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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으로 받은 혜택, 사회에 돌려주고 싶어요”『인클래식』

코로나 위기에 우리에겐 왜 예술이 필요할까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공연예술계는 특히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다.

공연은 취소되고 관객은 사라졌다.

무대를 위해 공연자들끼리 호흡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당장 어떻게 살지 걱정인데, 예술?”

누군가는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교감하고 소통하며 함께 반짝이는 그 순간을 포기할 순 없다.

나와 당신의 행복, 함께 하는 행복을 위해.

이번 특별기획에서는 각 분야의 공연예술을 이끄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을 만나본다.

 

“많은 사람들이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행복은 자기만족에 의해서가 아니라, 가치 있는 목적에 충실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미국의 작가, 교육가이자 사회운동가인 헬렌 켈러 여사의 말이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디어도어 루빈은 또 이렇게 말했다.

“행복은 입맞춤과 같다.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어야만 한다.”

클래식 음악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경력 단절 여성과 청년 연주자들에게 일자리까지 제공하는 기업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면서 돋보이는 성장을 이어가는 『인클래식』 정인서 대표를 만나보았다.

인클래식 정인서 대표

 

2018년 창단한 인클래식은 경력 단절 여성과 청년 연주자 14명의 멤버로 구성된 체임버오케스트라다. 음악교육, 장르 융·복합 클래식 공연 기획, 연주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주로 공공기관이나 문화 재단, 학교, 기업 등과 협업하며 공연을 한다. 병원 암 병동에서 여는 작은 음악회부터 미디어아트와 문학을 결합한 연주회까지 관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직접 소통하는 음악을 추구한다. 동화 음악극이나 어린이 뮤지컬 등 음악을 통해 배우는 교육도 한다.

인클래식의 지향점은 음악 사회적기업이다. 대중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클래식을 주제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싶다는 정인서 대표.

“클래식 연주자에서 음악 사업가로 성장하는 동안 제게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받은 것들을 사회에 돌려주는 방법을 고민하다 사회적기업 형태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돼서 지원을 받고 있어요. 최종 목표는 사회적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공연

 

변곡점이 된 ‘꿈의 오케스트라, 평창’

정 대표는 성신여대 음대에서 트럼펫을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은평구립오케스트라에서 단원으로 활동했다. 안정적인 연주자 생활을 했지만 뭔가 허전했다.

“그러던 중 ‘꿈의 오케스트라, 평창(이하 ‘꿈의 오케스트라’)’에서 일하는 친구가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어요. 바로 평창으로 갔죠. 2018년부터 지금까지 3년째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어요.”

꿈의 오케스트라는 베네수엘라에서 빈민층 아이들을 오케스트라로 치유하는 음악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El Sistema)’를 벤치마킹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한국음악교육진흥원이 주관해서 평창 지역에서 소외된 계층의 아이들을 모아 악기를 지급하고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정 대표는 이 경험이 자신의 음악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변곡점이라고 주저 없이 말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평창을 오고 가며 교사로 참여했는데, 제가 음악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발견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태어나서 햄버거를 처음 먹어 본 아이도 있었고, 배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들이 음악교육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클래식 음악이 이렇게 사람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죠.”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클래식 공연과 음악교육을 직접 기획하고 싶다는 강렬한 동기가 생겼다. 결국, 오케스트라를 그만두고 인클래식을 창업했다. 꿈의 오케스트라에서 강사로 일하는 유능한 연주자들이 일자리가 없다는 현실도 창업을 결심한 또 다른 이유가 됐다.

어린이들과 함께한 갤러리 인 클래식 공연

 

자신과의 싸움을 넘어, 다시 성장하다

연주자에서 경영자로의 변신은 결코 쉽지 않은 일처럼 보인다. 정 대표는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하고 있을까?

“연주할 때는 한 번도 떨지 않았어요. 그런데 경영은 정말 어렵습니다. 연주는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경영은 외부에 있는 쟁쟁한 실력을 갖춘 조직과 경쟁하는 것이니까요.”

그는 또 현실적인 어려움도 토로했다.

“음악만 하면서 살다 보니 제안서를 만들고 이를 상대방에게 설득하는 일이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어요. 다행히 클래식 음악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회적기업 『툴뮤직』의 정은현 대표님께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문서 작업도 배우고, 프레젠테이션 잘하는 방법도 공부했죠. 마케팅을 비롯한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책도 많이 읽고 꾸준히 부딪치다 보니 실력이 늘었어요. ‘성장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인서 대표는 30대 초반의 젊은 경영자지만, 내공은 단단하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바탕으로 때로는 저돌적인 추진력도 갖추고 있다. 어쩌면 사업가의 DNA를 타고났는지도 모른다. 관공서나 문화 재단을 상대로 직접 영업을 하면서 1년에 100회 이상의 공연을 성사시킨다.

인클래식 단원들

코로나19 사태로 문화예술계는 다른 분야보다 더 큰 타격을 입고 있지만 인클래식은 흔들림이 없다.

“코로나 사태로 연주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잠깐 타격을 입긴 했어요.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온라인으로 사업 모델을 바로 전환했습니다. 온라인으로 공연을 유통해서 새로운 매출을 올리고 있어요. 오프라인은 좌석 수에 제한이 있지만, 온라인은 제한이 없어서 수익성이 더 좋습니다. 특히 음악교육은 온라인이 더 유리합니다.”

정 대표는 더 나아가 온라인 플랫폼 구축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음질, 음향 문제만 해결된다면 꼭 대면으로 하지 않아도 질 높은 공연이나 레슨을 온라인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정 대표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일을 즐기고 사랑한다. 그리고 강렬한 행복을 느낀다.

“연주도 그렇지만, 공연을 기획하고 연주 단체를 이끌면서 저는 ‘행복이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낍니다. 사업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왜 없겠어요? 그래도 공연을 본 관객이 고맙다고 말해줄 때, 때로는 눈물까지 보이면서 감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음악이 가지고 있는 위로와 치유의 힘까지 느낍니다.”

안성 키즈클래식 공연

 

열정으로 극복한 무한도전

클래식 음악 전공자는 대체로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을 것이라는 편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고액의 레슨비와 비싼 악기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트럼펫을 전공한 정 대표의 음악적 성장기는 어땠을까?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을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반대편에 해당해요.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집에 빨간 압류 딱지가 붙었어요. 살고 있던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갔죠.”

정 대표가 처음부터 음악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원래는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가 오케스트라 연주를 접하고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무엇보다 하모니가 중요한 오케스트라의 문화도 마음에 쏙 들었다.

“학창시절 음악은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트럼펫을 선택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 오케스트라에 들어갔는데 처음엔 바순을 하라고 하더군요. 악기값도 3,000만 원이나 했고 손도 작아서 트럼펫으로 정했습니다. 학교에서 굴러다니는 오래된 트럼펫으로 연주 생활을 시작했죠. 그때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어요. 음악을 하면서 마음속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거든요.”

단순히 취미로 즐기던 클래식을 대학에서도 공부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었다. 비싼 개인 레슨은 꿈도 꿀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 주위에는 독학으로 음대에 진학한 친구들이 제법 있습니다. 당시 금관악기는 한양대가 제일 유명했어요. 그래서 무턱대고 한양대 음대 연습실을 찾아갔죠. 그곳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선율에 이끌렸고, 연주를 하던 한 재학생에게 레슨을 부탁했습니다. 그 대학생은 제게 레슨비를 단 한 푼도 받지 않았어요. 자신도 어렵게 공부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한 달 동안 레슨을 받은 덕분에 저는 성신여대에 입학했고요. 그분은 지금 인클래식에서 편곡을 하고 있습니다. 인연의 소중함이라고 할까요.”

정 대표는 대학 입학 후에도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 4년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다. 새벽에는 우유 배달을 했고 오후에는 호프집, 카페 등에서 일했다.

인클래식 정인서 대표

 

인클래식이 꿈꾸는 세상

정인서 대표는 “음악가들이 음악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인클래식이 허브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클래식 음악으로 다양한 공연을 기획하고 싶은 사람, 시니어나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주고 싶은 사람, 소외된 계층을 음악으로 치유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더 나아가 음악으로 창업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시장이 더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처음 음악으로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이 많았어요. 하지만 실제로 부딪혀보니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는 걸 느낍니다.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회가 생기고 수익도 창출돼요.”

정 대표는 또 사회적기업으로 일을 하면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갖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되면 공신력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일부 수익금은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국가에서 직원들의 인건비를 일부 지원받는 등 도움도 받지만, 대신 배분 가능한 이윤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를 위해 써야 하거든요. 저 같은 창업자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데 사용한다면, 음악가들이 더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공연 포스터

정 대표는 마지막으로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서 소중한 조언을 들려줬다.

“음악만 공부할 것이 아니라 다방면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처럼 세계적인 연주자가 될 수 없다면 치열하게 준비하며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요. 한두 가지만 잘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일찍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인클래식www.instagram.com/inclassic_official

 

사진 인클래식

 

 

박응식 선임기자  koala@s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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