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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에 필요한 것은 법과 제도가 아니라 ‘운동’입니다” 2부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 최영환, 정창래, 박창용, 홍원희, 양수연
  • 승인 2020.10.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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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6일 「협동조합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해당 개정법률이 3월 31일 공포됐다. 2011년 12월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 후 총 5번째 개정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이종협동조합연합회 허용 △우선출자제도 도입 △조합원의 당연탈퇴 사유 정비 △임원의 결격사유 정비 △협동조합 신고수리, 설립인가 간주제 도입 △휴면조합에 대한 감독 강화 및 자동 해산 근거 마련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추행을 저지른 사람을 임원결격사유에 추가 등이 있다.

이번 개정법률에 따라 현장에서는 협동조합 운영의 효율성이 증대되고 행정처리도 더욱 신속하게 이루어질 것이란 기대가 높다. 그렇다면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되어가는 지금, 한국의 협동조합은 기본법을 토대로 얼마나 성장하고 발전했을까?

《S. Economy》는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에 기여한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과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학생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협동조합과 기본법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일시 2020년 5월 17일
인터뷰·글 최영환, 정창래, 박창용, 홍원희, 양수연(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사진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SK그룹, 김푸르매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협동조합에서 주식회사로 조직을 변경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을까요?

주식회사가 협동조합으로 변경한 사례는 있지만, 협동조합이 주식회사로 변경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주식회사를 협동조합으로 변경할 때에는 주식을 돈으로 배분(청산)하고, 주식회사 청산 뒤 협동조합을 설립하면 됩니다. 『해피브릿지』도 주식회사를 청산하고 자산 일부를 출자금으로 전환해 협동조합을 설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은 주식회사의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최대 30% 내에서) 협동조합의 출자금으로 넣을지가 관건인데요. 주식회사의 경우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보장되지만, 협동조합은 1인 1표로 운영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지배력에 상응하는 보상이 없기 때문이죠. 기존 주주에게 희생을 강요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중요한 것은 주식회사는 상장사나 비상장사나 모두 주식을 거래할 수 있지만, 협동조합의 출자금은 거래할 수 없습니다.

 

협동조합이 주식회사 또는 다른 협동조합을 자회사로 둘 수 있나요?

협동조합이 자회사로 주식회사를 소유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고민해야 할 지점은 이것을 용인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협동조합 정신과는 조금 거리가 있기 때문이죠.

세계 최대 노동자 협동조합인 스페인의 『몬드라곤』은 100여 개 협동조합의 연합체로 되어있고, 그 밑에 다시 주식회사 형태의 자회사를 100여 개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외에 설립한 판매법인도 모두 주식회사 형태죠.

협동조합이라면 함께하는 이들의 고용을 끝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협동조합 형태로 직접 경영하면 경기가 나빠져도 직원을 해고하기 어려우므로,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갖지 않는 상법상에 기민한 주식회사를 활용하는 거죠.

그 방식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겠지만, 경기순환 과정에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협동조합 아래에 버퍼존(buffer zone, 완충지대)으로서 주식회사 형태의 자회사를 두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냉혹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협동조합 생존의 한 방식이라고 봐요. 비정규직을 두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죠. 냉정하게 볼 때, 완충지대에 대한 고민 없이 협동조합의 규모는 커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협동조합의 규모가 너무 작아서 이런 논의가 활발하지 않지만, 규모가 커진다면 분명 더 깊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협동조합이 출자해 상위 협동조합을 구성할 수도 있나요?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상위 협동조합에서 ‘상위’란 개념이 무엇일까에 대한 이야기인데, 상위라는 개념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재벌 시스템에서 ‘상위’란 일종의 지주회사(holding company)에요. 아무리 상호 출자 방식으로 가더라도 대표성을 지닌 몇 개의 회사가 장악하고 있죠.

일반 협동조합의 협동과 SK그룹이 왜 다른지 생각해 볼까요? 상법상 별개의 회사인 에너지, 이노베이션, 텔레콤 등이 대체 왜 SK란 이름을 달고 있을까요? 각각의 기업은 개별 주주의 통제를 받고 총수 일가의 주식 수도 많지 않은데 왜 SK그룹이 전체를 지배하고 있을까요?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정답은 ‘주식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주식으로 구조를 장악하고 있어서 가능한 겁니다.

가공 자본을 만들어 법인이 법인에 투자하는 구조, 이것이 주식회사가 가지고 있는 폐해이자 엄청난 파괴력입니다. SK그룹 내에 있는 각각의 기업들은 각 사의 필요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SK그룹이라는 이름 아래 움직일 때 모두 다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죠.

이것이 바로 기업집단의 경제학적 의미입니다. 다시 말하면 시장에서의 자유경쟁(각 회사가 개별로 움직일 때)보다 내부화 거래(그룹 내 내부거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협동조합의 경우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협동조합이 연합하는 것, 이것이 ‘협동조합의 협동’인데 상기 그룹의 예시처럼 누가 이것을 조정하고 엮어나갈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협동조합에는 엮어나가는 접착제가 부재하고 중심체 또한 없습니다.

경제 위기가 왔을 때를 가정해 보죠. 기업집단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계열사에서 상황이 안 좋은 계열사의 회사채를 인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업집단 전체의 안정성을 추구해 갑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바로 commanding system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몇 개의 기업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가공 자본 등으로 commanding system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 정점에는 재벌총수가 있고요.

협동조합은 기본적으로 1인 1표제이기 때문에 ‘상위’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SK그룹처럼 주식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법적으로 협동조합은 commanding system을 가질 방법이 없죠. 몬드라곤의 정식명칭은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MCC, Mondragon Cooperative Croup)』입니다. 개별 협동조합들은 각각 출자를 통해 연동되어 있지만, 일반적인 기업체처럼 지배력으로 연결되어 있진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협동조합에서의 기업 그룹화는 상위 개념이 아닌 네트워크 방식이 되는 건데, 네트워크에서의 대표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문제겠죠? 직원 5,000명인 협동조합과 직원 100명인 협동조합이 연합체를 구성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전체 협동조합 그룹의 로고는 어떻게 할지, 전체 CSR 비용은 어떻게 할지 등을 결정할 때, 5,000표 대 100표로 진행하면 문제가 있겠죠. 그렇다고 1조직 1표로 의사결정을 하기도 어렵고요.

거대한 유통업체와 규모가 작은 엔지니어링사가 어떻게 함께 연합체를 구성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면 답이 있을 겁니다. 여러 방법이 있겠죠. 우리나라에서도 향후 협동조합의 규모가 커진다면 반드시 이런 고민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상위 협동조합에서 하위 협동조합에 투자 형태로 자금을 투입하거나 대여할 수도 있나요? 협동조합에서도 일종의 순환출자개념이 유효한지 궁금합니다.

가능합니다. 모두 다 가능한데 문제는 협동조합에 투자한들 그 회사는 별개의 회사이고 지배 질서는 1인 1표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지배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조합원은 출자좌수에 관계없이 각각 1개의 의결권과 선거권을 갖습니다(기본법 제23조). 그런데 기본법 제22조에서 ‘조합원 1인의 출자좌수는 총 출자좌수의 100분의 30을 넘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해외 협동조합 출자좌수의 상한은 대개 30%입니다. 5인이 공동 부담하면 최소 20% 이상은 되어야 하고, 50%로 하면 협동조합의 성격이 퇴색될 것 같아서, 가장 합리적인 출자좌수를 찾다가 해외의 협동조합 출자좌수를 참고해 30%로 지정하게 됐습니다.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건 아닙니다.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기획재정부장관이 협동조합 정책을 총괄(기본법 제11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협동조합의 주무 부처가 행정자치부나 고용노동부 혹은 기업 관련 부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일반 협동조합은 지자체 신고만으로 설립할 수 있죠. 사회적협동조합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각 부처의 인가를 받아야 해요. 이는 승인에 따라 주무 부처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누군가는 전체를 조율해야 하죠. 기획재정부가 하는 일은 전체의 계획과 조율입니다. 그 일이 가능할 정도로 가장 힘이 센 부처죠.

 

기본법 제2조에서는 ‘지역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협동조합’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일반 협동조합도 지역주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굳이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의 차이를 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반협동조합은 조합원을 위해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적협동조합은 사회와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해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은 취약계층이 될 수도 있고, 그 안에 후원자, 직원도 조합원으로 들어갈 수 있죠. 그래서 사회적협동조합은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입니다.

일반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설립근거와 역할 등을 규정한 것은 협동조합 기본법이 자랑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로운 협동조합 설립을 독려하는 동시에, 한국 정부의 정책전달체계 속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을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죠.

솔직히 말하면 저는 현재 우리의 사회적협동조합 실상이 조금 아쉽습니다. 원래는 복지 대상자들도 조합원으로 받아들여 그들과 함께 논의하며 사회적협동조합을 운영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법을 설계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공급자 몇 명이 모여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운영하는 경우가 많죠. 복지대상자는 조합원으로 받지 않고 서비스의 대상자가 되어 버리고요. 현실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앞으로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봅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많이 바뀌어야 하고요.

현재 사회적협동조합의 기본원칙과 이념에 부합해 운영하는 대표적인 곳으로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들 수 있을 겁니다. 의사, 간호사, 후원자, 의료생협의 과거 조합원들이 다 같이 조합원으로 참여하죠.

 

일반 협동조합 설립을 신고제(기본법 제15조)로 한 것과 달리,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을 인가제(기본법 제84조)로 한 이유가 있나요? 신고제로 하면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저는 인가제도 좋고 신고제도 좋다고 봐요. 사회적협동조합을 인가제로 한 이유는 사회적기업을 인증제로 한 것과 같은 의미에요. 사회적기업은 인증제로 하고 지원해 주는 방식이잖아요. 서류 검토 과정조차도 없어진다면 한국 사회에 투명성이 얼마나 존재할지에 대한 의문은 아직 있어요.

 

기본법 제24조에서 ‘탈퇴와 관련해 조합원의 자격이 없는 경우’란 어떤 경우를 의미합니까?

조합원의 자격이 없는 사람은 돈을 안 낸 사람 아니에요(웃음)? 예를 들면 내부 정관에 ‘조합원이란 품위를 유지해야 하고~’ 이런 조항이 있는데 만날 술 먹고 깽판 친다, 그럼 조합원의 자격이 없는 거죠. 또 예를 들어 직원협동조합인데 근태가 엉망이라든가 하면 관두게 해야죠. 즉, 조합원이 내부 규정을 따르지 않으면 그 사람은 조합원 자격이 없다고 봐야겠죠.

 

특정 조합원 제명 시 투표 등 타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도 있나요?

있죠, 그런 절차는 당연히 있어야죠. 협동조합 내부 정관 등에 다 기재되어야 하고요. 기본법 제25조에도 ‘협동조합은 조합원을 제명하고자 할 때에는 총회 개최 10일 전까지 해당 조합원에게 제명사유를 알리고, 총회에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기본법 제94조에 따르면 사회적협동조합은 조합원에 대한 소액대출과 상호부조를 할 수 있습니다. 협동조합이 조합원에 대해 일종의 금융기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협동조합의 최대 난점 중 하나가 긴밀하게 움직이지 못한다는 점이에요. 새로운 사업을 할 때 자회사를 만든다든가 하는 식으로 긴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왜 그럴까요? 책임만큼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책임과 권한 간에 너무나 큰 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먼저 책임을 지려 하지 않죠.

예를 들어 조합원 1명당 100만 원씩 출자했는데 그 금액으로도 부족할 경우, 누군가는 더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 손해 보고 싶지 않아 더 내려 하지 않죠. 돈 더 낸다고 존경해 준다거나 권한이 더 생기는 게 아니니까요. 결국,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가 금융, 즉 자금 조달의 문제로 연결되는 겁니다.

규모가 커질수록 협동조합의 최대 난제는 돈이에요. 내 회사여야 어디 가서 말하고 돈을 빌려올 수 있는 거지, 내 회사도 아닌데 누가 돈을 빌려오겠어요? 게다가 주식회사처럼 담보를 잡힐 만한 것도 없어요. 왜? 출자금 전체가 빚이니까요.

그래서 협동조합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금융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겁니다. 협동조합이 커나가려면 결국 금융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죠. 협동조합의 금융 문제는 본질적으로 내부에서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에요. 내부에서 돌파할 방법이 전혀 없다면 협동조합을 아예 안 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방법은 간단해요. 출자받아 형성한 출자금으로 기금을 만들면 됩니다. 부채가 아닌 자산으로 만드는 거죠. 자신의 출자금을 포기해 기금으로 전환하고, 내부 규약에도 그런 내용을 넣는 겁니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노동인민금고(Laboral Kutxa)’ 같은 게 다 그런 식이에요. 내부에서 자금을 만들어낸 겁니다.

 

국내에선 아이쿱생협이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요?

아이쿱생협이 성공한 데에는 지극히 협동조합이 지켜야 할 원칙을 고수한 데 있어요. 시장 속에서 작동되는 경영체로서 경영효율성을 중시했으며, 협동조합의 특징인 의사결정구조의 민주성을 도외시하지 않았죠. 조합원들은 조합을 위해 책임출자와 조합비 등 경제적 책임을 기꺼이 부담했고,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관련 사회적경제 조직과의 연대사업 또한 공고히 마련해 갔습니다.

자금 면에서 이야기한다면 2019년 현재 아이쿱생협의 전체 출자 조합원 29만 3,812명 중 26만 648명이 월 1만 원의 조합비를 냅니다. 이들이 낸 30억 원 정도의 조합비가 아이쿱생협의 운전자금으로 사용되죠. ‘책임출자’ 또한 아이쿱생협의 사업 ‘자본’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요. 아이쿱생협에서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00만 원 이상 출자를 목표로 하는 책임출자운동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2019년 현재 11,173명의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의 누적 출자금은 304억 원입니다. 1인당 272만 원 정도의 출자금을 내고 있는 거죠. 엄청난 일이에요.

결론을 정리하자면, 협동조합이 직면하는 가장 큰 문제는 금융의 문제인데, 이를 해결하려면 조합원들이 조합비나 출자금을 더 내거나 기금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식으로 협동조합 내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협동조합 기본법 개정의 주기가 있나요? 현재 조항 중 다음에 개정되었으면 하는 조항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주기는 따로 없어요. 어떤 조항을 개정해야 할지는 그때 상황을 고려해야겠지요. 사실 한국에서 협동조합이 잘 되느냐 아니냐는 더는 법의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오히려 법과 제도, 정책이 우리 현실보다 너무 앞서간다는 생각도 듭니다. 소를 키우는 사람은 없는데 목장과 외양간만 번듯하게 많다고나 할까요? 정작 필요한 소가 없어요. 원래 법을 만든 후에는 모든 신경을 운동에 쏟아야 하거든요. 그런데 아직도 한국의 관심사는 법에만 쏠려 있는 것 같습니다.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향후 ‘사회적경제 관련 법’ 제정과정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한 말씀만 해주세요.

이것은 확실합니다. 사회적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도 제도도 아닌 운동입니다. 운동을 확대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무엇일까를 사고해야 합니다.

운동은 자발적이기 때문에, 정부가 들어가는 순간부터 그 자발성이 줄어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공무원이 간섭하는 순간 목표치가 생기고, 그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자발성은 사라집니다.

협동조합 기본법은 잘 만들어진 법이지만, 법 제정 10년을 앞둔 지금도 우리 사회 협동조합들이 성공하고 있다는 실감이 아직 잘 나지 않아요. 기본법 제정 후 운동의 경험들, 실천의 과정들이 너무 약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관심은 운동에 있지, 법과 제도에 있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법과 제도가 바뀐다고 이 나라가 좋아질 것 같지 않고요. 그리고 제가 배운 점이 있다면, 법은 절실해야 작동합니다. 절실하지 않으면 법은 통과가 안 됩니다.

국회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어서? 아니죠.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경제 기본법 등이 과연 절실한지, 그 법이 없어서 운동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건지, 우리의 사회적경제 운동이 새로운 법을 진정으로 요구하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법이 없어서 운동이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한다면 법이 필요합니다. 운동을 하는 개혁가라면 20~30년을 바라보고 대한민국의 경제정책과 사회정책 전체에 대한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그 안에서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를 사고해야 합니다.

사회적경제만 잘 되는 나라는 나쁜 나라에요. 인간의 욕망을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의 맹렬한 경쟁 속에서 사회가 발전하는 것을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한 사회가 발전하는 엄청난 힘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힘은 인간이 (개인을 위한 욕망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같이 살겠다는 선의와 도덕 감정의 세계에서 나오죠. 이 두 힘이 조화롭게 잘 작동하게 하는 것이 정책입니다.

우선 현장에서 실적을 만들어야 합니다. 운동가가 국회 가서 오래 앉아 있으면 곤란해요. 법과 제도가 과연 문제일까요? 당장 눈앞에 있는 문제부터 서로 어깨를 부여잡고 돌파해나가는 실적을 만드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과 제도의 과잉과 운동의 부족이 현재 대한민국 사회적경제의 문제를 규정하는 핵심입니다.

 

마지막으로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과정에서 에피소드나 뒷이야기 등 어디서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다면 좀 들려주세요.

앞서 언급했듯이 2011년 7월부터 법안 작업을 시작해서 8월 무렵 대략 작업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국회 통과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당시 손학규 야당 대표를 만나서 손 대표의 법안과 정부법안과의 차이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더니 흔쾌히 찬성해 주었습니다. 야당 대표가 먼저 법을 만들고 그 법의 수정 또한 흔쾌히 허락해 주었으니 참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법무부에서 토론하는데, 법무부 상법과장이 “공산주의법을 왜 만드냐?”는 겁니다. 청와대 앞 카페에서 “내가 사회주의자로 보이냐?”고 한소리 했습니다. 그리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일했던 경력 등을 얘기해줬죠(웃음). 처음엔 오해도 있었지만, 나중엔 이들이 우리를 크게 도와줬습니다.

이제 거의 다 됐다고 생각했을 때 농협이랑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뒤늦게 찾아와 반대했습니다. 이들과도 사전에 회의를 다 했는데 말이죠. 하지만 이미 상당히 일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뒤집는 건 불가능했어요.

9월에 정기국회가 열렸고 협동조합 기본법은 금방 통과될 것만 같았습니다. 여·야당이 모두 법안을 냈고, 정부와 청와대도 지지하던 상황이었으니까요. 법 개정도 아닌 제정은 굉장히 어려운데, ‘이렇게 쉽게 풀리다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세상일은 쉽지 않습니다. 한미 FTA 비준 문제로 국회가 마비되고 문을 닫아버린 겁니다. 모든 법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이해관계자들이 상충하고 법안 통과는 어려워지죠. 기본법 통과도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겁니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어요. 그 소식에 모든 여론의 화살이 국회로 향했습니다. 국회는 대체 뭐 하고 있냐는 거죠. 12월 29일과 30일 딱 이틀 동안 국회가 열렸습니다. 앞서 언급한 법무부 공무원들이 통과가 아주 까다로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협동조합 기본법을 2번째로 다룰 법안으로 올려놓았어요. 명분은 ‘서민대책법’이었죠.

12월 29일 오전에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고 오후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30일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했습니다. 천운이 따라 수월하게 제정되었죠. 저는 우스갯소리로 한국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의 최고 공로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최영환, 정창래, 박창용, 홍원희, 양수연  webmaster@s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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