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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보물을 노래하다『케이앤아츠』

코로나 위기에 우리에겐 왜 예술이 필요할까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공연예술계는 특히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다.

공연은 취소되고 관객은 사라졌다.

무대를 위해 공연자들끼리 호흡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당장 어떻게 살지 걱정인데, 예술?”

누군가는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교감하고 소통하며 함께 반짝이는 그 순간을 포기할 순 없다.

나와 당신의 행복, 함께 하는 행복을 위해.

이번 특별기획에서는 각 분야의 공연예술을 이끄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을 만나본다.

 

2013년 6월에 창업한 『케이앤아츠』는 ‘한국의 보물을 노래하다’라는 슬로건을 가진 문화콘텐츠 사회적기업이다. 훈민정음, 경복궁 등 한국의 문화유산을 주제로 노래를 만든다. 회사의 대표 퓨전국악밴드 ‘비단’은 국악기로 노래를 연주하며,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린 공연을 선보인다. 노래와 함께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미니다큐멘터리 영상도 만든다. 무대와 영상을 함께 연출해 ‘인문학적인 가치가 담긴 공연콘텐츠’라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케이앤아츠의 퓨전국악밴드 ‘비단’

 

비단, 한국의 보물을 노래하다

오랜 기간 대중음악계에서 일한 김기범 대표는 자신의 능력을 좀 더 가치 있게 쓰고 싶어서 케이앤아츠를 설립했다.

“한국을 찾는 전 세계인에게 국악을 비롯한 한국의 문화유산을 홍보하고, 젊은 국악인들에게는 일자리를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퓨전국악 밴드 ‘비단’에는 김 대표의 철학이 녹아 있다. 조선 시대에 임금이 외국 사신이나 공을 세운 장수들에게 비단을 하사했듯이, 비단도 이처럼 가치 있는 음악 콘텐츠를 만들자는 의미를 담았다.

“비단은 앨범 타이틀뿐 아니라 수록곡 모두 문화재, 문화유산, 역사적 인물 등을 소재로 만들고 있습니다. 주제는 경복궁, 첨성대, 화랑, 한옥, 한식, 제주 해녀, 이순신 장군 등 다양합니다. 곡마다 문화유산에 대한 설명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요.”

비단은 2014년부터 지금까지 총 4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1집 앨범은 수록된 창작 국악 5곡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국 전통문화를 소재로 했다. 1집 앨범은 2014년도 상반기 ‘네이버 우수앨범 5’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발매한 비단 4집 <도깨비> 앨범 자켓

공연의 주 관객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포럼, 세미나, 학회 등 국제행사에 참여하는 외국인들이다.

“국제행사에 참여한 외국인들은 해당 국가의 오피니언 리더일 가능성이 크죠. 그래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전하는 효과 또한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객에게 2~3분가량의 다큐멘터리를 먼저 보여주고, 비단의 퓨전국악 공연을 이어간다. 다큐멘터리는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한국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베트남어 등 9개 언어로 제작해 외국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 200여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그 안에 19개의 문화유산을 담았다. 최근에 나온 4집 앨범 중 경복궁을 주제로 한 ‘태양의 나라’와 첨성대를 주제로 한 ‘은하수’는 360도 VR기법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변화하는 콘텐츠 소비 환경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왕의 하루’를 주제로 만든 태양의 나라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경복궁 내부 곳곳을 담았다. 이를 바탕으로 역사 교육에도 도전했다. 다큐멘터리와 국악공연 중간에 역사 전문가의 해설 강의를 넣어,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도록 한 것이다.

다큐멘터리마다 QR코드를 제작해,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언제 어디서든 바로 볼 수 있다. 유튜브에서도 검색할 수 있다.

케이앤아츠의 퓨전국악밴드 ‘비단’

 

음악 사랑이 국악과의 만남으로

김 대표는 원래 국악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다. 어린 시절 꿈은 가수 겸 기타리스트.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기타를 접한 뒤 음악의 매력에 푹 빠졌다. 낙원상가를 들락거리면서 기타를 사고 노래를 불렀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가수 겸 기타리스트의 꿈은 접었지만, 음반 프로듀서 등 음악 관련 일을 계속 모색했다.

“음대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사업을 하던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왜 딴따라가 되려고 하느냐’라며 기타를 여러 대 부수시기도 했어요. 아버지는 제가 사업을 물려받기를 바라셨습니다. 결국, 경영학과에 들어가야 했어요. 하지만 음악에 대한 미련을 도저히 못 버리겠더라고요. 대학생 시절 내내 틈틈이 음악 공부를 했습니다. 대학교 4학년 때는 SBS 방송 아카데미에서 작곡 및 음향 과정을 6개월 정도 배웠고요.”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의 첫 직장은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트먼트. 1997년에 입사해 약 5년간 근무했다. H.O.T, S.E.S, 신화, 보아 등 K-POP 가수들의 음반을 만들고 공연을 기획했다. 음반 기획 책임자로서 아티스트의 녹음, 뮤직비디오, 공연 등 모든 작업을 관리했다.
그러던 중 암으로 투병 중이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일하느라 아버지를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많이 지쳤다.

그는 결국 2003년 1월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1년 동안 작곡가로 활동하다 2004년에 드라마 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로 이직해 드라마 OST 제작과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에서도 ‘겨울연가’와 ‘가을동화’ 등 국내 드라마들이 큰 인기를 얻었다.

그는 ‘소문난 칠공주’, ‘태양의 여자’ 등 10여 편의 드라마 O.S.T를 만들었지만, 음악의 퀄리티보다는 드라마의 흥행 여부가 곡의 성패를 결정하는 시장 상황에 마음이 흔들렸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일하면서 소질이 있다는 것도 알았죠. 그러나 언젠가부터 대중문화에 대한 환멸을 느꼈습니다. 대중들은 항상 자극적인 것을 원했어요. 제 취향과는 맞지 않았죠. 나이 들어서도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케이앤아츠 김기범 대표

자신의 소질을 활용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다가 국악이라는 장르를 발견했다. 대중문화에서 겪은 경험을 국악에 접목하고 싶었다.

“전통국악에 진입하긴 어려워서 퓨전국악에 도전했습니다. 그런데 이쪽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어요. 국악인들은 대중들이 원한다는 이유로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어야 했죠. 4년 동안 일을 하며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그때 국악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에 주목했어요. 그건 결국 ‘전통’인데, 문제는 많은 이들이 즐기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창덕궁 비원을 관람하다가 ‘이곳에서 멋진 공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 무더운 날 사람들을 여기까지 어떻게 오게 하지?’, ‘조명이나 음향시설은 어떻게 설치하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고민하다 ‘관객을 여기로 데리고 올 수 없다면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영상에 담아 무대로 가져가자!’고 결심했다. 오늘날 케이앤아츠의 콘셉트는 이렇게 탄생했다.

1년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3년 케이앤아츠를 창업했다.

“퓨전국악에서 가장 큰 상업적 시장은 행사공연이에요. 그곳에서 소비되는 퓨전국악이 전통성을 상실한 채 단순한 눈요기로 전락하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고민이 점점 더 깊어졌죠.”

고민은 차별화로 승부를 거는 전략으로 이어졌다. 많은 여성 퓨전국악 팀이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것과는 달리, 비단은 우리의 전통을 담은 곡과 다큐멘터리로 강력한 경쟁력을 키워나갔다.

 

그들의 언어로 우리의 문화유산을 전달하다

현재 케이앤아츠의 연 매출 규모는 약 1억 원. 10년 후 10억 원을 목표로 견실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사업이 안정된 후에는 서울 다음으로 국제 행사가 많이 열리는 제주도에 ‘제2의 비단’을 양성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많은 국악팀이 해외공연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습니다. 주로 정부 지원을 받아 수천만 원의 경비를 들여 며칠 해외공연을 다녀도 현지에서 만나는 관객들은 교민이나 지역 주민이 대부분이죠. 무료공연이 많아 자체 수익을 내기도 어렵고요.

해외공연 또한 전통문화를 알리는 일인 만큼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지만, 우리처럼 당당히 출연료를 받으면서, 한국을 찾는 전 세계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그들의 언어로 우리의 전통을 소개하는 쪽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공연에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존재하기에, 음악과 영상처럼 무한복제가 가능한 콘텐츠 판매도 적극적으로 병행할 거라 했다.

얼마 전에는 스페인어 버전의 비단 콘텐츠가 주과테말라 대사관에 수출됐다. 자국민의 언어로 제작된 다큐멘터리를 통해 지구 반대편 현지인들이 한국의 문화유산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아가 문화유산 콘텐츠를 소스로 다양한 부가상품도 개발한다.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 등 MICE에 참가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행사 사은품과 전통 기념상품들도 기획하고 있다.

비단 멤버들. 왼쪽부터 가야금 신서영, 타악 김지원, 해금 함선우(윗줄), 소리 김수민, 대금 김가윤(아랫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결국 ‘경쟁력’

케이앤아츠의 공연 중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 있다. 다문화 가정을 위한 토크 콘서트 ‘국악공연으로 배우는 한국살이’와 시각장애인 세종이 펼친 선진 장애인 복지정책을 다룬 ‘세종과 지화, 춤을 추다’다.

2018년 말 선보인 다문화 토크콘서트는 다문화가정이 많아지면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공연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결하고자 제작했다. 단순히 공연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선배 이민자들이 후배들에게 ‘어려움을 극복한 노하우’를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놓는 방식으로 진행돼 공감력을 높인다. 예를 들어 ‘훈민정음’과 관련된 공연이라면 한글을 쉽게 배우는 법을 이야기해주고, 한식에 대한 공연이라면 김치나 밑반찬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또 심청전을 공연할 때는 고부갈등 해소나 효에 대한 역사적 배경 등을 함께 설명해준다.

조선 시대 세종대왕의 선진 장애인 복지정책을 담은 역사 무용극 ‘세종과 지화, 춤을 추다’는 단순히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을 공연에 출연시켜서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소외계층이 공연의 수혜자로 그치지 않고 생산자로 참여해 함께 만드는 무대는 공연에 참여하는 이들의 경제적 자립과 자존감 회복을 돕고 관람하는 이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 공연에는 시각장애인 공연예술기업 『춤추는 헬렌켈러』가 함께 한다.

‘세종과 지화, 춤을 추다’는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인 ‘지화’를 중용했던 세종대왕의 선진 장애인 복지정책을 주제로 한 역사 무용극이다. ‘춤추는 헬렌켈러’의 시각장애인 무용수가 ‘비단’의 국악 선율에 맞춰 아름다운 몸짓을 선보인다.

두 공연 프로그램에서 사회적기업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것 같다는 말에 김 대표는 후배 사회적기업가들이 새겨들을만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회적기업을 시작하는 분들이 장밋빛 꿈을 가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경계해야 할 부분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IMF)로 아버지 회사가 부도나는 과정을 생생히 목격하면서 회사 경영자의 책임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습니다. 결국, 사회적기업도 반드시 수익을 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가치와 수익성이라는 두 개의 바퀴를 잘 굴려야 합니다.”

김 대표는 또 ‘사회적기업은 경쟁력이 없다’는 편견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문화예술기업처럼 제품이 아닌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사회적기업은 실력이 없다’는 선입견 때문에 어려움이 많아요. 국악 콘텐츠는 상업성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반 소비자보다는 공공기관을 상대로 하는 B2G(Business to Government)를 공략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착한 기업인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왜 안 도와줘?’라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소비자들은 왜 우리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 거야?’라는 생각에서도 벗어나야 하고요.

또 하나, 정부는 사회적기업을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들에게 사회적기업을 창업하라고 권장하죠. 하지만 저는 사회적기업에 도전하기 전에 일반 기업에서 최소 5년을 보낸 다음에 창업에 나서라고 말합니다. 일반 시장에서 내가 뛰어들고자 하는 곳이 어떤 환경인지, 어떤 경쟁자가 있는지, 충분히 공부한 다음 창업을 해야 실패하지 않기 때문이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결국 경쟁력입니다.”

케이앤아츠 김기범 대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물었다.
“공연계는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이전보다 3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기도 어려워요. 코로나 시대에 잘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 다각화는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악 레슨을 시작했고, 온라인을 통해 ‘문화유산 현장공연 영상’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사회적기업 홍보 영상도 만들고 있고요.”

비단 4집 앨범 <도깨비> 출시 기념 「2020 헤리티지 콘서트(HERITAGE CONCERT)」 현장

비단은 지난 11월 9일과 10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4집 앨범 ‘도깨비’ 출시기념 「2020 헤리티지 콘서트(HERITAGE CONCERT)」를 열고 다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보다 앞서 서울산업진흥원이 후원하는 ‘문화예술로 행복한 중소기업’ 프로그램을 통해 10여 곳의 중소기업에 찾아가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케이앤아츠knarts.com

사진 케이앤아츠

 

박응식 선임기자  koala@s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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