ‘돌봄’이라는 거예요. 나를 돌보든 가족을 돌보든 아프면 보살피고, 심지어 편의점에서 필요한 거 사 오고, 택배 오면 포장 뜯고, 이게 다 노동이거든요. 이런 생산을 권장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봐요. 그 방법 중 하나가 기본소득이고요.

일단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생계에 속박되어 시장에 무조건 뛰어들어야 한다고 권장하기보다는 자발적으로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활동을 하거나 자신과 주변 사람을 돌보는데 시간을 투입할 수 있도록 여유를 확보해 주는 것. 이게 기본소득제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탈탄소를 기본으로 하는 생산의 개념전환에서도 반드시 논의되어야 하는 부분이고요. 기본소득 같은 방식으로 모든 사람이 소득을 확보할 수 있어야 생산활동이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조직될 수 있을 겁니다.

 

이은애

지금까지 노동과 생산활동에 대한 편협성이 존재했던 것 같습니다. 진보 진영에서도 언제나 조직화된 노동을 중심으로 사회를 디자인해왔죠. 노동의 전환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할 것 같네요.

 

곽은경 GSEF 사무국장

곽은경

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팬데믹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은 비공식 경제에서 일하는 이들입니다. 두 분이 방금 지적하신 생산을 정형화시키는 고용의 형태에서 벗어난 이들이죠. 일의 안정성은 매우 낮지만, 위험요소에는 가장 많이 노출된 이들이고요. 미국과 유럽의 도시 이민노동자들도 정말 큰 타격을 받았고요.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남미 대륙에서는 비공식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80%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합니다. 노동의 전환에서 핵심은 이들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돌봄 등 정형화되지 않은 여성의 노동을 정형화시키면서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본소득제는 부분 또는 전국적으로 이미 실험을 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 특히 개도국들에서 지역사회와 결합해 주로 빈곤퇴치와 완화에 큰 성과를 거두었다는 자료들도 있는데요. 저 역시 찬성하고 지지하지만 모든 나라에서 가능할 것 같진 않아요. 비공식 경제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사회보장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데, 다행히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에서는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잘 되어 있는 편이죠. 쉽진 않겠지만 여기에서 소외된 (예를 들어 원주민 같은) 사람들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제안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에 대한 전환이 이루어지려면 지역별, 인구별로 다른 형태의 전략이 나와야 해요.

사회적경제가 팬데믹 위기에서 역할을 했던 나라들을 살펴보면 일자리가 없고 매출이 없어도 실업수당이나 정부의 임금지원제도 등을 통해 팬데믹의 파괴력을 완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사회적경제는 지자체를 돕고 공동체를 돕는 역할을 강력하게 해냈죠.

저는 사회적경제가 다양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기업, 지자체, 공동체를 연결해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패턴으로 전략을 만들어간다면, 사회적경제를 넘어 시민운동, 환경운동, 공정무역, 윤리적 투자 등 여러 사회운동과 연합하는 파트너십을 만들어낸다면, 앞서 말씀드린 노동의 전환이 실현될 수 있으리라고 봐요. 문명적 전환뿐 아니라 실행 가능한 우리의 목표와 전략에 대해 좀 더 다양하게 논의했으면 좋겠습니다.

 

정건화

문명적 전환은, 특히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 강국이잖아요? 시장주의 이윤경제의 성공모델이기 때문에 다른 대안을 받아들이기 더 어려울 것이란 의미에서 강조한 겁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았어요. 각자의 이기적인 행동이 모두의 행복을 가져오고, 사회를 성장시킨다는 믿음이 있었죠. 하지만 우리는 인류의 이기심이 생태적 파괴를 가져왔고, 지구라는 행성의 한계를 넘어서려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이기적으로 행동하라”가 아닌 “투명하게 행동하라”, “책임 있게 행동하라”, “네 행동의 결과를 알아라”가 경제 원리가 되어야 해요. 저는 이게 순환경제의 핵심원리라고 생각합니다.

순환경제는 생산 디자인 자체를 바꾸는 겁니다. 건강하기 위해 운동화를 신는데 운동화 밑창에 있는 접착제의 화학성분이 토양을 오염시키면 안 되잖아요? 내가 쓴 자원이 분리수거가 될 수 있게 조립이 되는 건지, 스티커를 떼어낼 수 있는 건지, 우리가 쓰는 자원에 대해 생산자, 유통업자, 소비자, 전문가가 논의해 생산하게 하고 그 과정을 공유하고 학습하는 성찰적 사회로 나아가는 게 바로 순환경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만든 익명 시장이 아니라 보이는 관계가 형성되어야 하고, 서로 책임 있게 행동하는 원칙으로서 사회적경제라는 가치가 학습되어야 해요. 특히 미래 세대가 꼭 알아야 하는 경제 원리인데, 현재 어떤 교과서에도 이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원재 LAB2050 소장

이원재

곽 국장님께서 말씀하신 구체적인 전략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세계적으로 볼 때 탄소보호주의적인 흐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탄소국경세라든지 플라스틱세라든지 EU쪽에서 주도적으로 이야기가 나오는데, 미국도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내심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겠지만 명분으로는) 그 흐름을 수용하며 그린라운드(Green Round) 같은 논의가 심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의 수출 대기업들도 그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을 거예요. 지난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고요. 경제 환경이 바뀌면서 주류기업들도 대응해야 하고, 정부도 이를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온 거죠.

이럴 때 탄소 저감 기술이 되었든 재활용이 되었든 순환적인 생산방법을 보유한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주류경제에서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과 대기업 또는 공기업이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처럼요. 탄소보호주의라는 세계적 움직임 속에서 친환경적인 사회적경제가 주류경제 안에 들어가 그 안에서 지분을 획득하는 것도 하나의 흐름이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또 하나는 저는 정부가 계속 커질 것 같은데요. 공공부문도 확대되고 재정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에서는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과 함께 안전망 강화가 강조되었는데, 이를 휴먼 뉴딜이라고 부르기도 하더라고요. 전 국민 고용보험과 돌봄 같은 내용을 담고 있죠. 이런 영역에서 진행되는 정부 사업에서도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등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건화

사회적경제는 여러 경로로 성장합니다. 공공의 지원 속에 성장하는 길도 있고, 생협처럼 자생하는 길도 있죠. 소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대기업과의 협업 모델도 있고, 공공사업에 참여하는 모델도 있습니다. 또 다른 경로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모델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과 연계해 멋진 실행 전략을 짤 수 있을 거예요. 실제로 먹거리든 에너지든 돌봄이든 이동 거리를 줄이며 생태적 전환을 위한 지역경제를 만들어내는 데 사회적경제가 큰 역할을 할 테고요. 여기서 중요한 건 지방정부의 역할입니다.

세계적인 흐름이기에 한국의 대기업들은 스스로 탄소배출을 줄여나갈 거예요. 오히려 중앙정부가 가이드를 잘 못하고 있죠. 산업통상자원부나 기획재정부에서 탄소배출 제로 선언에 대단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자신이 없어서입니다. 급진적으로 줄여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제 상황이 닥쳤어요. 유럽연합이나 미국에 탄소국경세를 내면 우리 중화학 대기업들의 경쟁력은 확 떨어집니다. 그러면 자칫 한국의 노동운동 그룹과 생태환경 그룹 간에 굉장한 갈등이 생길 수 있어요. 이런 걸 조정하고 방지하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중앙정부는 현장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대응이 느리다고 봅니다. 그에 비해 지방정부에서는 생태적 전환을 준비하는 그린 뉴딜의 실험이 일어나고 있어요.

뉴딜의 핵심은 ‘세 가지 알파벳 R’입니다. 현재의 경제 위기를 직접 해결하는 완화(relief) 정책, 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리는 회복(recovery) 정책, 그리고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는 개혁(reform)이죠. 이런 관점에서 그린 뉴딜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 안에서 좀 더 자족적으로 살 수 있는 순환경제 시스템을 갖추는 거라고 봅니다. 그린 뉴딜의 실험은 로컬 뉴딜과 연결되어 일자리로 이어져야지, 화석연료 기반 기업들을 지원해서 불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기존의 산업지원정책의 반복이 되면 안 돼요.

때문에 그린 뉴딜의 현장이 되어야 하는 지방정부, 특히 기초지자체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회적경제, 마을만들기, 도시재생 등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과 순환의 개념 속에 경제를 엮는 새로운 실험을 펼쳐야 해요.

 

곽은경

저도 전적으로 동감하는데요. 여러 주체의 파트너십이 이미 마련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성공사례가 나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순환경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상상이 가능하려면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말 시급한 지역의 과제를 해결하는 사례가 만들어져야 해요. 농업, 문화, 돌봄, 교육 등 지역마다 과제는 다르겠죠. 여기서 저는 지방정부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책적, 제도적, 법률적 환경 조성과 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니까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실험에 대한 정보나 정확한 평가가 별로 없어요. 상호학습을 통해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우리 지역에 맞는 모델은 아닐 거예요. 다양한 모델 분석과 역량 평가를 통해 각 지역에 맞는 순환경제의 모델을 개발해야 합니다.

 

이은애 사단법인 씨즈 이사장

이은애

정부는 COVID-19 이후 경기부양책이자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한국판 뉴딜을 추진 중인데요. 현재 경기부양책에 중점을 두다 보니 “유니콘 기업을 육성해 성장 먹거리를 창출하자”라는 식으로 시민들에게 접근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 사회적경제 현장에서는 우리 역할을 고민하기보다는 “뉴딜이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란 기대감이 앞서는 것 같아요.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는 시기에 중심역할을 해내기 위한 자기 전략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사회적경제의 중요성만 강조하기보다는 정말 실행 가능한 전략에 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연구자와 현장과 공공정책 단위가 연결되는 과정에서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재배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세 분 말씀을 들으며 경제+사회+환경의 대전환을 위해서는 ‘지역순환경제+기본소득+탈탄소전략’처럼 정책 간 융합 패키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추가 설명하거나 강조하실 내용이 있으신가요?

 

정건화

중요한 건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겁니다. ‘전환이 필요하다’라는 것보다 ‘어떻게 전환을 행동하게 할 것인가’가 훨씬 중요해요. 이를테면, 학교에서 개인의 미시적 행동이 어떻게 거시적 결과와 연결되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앱과 연동된 ‘탄소 발자국 디바이스’를 만들어서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겁니다. 내 행동을 통해 탄소배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게 해주는 것이지요.

‘개인적 행동이 어떻게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까’를 고민하려면 굉장히 현실적이어야 하고, 사회적경제와 혁신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를 위한 인센티브 구조를 구축해야 하고요. 대표적으로 시장의 가격 메커니즘을 이용하는 보조금이나 과세 정책을 들 수 있겠네요. 예를 들면 독일 함부르크시에서는 개인이든 학교든 폐기물이나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면 그만큼 보조금을 줍니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유도해 큰 효과를 가져오지요.

생태적 전환을 위해서는 교육, 연구, 정책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환경운동만으로는, 연구 활동만으로는, 공공정책만으로는 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 우리의 과제는 ‘연결’이라고 생각해요. 쉽게 말하면 네트워킹인데 사실 네트워크는 웬만하면 실패하거든요. 각기 다른 분야를 어떻게 꿰어서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공유해야 각자의 역할이 달라도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길 거예요. 그렇게 연결된 네트워크 안에 적극적으로 경제를 녹여낸 것이 지역순환경제입니다. ‘지역순환경제’라는 것은 조직이 아니라 작동 시스템을 뜻해요. 이 시스템을 운영하는 주체로서 사회적경제 단위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주류경제학에서 경제교육의 틀을 바꿔줘야 하는데, 앞서 언급했지만 현재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보면 참담함을 느낍니다. 우리가 지구의 일부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경제에 관한 생각을 바꿔주는 교육이 시급하다고 봐요.

또 하나는 경제는 기본적으로 숫자잖아요? 생태적 가치를 어떻게 회계적으로 표현할지, 이를 포괄해 GDP 계정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논의해야 합니다. 자연을 파괴하면 GDP가 올라가고, 파괴한 자연을 복원하면 다시 GDP가 올라가는 현재의 지표에는 생태적 가치를 담기 어려워요.

 

이원재

2020년 정부 예산 중 전기·수소차 구매 지원 예산이 1조 원이 넘어요. 소비자가 수소차를 사면 주는 지원금이죠. 자동차 회사에 돈 주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수소전기는 채산성이 안 나와요. 돈 못 버는 사업이죠. 하지만 미래 산업이기 때문에 한국판 뉴딜 전략에도 들어가고 탄소중립 전략에도 들어가고, 미래를 위한 투자로 간주됩니다. 반면 자영업자들에게 나눠준 긴급재난지원금은 피해구제라고 생각하죠. 시장에서 실현 안 되고 채산성이 안 나오는 건 똑같은데, 미래의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라고 인식하면 투자가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피해구제가 되는 겁니다.

똑같은 내용이어도 어디에 서게 만드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는 미래를 위해 생태적 전환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요? 생태적 전환과 이를 위한 순환경제, 사회적경제가 중요한 미래 가치이기 때문에 투자해야 한다는 논리를 적극적으로 만들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얼마 전 발표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살펴보면 전기·수소차 등이 카테고리 1 미래를 위한 투자에 들어가요. 카테고리 3에는 그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본 영역에 대한 지원이 들어가죠. 복지, 사회보장, 심지어 지역도 포함됩니다.

 

곽은경

저는 경제와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영역에서 윤리적 투자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면 좋겠어요. 정부의 재정지원은 굉장히 제한적이잖아요? 시민들, 특히 청년 세대에게 어떤 가치에 투자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랑스의 경우 코로나19의 피해가 굉장히 심각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사회보장제도와 고용대책 등 정부 정책 덕도 있었지만, 95개나 되는 윤리적 투자 기관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도 윤리적 투자에 많이 동참했고요. 국제연대를 통해 제3세계 개도국에 투자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흐름은 매우 중요해요. 가령 우리는 어떤 기업이 탄소중립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지 모르잖아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경영의 투명성 등을 공유하고 자발적인 윤리적 투자 운동을 병행하면 좋겠습니다.

 

이원재

저는 연기금 투자에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기금은 공적 투자이기 때문에 기금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꼭 안전한 데만 투자하는 건 아니에요. 군인공제회는 2000년대 코스닥 붐이 불 때 벤처기업에 엄청 많이 투자했습니다. 높은 수익률을 낸 적도 있지만 투자금을 날린 적도 많았죠. 벤처업계의 큰손이었어요. 국민연금도 위험해 보이는 곳에 대안 투자를 많이 합니다. 해외 부동산도 사고 요즘은 스타트업 쪽에 많이 투자하고 있죠. 이런 투자가 가능했던 건 이들에게 미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정당화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그린 기술도 아마 그렇게 될 가능성이 커요. 그린 뉴딜과 관련된 기업에 투자할 겁니다.

국장님께서 말씀하신 윤리적 투자는 저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윤리적 투자의 기준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봐요. 사회적경제기업에 투자하면 미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연기금을 보존해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건화 한신대 교수

정건화

저도 두 분 말씀에 동감합니다. 덧붙이자면 사회적경제가 살아남고 순환경제가 성공하려면 지역에 기반을 둔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금융은 단순히 지원만 하는 게 아니라 선별기능을 하거든요. 예를 들면 캐나다의 교사 연기금은 비정규직을 쓰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아요. 또 2018년 1월 뉴욕시장 더 블라지오는 화석연료 기반 기업들에 투자한 연기금을 회수했고, 나아가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 5대 석유회사들에 대해 소송까지 걸었지요. 그 외 많은 나라와 도시, 대학들도 화석연료 기반 회사들에 대해 투자회수(devestment)를 선언했습니다. 국내 사회적경제에는 사람만 있지 금융이 취약하잖아요? 제대로 된 투자 영역이 커져야 제대로 된 사회적경제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경제는 무능해서 망하는 게 아니에요.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운 겁니다. 버티기 위해서는 특별한 자본, 인내자본이 필요합니다.

 

이원재

금융에 이어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사회적경제에서 파트너십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파트너십 전략을 잘 펼쳐야 하고, 파트너십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잘 생각해야 해요. 그린 뉴딜에서는 기술과 관련해 함께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을 것 같아요. 하이테크 기술이 아니라 로테크 기술이라도 전체 퍼즐 안에서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해요. 그러려면 그 분야를 잘 아는 사람, 어느 한 분야만 아는 게 아니라 전체를 읽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겠지요. 가령 태양광협동조합에서는 협동조합만 잘 아는 게 아니라 에너지 전반을 읽어낼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휴먼 뉴딜에서는 좋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공공과 직접 파트너십을 맺을 때는 유의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시민의 자발적 움직임보다는 그때그때 정치적 지도자의 이해관계나 즉흥적인 판단에 의해 일의 방향성이 결정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민관 협력체계를 갖추면서 부드럽고 유연하게 운영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은애 사단법인 씨즈 이사장

이은애

이제 정리해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팬데믹을 부른 원인과 세계 각국의 동향을 살펴보고, 그 해법으로 자본주의 선형경제에서 지역순환경제로의 전환에 대해 논의해보았습니다. 생태적 전환과 노동의 전환 그리고 실행 가능한 전략 수립과 전 세계적인 경험의 공유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는데요. 사회적경제의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자리였습니다.

전환의 시기에 사회적경제는 어떻게 공적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시민들과 함께 대체재적인 경제주체로서 무엇을 시도해야 할지, 뉴노멀 시대 우리의 길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의 위기는 우리 스스로 재정비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또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3) Smart Grid. 전기 공급자와 생산자들에게 전기 사용자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전기공급을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김푸르매 기자  gracia0420@s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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