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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발레의 비상을 위해 뭉치다『발레STP협동조합』

코로나 위기에 우리에겐 왜 예술이 필요할까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공연예술계는 특히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다.

공연은 취소되고 관객은 사라졌다.

무대를 위해 공연자들끼리 호흡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당장 어떻게 살지 걱정인데, 예술?”

누군가는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교감하고 소통하며 함께 반짝이는 그 순간을 포기할 순 없다.

나와 당신의 행복, 함께 하는 행복을 위해.

이번 특별기획에서는 각 분야의 공연예술을 이끄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을 만나본다.

 

2011년, 19살의 발레리노 김기민이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했다. 당시 230년의 전통을 지닌 세계 최정상의 발레단에서 그는 동양인 최초의 발레리노였다. 입단 두 달 만에 주역을 꿰차고 ‘해적(Le Corsaire)’의 알리를 연기했다. 입단 4년 만인 2015년엔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마린스키발레단에서 동양인이 수석무용수가 된 건 김기민이 처음이었다.

한국 발레는 이제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 국제 콩쿠르에서 많은 수상자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발레단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는 무용수도 많다. 그러나 한국 발레계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매년 수많은 발레 전공자들이 배출되지만,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는 제한돼 있다. 심지어 고정적인 급여를 받으면서 발레에 전념하는 단원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발레와 협동조합,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가 만난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올해 1월 『발레STP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취임한 김길용 와이즈발레단 단장을 만나 한국 발레의 미래를 함께 그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와이즈발레단, 춤추는 팬더 (안무: 김길용)

 

민간 발레단 6곳이 뭉친 무용계 최초의 협동조합

『발레STP(Sharing Talent Program)협동조합』은 발레계 발전과 대중화를 모토로 민간 발레단 6곳이 모여 만든 무용계 최초의 협동조합이다.

지난 2014년 ‘이원국발레단’, ‘와이즈발레단’, ‘SEO(서)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단장들이 모여 결성했다. 2015년 부산의 ‘김옥련발레단’이 합류해 조합 내 발레단 숫자는 여섯 곳으로 늘었다. 이들은 ‘수원발레축제’와 각종 협동 공연을 통해 ‘끈끈한’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협동조합이 본격적으로 꾸려진 건 6년 전이지만, 민간 발레단의 단장들은 약 9년 전부터 서로 고민을 나눠왔다.

“처음에는 각 발레단의 단장들이 발레 대중화를 화두로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민간 발레단 소속 무용수들의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사실에 공감했죠. 당시만 해도 와이즈발레단조차도 월급을 받는 무용수가 1명이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토슈즈 값도 만만찮은데 무용수들은 일주일에 두세 켤레씩 써요. ‘무용수들에게 고정적인 월급까진 못 줘도 토슈즈 비용이라도 지원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김옥련발레단, 해적 中 그랑파드되


초대 이사장으로 6년 동안 조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에 이어, 김길용 단장은 올해 1월부터 3대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인희 전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협동조합 이사장 이취임 자리에서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많다”며 “제가 80㎞로 달렸다면 김길용 새 이사장은 120㎞로 달릴 것”이라 기대감을 밝힌 바 있다.

“김인희 전 이사장이 큰 일을 많이 하셨습니다. 좀 더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무용수들이 발레에만 전념할 수 있는 건강한 발레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죠. 유럽이나 미국 등 발레 선진국에서는 개인이나 기업이 발레단 등 예술을 후원하는 문화가 발달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풍토가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SEO(서)발레단, 파드캬트르

 

함께 만드는 무대, 대중과 나누는 즐거움

열악한 환경에서도 발레STP협동조합이 그동안 이룬 성과는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6회째를 맞이한 ‘수원발레축제’.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행사가 대폭 축소됐지만, 하루에 5,000명이 방문하는 수원의 대표적인 공연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축제 기간 시민들은 20여 개의 무대로 꾸며진 발레 공연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조합을 구성하는 6곳의 발레단이 주축이 되지만, 광주시립발레단, 스위스바젤발레단, 베를린슈타츠발레단 등 국내외 유명 발레단도 공연에 참여했다.

한여름 밤을 아름답게 수놓는 메인 공연 이외에도 시민들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발레를 만날 수 있다. 직접 배워볼 수 있는 ‘발레체험교실’, 발레의 시대적 변천사를 알 수 있는 ‘움직이는 발레 조각전’, 건강발레체조 ‘발롱(Ballon)’, 대한민국 대표 무용수들의 ‘사인 토슈즈 전시’ 등을 통해 발레와 좀 더 가까워진다.

2020 수원발레축제에서 펼쳐진 ‘움직이는 발레 조각전’. 발레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마포문화재단과 발레STP협동조합이 함께 주관하는 ‘발레 갈라 더 마스터피스’도 발레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다. 말 그대로 발레의 걸작들만 모아 만든 하이라이트 공연이다.

조합의 각 발레단은 역사적인 걸작과 개성 넘치는 창작 발레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무대에 올린다. 스타 무용수 출신의 단장들이 전하는 작품 이야기는 공연의 또 다른 묘미다. 재밌는 건 단장들이 자기 발레단 작품이 아닌 다른 발레단 작품을 설명해준다는 점이다.

발레 갈라 더 마스터피스는 조합 소속 발레단들이 설립 논의를 시작한 2012년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시작됐다. 클래식부터 모던까지 다양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파격적으로 티켓값을 2만 원대로 책정해 발레 대중화를 꾀했다.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에서도 공연했다.

2015년부터는 객석 733석을 보유한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관객이 늘어 2016년 72%였던 객석 유료 점유율은 2017년 81%, 2018년 86%로 올랐고 지난해에는 90%대에 진입했다.

오랜 시간 동안 한국 발레를 위해 힘을 모았지만, 발레STP협동조합도 올해 코로나19의 여파는 피할 수 없었다.

“취임하자마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었어요. 올해 계획했던 일들이 많이 취소돼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은 사실입니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고요. 그러나 이런 어려움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니 잘 견뎌내고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조합원인 각 발레단의 단장들도 같은 마음이고요. 어려울 때 단결이 잘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짐과 동시에 시작되는 ‘발레 IN 횡단보도’.
30~40초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발레의 진수를 거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수원발레축제의 시그니처 행사다.

 

세계적인 무용수 배출하는 한국, 국내 발레 생태계는?

“우리나라에는 무용과가 아주 많은 편입니다. 그 덕분에 한국 발레가 상당히 발전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갈 수 있는 발레단은 많지 않아요. 심각한 문제죠.
매년 많은 졸업생을 배출하지만,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안정된 국립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세 곳에서 1년에 새로 뽑는 무용수는 10명이 안 됩니다. 민간 발레단이 많이 생긴 것도 아니고요. 발레를 전공한 무용과 졸업생들이 발레단에 들어가는 비율은 1%가 채 못 됩니다.”

김길용 이사장이 지적한 것처럼 국내 발레계의 현실은 매우 척박하다. 국립발레단과 광주시립발레단을 제외한 대다수 민간 발레단의 무용수들은 발레 외의 다른 일을 하면서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 특히 대학을 졸업하고, 발레단에 온 지 얼마 안 된 신진 무용수들의 수입은 월 70만~15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월평균을 기준으로 따졌을 때, 최저임금보다도 못한 처우를 받는 셈이다.

“발레협동조합 6개 소속 단체 중에서 4대 보험과 월급이 고정적으로 나가는 곳은 유니버설발레단 정도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와이즈발레단의 경우 45명 단원 중에 월급을 받는 단원은 15명에 불과해요. 나머지 30명은 월급 없이 공연 수당만 받고 있습니다. 무용수들이 한 가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발레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민간 발레단이 10년 이상 활동하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김 이사장은 말한다. 한국 발레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큰 규모의 발레단과, 중간 규모, 그리고 비교적 규모가 작은 발레단이 같이 성장해야 하는데 한국의 현실에선 힘들다는 것이다.

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 3막 中 그랑파드되

 
“그동안 한국 발레계는 많은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전 세계 유수의 발레단들에서 한국인 무용수들이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죠. 젊은 무용수들의 실력은 전 세계에서 5위권 안에 든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집중적으로 무용을 배우는 발레학교 하나 없는 한국이 이렇게 세계적인 무용수를 배출하고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그러나 여전히 기초 체력이 부족합니다. 발레계의 구조가 안정적인 피라미드 형태가 아니라, 최상위 단체인 국립발레단 중심의 역피라미드 구조로 형성돼 영세 규모인 민간 발레단들이 거대한 국립발레단을 지탱하는 상황입니다.

국립발레단이 지방 소도시까지 내려와 무료로 공연하니까 지역 기반의 민간 발레단이 설 땅은 점점 줄고 있어요. 물론 지역민이 고급문화를 누릴 권리도 중요하죠. 하지만 민간 발레단이 생존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봅니다. 멀리 내다보면 다양한 민간 발레단이 활발하게 활동해야 지역의 문화도 더 풍성해질 테고요.”

이원국발레단, 호두까기인형 中 그랑파드되


민간 발레단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전혀 없는 현실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국립발레단의 연간 예산이 100억 원입니다. 그러나 민간 발레단에는 전혀 지원이 없어요. 무대 규모, 무용수에 대한 지원 모두 차이가 클 수밖에 없죠. 민간 발레단 중 서울발레시어터와 와이즈발레단이 그나마 규모가 있는 편인데, 이 두 단체도 서울문화재단 등의 공모사업에 지원해서 공연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와이즈발레단의 경우, 예산이 국립발레단의 10% 정도에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발로 뛰어서 10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는 코로나19의 후폭풍으로 3억 원의 매출을 예상합니다. 정부
가 매년 1억 원 정도만 지원해 줘도 5~6명의 월급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민간 발레단으로서는 큰 도움이 됩니다.”

서울발레시어터, 탈리스만 中 그랑파드되

 

‘호두까기인형’부터 ‘횡단보도 발레’까지 전국 누비며 발레 알리는 ‘와이즈발레단

김길용 이사장은 발레STP협동조합의 리더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와이즈발레단 단장이기도 하다. 계원예고와 한양대 무용과를 거쳐 국립발레단과 조승미발레단에서 활동했다. 2005년 와이즈발레단을 창단해 15년째 이끌고 있다.

김 단장은 발레를 어색해하는 관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어 와이즈발레단을 창단했다. 발레를 한 번도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와서 매력에 빠질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

발레뿐만 아니라 다양한 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해 비보잉, 탭댄스, 힙합, 탱고 등을 공연에 넣었다. 연출적으로는 영화나 연극, 뮤지컬적인 요소 등을 작품에 반영해 대중적인 확산을 시도했다. 2012년 선보인 댄스컬 ‘외계에서 온 발레리노’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발레’ 등의 레퍼토리가 대표적이다.

물론 클래식 발레 공연도 한다. ‘신데렐라’, ‘호두까기인형’, ‘지젤’ 등의 전막을 제작했다. 관객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해설이 있는 발레 시리즈로 ‘발레야 놀자’, ‘헬로우 발레’, ‘차이콥스키 발레 환타지’ 등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또 다른 욕심을 부린 것은 컨템포러리 발레다. 클래식 발레가 보여주는 표현방법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시도였다. ‘춤추는 베토벤’, ‘라스트 엑시트’ 등의 래퍼토리가 대표적이다.

“2011년에는 홍대 앞 횡단보도에서 발레를 보여줬습니다. 파란불이 켜져 있는 약 45초 사이에 횡단보도에서 발레를 하고 물러났죠. 독특하고 재미있는 시도였어요. 같은 장소에서 20회 정도 레퍼토리를 바꿔서 했습니다. 한 번 보고 지나가 버리지 않고 몇 번씩 레퍼토리가 바뀌어도 계속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이후 대학로와 수원에서도 시도했습니다. 발레가 극장 안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죠. 우리에게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와이즈발레단, baroque go to present (안무: 홍성욱)

 

와이즈발레단은 1년에 100회 정도의 공연을 소화한다. 김 단장이 전국을 발로 뛰면서 홍보한 덕분이다.

“8년 전부터 지방을 다녔습니다. 지방에 있는 단체에 이메일로 공연 홍보영상이나 소개 자료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반응이 없더군요. 그래서 매년 11월 한 달간을 이용해서 전국을 투어했습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300~500km를 달렸습니다. 주중에는 전국을 누비고, 주말에 서울에 올라와 쉬고, 이런 생활을 쭉 이어갔습니다. 초기에는 비용을 아끼려고 싼 모텔만 찾아다녔어요. 그렇게 발품을 팔았더니 와이즈발레단을 알아주는 곳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발레는 내 운명 “다시 태어나도 발레를 할 겁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김 이사장에게 발레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계원예고에 입학하기 전에 부산에서 공업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그곳에서 제 삶이 너무 삭막하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아버지께 ‘이건 내 삶이 아닌 것 같다. 내 안에 예술적 피가 흐르는 것 같다. 예술고등학교에 들어가 연극영화과를 다니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연극영화과는 아버지가 반대하셨어요. 대신 어머니가 발레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권하셨죠. 어머니는 학창시절 발레를 배우고 싶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무용과에 입학하지 못하셨거든요.”

처음부터 발레가 좋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삶을 바꾸고 싶은 열망에 2달 반을 공부한 끝에 계원예고에 입학했다.

“입학해서 6개월이 지나니 발레가 그렇게 좋을 수 없었습니다. ‘턴 아웃(Turn-out)’이라는 발레 동작을 만들기 위해서 잠을 잘 때는 20kg의 무게 있는 물건을 다리 위에 올려놓고 잤어요. 걸을 때도 물론 팔자걸음을 했죠. 공부하는 건물에서 실기동으로 이동할 때는 운동장을 그냥 걸은 것이 아니라 ‘점프’를 하면서 다녔습니다. ‘글리사드 쥬떼(Glissade Jete)’라는 발레 동작을 익히기 위해서요.”

발레STP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길용 와이즈발레단 단장

 

김 이사장은 2000년 첫 개인 공연을 할 당시, 자신의 인생에서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준 어머니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했다.

“발레를 통해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저는 다시 태어나도 발레를 할 겁니다. 무대에서 내려온 지 20년이 다 돼 가는데 지금도 무대가 그립습니다. 꿈을 잘 안 꾸는데, 꿈을 꾸면 그 안에서 내가 발레를 하고 있어요. 발레 때문에 느끼는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발레는 내 운명 “다시 태어나도 발레를 할 겁니다”

와이즈발레단은 1년에 100회 정도의 공연을 소화한다. 김 단장이 전국을 발로 뛰면서 홍보한 덕분이다.

“8년 전부터 지방을 다녔습니다. 지방에 있는 단체에 이메일로 공연 홍보영상이나 소개 자료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반응이 없더군요. 그래서 매년 11월 한 달간을 이용해서 전국을 투어했습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300~500km를 달렸습니다. 주중에는 전국을 누비고, 주말에 서울에 올라와 쉬고, 이런 생활을 쭉 이어갔습니다. 초기에는 비용을 아끼려고 싼 모텔만 찾아다녔어요. 그렇게 발품을 팔았더니 와이즈발레단을 알아주는 곳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지젤’이 된 발레 애호가! 취미 발레인들이 만드는 ‘스완스발레단’

발레 대중화만이 한국 발레계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 김길용 이사장. 와이즈발레단 단장인 그가 취미로 발레를 즐기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단원을 선발해서 공연까지 무대에 올리는 ‘스완스발레단’을 2017년부터 운영하는 이유다.

“취미 발레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최근에 알았습니다. 5년 전에 오디션을 봐서 5~6명 정도 선발하려고 했는데 지원자가 너무 많이 몰려서 20명을 뽑았습니다. 와이즈발레단을 운영하면서 기운이 살짝 떨어졌었는데 이분들 덕분에 새로운 자극을 받았죠.”

스완스발레단은 2016년 와이즈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에 취미로 발레를 하는 일반인 20명이 참여한 것이 계기가 돼 결성됐다. 김길용 단장은 그들에게서 무대를 향한 열정을 확인하고, 취미 발레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기 위해 발레단을 창단했다. 스완스발레단은 현재 약사, 변호사, 승무원, 은행원,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32명의 단원으로 구성돼 있다. 정기공연은 연 1회, 갈라 공연은 연 30회 정도 한다.

취미 발레인들로 구성된 스완스발레단의 지젤


“지난해에는 ‘지젤’ 전막을 올렸습니다.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거죠. 회원들은 평소 수업료를 내지만, 공연을 위한 별도의 비용은 부담하지 않습니다. 어느새 취미 발레를 하는 이들에게 스완스발레단 입단은 로망이 되었죠.

취미로 발레를 즐기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국내 발레 학원 수강생의 60%가 취미 발레 수강생이라고 들었어요. 취미 발레인들을 위한 축제 ‘발레 메이트 페스티벌’도 갈수록 호응을 얻고 있고요. 

발레 메이트 페스티벌은 전공자가 아닌 발레 애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발레에 대한 애정과 기량을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2017년 10월 처음 시작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인원도 늘고 관객도 2배 이상 증가했어요. 취미 발레에 관한 관심과 인기를 증명하는 거죠.

내가 좋아하기 위해서는 내가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며 즐길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스완스발레단은 취미로 발레를 하는 이들의 열정에 감동해 시작한 일이지만, 한국 발레 대중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대는 한 사람의 개인기만으로 완성할 수 없다

김길용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백조의 호수’ 2막의 군무가 떠올랐다. 호숫가에서 하얀 튀튀를 입은 백조 24마리가 원형으로, 두 줄로, 대형을 바꿔가며 무대를 채운다. 백조의 호수, 아니 발레에서 가장 유명한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무용수들은 마치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만, 허공으로 향하는 손끝 하나에도 개개인의 섬세한 우아함이 묻어난다. 무대를 위해, 발레를 위해, 끊임없이 자신과 싸우며 달려온 인생의 결과다.

하지만 무용수가 아무리 뛰어나도, 이 무대는 한 사람의 개인기만으로 만들 수 없다. 24명의 백조가 함께해야 무대가 완성된다. 그리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이 존재할 때 무대는 더욱 빛난다.

2020 수원발레축제 무대인사

 

발레STP협동조합이 가는 길도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한국 발레의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 그래서 국내 최정상급의 민간 발레단들이 모였다. 함께 채우고 나누며, 관객들에게, 대중들에게 다가간다. 한국 발레의 비상을 위해!

 

발레STP협동조합

www.balletstp.kr

유니버설발레단   www.universalballet.com

이원국발레단   cafe.daum.net/leewonkukballet

와이즈발레단   cafe.daum.net/joyjoyballet

서울발레시어터   sbt1995.modoo.at

SEO(서)발레단   seoballet.modoo.at

김옥련발레단   blog.naver.com/kdance9486

 

사진 와이즈발레단

 

박응식 선임기자  koala@s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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