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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에 필요한 것은 법과 제도가 아니라 ‘운동’입니다” 1부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 최영환, 정창래, 박창용, 홍원희, 양수연
  • 승인 2020.10.1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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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6일 「협동조합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해당 개정법률이 3월 31일 공포됐다. 2011년 12월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 후 총 5번째 개정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이종협동조합연합회 허용 △우선출자제도 도입 △조합원의 당연탈퇴 사유 정비 △임원의 결격사유 정비 △협동조합 신고수리, 설립인가 간주제 도입 △휴면조합에 대한 감독 강화 및 자동 해산 근거 마련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추행을 저지른 사람을 임원결격사유에 추가 등이 있다.

이번 개정법률에 따라 현장에서는 협동조합 운영의 효율성이 증대되고 행정처리도 더욱 신속하게 이루어질 것이란 기대가 높다. 그렇다면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되어가는 지금, 한국의 협동조합은 기본법을 토대로 얼마나 성장하고 발전했을까?

《S. Economy》는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에 기여한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과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학생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협동조합과 기본법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일시 2020년 5월 17일
인터뷰·글 최영환, 정창래, 박창용, 홍원희, 양수연(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사진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SK그룹, 김푸르매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에 참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협동조합 기본법은 2011년 12월 30일에 통과가 됐습니다. 그리고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서 2012년 12월 1일에 발효가 됩니다. 2011년 여름부터 협동조합 기본법을 만드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시작됐죠.

2010년 여름에 당시 이명박 정부가 ‘공정경제’라는 것을 국정 목표로 내겁니다. 임기 초반에는 규제 완화, 감세, 4대강 사업(한반도 대운하) 등으로 경제를 성장시키려 했죠. 하지만 광우병 촛불 등으로 상황이 어려워졌습니다.

또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규제 완화와 감세가 경제를 망쳐놨다는 세계적 시대정신이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에선 오바마 정부로, 일본에선 하토야마 정부로 정권이 교체됐죠. 이른바 진보정책의 승리였습니다. 한국만 보수정책으로 가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경제는 안 좋은데, 집권 3년 차가 된 2010년에도 한 게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사업으로 바꾸고 ‘그린뉴딜’이란 이름을 붙여놨죠. 여기에 뭔가 더 필요했는데, 그게 바로 녹색경제와 공정경제라는 겁니다. 그러다가 튀어나온 게 협동조합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2010년 여름, 우연한 기회에 서민정책비서관으로 막 발령을 받은 박병옥(박성수) 비서관에게 부탁을 받았습니다. 대통령이 사회적기업 정책을 하라는데, 뭔지 잘 모르겠으니 안을 만들어 달라고 했죠. 나도 잘 모르겠지만 한 번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해 여름부터 겨울까지 전국에 있는 사회적기업가들을 만났고, 그렇게 만들어낸 기본 마스터 플랜이 ‘사회적기업육성종합대책’이라는 대외비 자료입니다.

이후 2011년 2월부터 청와대 13개 부처 국장들로 구성된 사회적기업 종합대책반이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참여해서, 공정경제가 중요하니까 사회적기업을 육성하자고 압박했고, 이후 2~6월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사회적기업육성종합대책의 공식 버전이 마련됐습니다.

6월 9일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이채필 노동부 차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종합대책이 발표됐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사회적기업 정책의 근간을 이루게 됩니다.

종합대책을 만드는 과정은 상당히 유익한 경험이었어요. 당시 느꼈던 건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된 이후에 제대로 된 법적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중소기업법, 정부조달법,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다 충돌하고 있었어요. 타법과의 정합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적기업 육성법의 법률조항들을 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령 사단법인 형태의 사회적기업은 중소기업육성을 위한 기본적인 보호장치에서조차 벗어나 있었죠. 정부조달체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조정하는 건 상당히 복잡하고 힘든 과정이었어요. 하나의 법률조항은 매우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집합입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육성법에 협동조합이란 단어를 넣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일입니다. 어쨌든 이러한 법적 정비들을 악독하다 싶을 정도로 집요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태로는 사회적기업이 발전할 리 없다고 생각했어요. 대체 사회적기업은 무엇을 먹고살까요? 첫째는 자신의 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로 일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거죠. 둘째는 자원봉사와 기부라는 우리 사회 선의의 자원입니다. 셋째는 정부의 사회서비스 및 일자리 예산과 연계되어 시장을 확보하는 거예요. 그런데 첫째와 둘째는 당시 한국의 사회적기업 상황에서 크게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셋째는 아무리 예산을 뒤져봐도 7~8천억 원 정도밖엔 되지 않을 것 같았죠. 이조차 일반 복지법인들과 나눠 먹어야 하는 시장이고요.

그런 고민을 하다가 협동조합을 떠올렸습니다. 사회적기업과 기본정신을 공유하는 ‘협동조합이라는 우군’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죠. 그렇다면 협동조합의 중요성을 정부가 발표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협동조합 기본법 제1조에는 ‘자주적, 자립적, 자치적, 사회통합, 국민경제, 균형발전’ 등의 단어로 법의 목적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본법의 핵심 가치라 생각되는데, 어떤 사상적, 철학적 의미가 담겨있나요?

이것은 당시 대한민국의 웬만한 법에는 다 들어가는 기본 틀입니다. 사상적, 철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에요. 어느 분야든 기본법을 만드는 과정은 거의 비슷하죠. 대상을 규정하고, 그 대상이 국가적으로 중요함을 천명하고, 담당부처를 정하고, 향후 지원 혹은 규제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듭니다. 그런 면에서 자주, 자립, 자치는 협동조합의 기본정신을 강조한 것이며, 사회통합, 국민경제, 균형발전 등의 단어는 국가지원의 명분을 주는 인식을 나타낸 겁니다.

 

법을 만들 때 참고한 국내외법이 있었나요? 있다면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무엇인가요?

국내에는 7개의 협동조합 관련 법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농업협동조합법, 수산업협동조합법, 신용협동조합법, 산림조합법,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엽연초생산협동조합법,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이죠. 각 법을 엑셀 파일에 통합시켜 분류해 넣고, 안건을 하나씩 논의해 나갔습니다. 몇몇 안건은 해외 주재원으로 나가 있는 재무관들의 조사를 참고했습니다.

 

SOVAC 2019 오프닝 세션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김종걸 교수(왼쪽, 사진: SK그룹)

가장 신경 써서 만든 조항은 무엇입니까? 기존의 타법들과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조항과 쟁점도 궁금합니다.

첫 번째는 세금과 관련된 것입니다. 현재 일반 협동조합은 세금을 내고 있죠. 그런데 7개 기존 법에는 세금을 안 내게 돼 있었습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과 엄청난 갈등이 있었어요. 세제실에서는 끝까지 양보하지 않았고, 저도 근본적으로는 세제실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기존의 법이 잘못된 거죠. 왜 협동조합이라고 우대해줘야 하죠? 주식회사들은 다 세금을 내고 있어요. 그래서 사회적협동조합만 비영리 형태로 면세 혜택을 주도록 만들었죠.

두 번째는 7개 기존 법에 따라 협동조합이 각각의 부처별로 편재되어 있었는데, 새로운 법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관할하게 되니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게 된 겁니다. 기득권의 지각변동인 거죠. 반발이 세겠죠? 그래서 ‘다른 법률에 따라 설립되었거나 설립되는 협동조합에 대하여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기본법 제13조)’라는 조항을 만들었습니다. 대신 단서조항을 넣어 놨죠. 먼저 타법으로 설립된 협동조합도 기본법에 의한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리고 타법을 개정할 시에는 기본법의 목적과 원칙에 맞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세 번째는 금융, 즉 협동조합의 공제사업에 대한 것입니다. 법 만들고 난 뒤, 뭘 안다고 협동조합인들이 금융을 못 하게 했냐고 협동조합 진영에서 욕 많이 먹었습니다. 사실 가장 고민했던 지점인데요. 법을 만들 때 가장 고민해야 하는 것은 법이 만들어낼 아름다운 세상이 아니라, 법이 만들어낼 부작용입니다. 다단계 판매와 고리대금업이 회원제로 운영되면 얼마든지 협동조합의 탈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현상이 온다면 어떻게 막을 것인가 자신이 없었죠.
이 법은 한 달 만에 만들어진 법입니다. 시간적 한계 속에서 모든 위험을 감수하면서 만들 순 없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협동조합의 금융업을 완벽히 차단했습니다. 요새는 다소 개정되었지만요.

네 번째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기본법과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이 가장 높습니다. 다음으로 사회적협동조합과 마을기업에 대한 지원이 비슷한 수준으로 이뤄집니다. 어떻게 하면 마을기업, 자활기업,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책들을 일관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협동조합 기본법에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각 부처의 부처 이기주의 관성은 자기만의 고유한 벽을 만들어버리죠.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마을기업 등이 서로 분리돼, 별도의 정책전달체계를 구축하고, 별도의 법적 근거를 공고히 할까 봐 염려됐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가 사회적경제 기본법의 최대 목적이었죠. 협동조합 기본법을 만들면서 사회적경제 기본법에 대한 아이디어가 착상됐습니다. 그때는 만들 수 없으니 나중으로 넘긴 거죠.

 

법안 제정과정의 디딤돌과 걸림돌은 무엇이었습니까?

디딤돌은 첫째,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모두 좌초했다는 겁니다. 2010년부터 주창한 공정경제의 정책수단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협동조합 기본법이 굉장히 좋은 정책수단이 될 수 있었던 거죠. 둘째, 당시 야당의 손학규 대표가 거의 같은 시기에 법안을 만들어 제출했던 겁니다. 기본법 발의에 큰 동력이 되었죠. 셋째,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등 사회적경제 단위에서도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었습니다. 이후 사회적경제 기본법 논의 과정에서는 분야별 갈등이 상당히 있었습니다만, 협동조합 기본법은 기존 진영에서 이해관계의 충돌이 전혀 없었습니다.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의 가장 큰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간단합니다. 누구나 5명 이상이 모이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누구라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하고, 협동조합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한 것이죠. 5명으로 정한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기획재정부에서 조사한 외국법들을 참고하니 5명이 적당할 것 같았죠.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기본법 제9조에서는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의 공직선거 관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본조항의 삽입 이유, 그리고 향후 협동조합과 정치 활동과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모든 법의 기본원칙입니다. 사회단체와 관련된 모든 법에 포함되어 있죠. 그런데 오해해선 안 됩니다. 공직선거 관여금지란 그 조직 전체가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한 관여금지입니다. 구성원들이 정치적인 행동을 하는 건 괜찮아요.

 

협동조합 간 협동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협동조합 및 사회적협동조합 연합회가 있습니다(기본법 제71조). 최근 이종 간 협동조합연합회도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되었죠. 또, 연합회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기본법 내에 마련했습니다(기본법 제80조의 2). 특히, 연합회에선 소액 부조사업 등 출자금 범위 내에서 금융사업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두었죠. 그래서 협동조합 간 협동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는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도만 있다고 협동이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그것은 운동의 영역입니다.

 

설립단계~청산단계별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설립단계에서의 차이는 첫째, 협동조합은 신고제이지만, 사회적협동조합은 인가제입니다. 둘째, 협동조합은 누구라도 5명이 모이면 설립할 수 있지만, 사회적협동조합은 사회적 목적에 부합하고 몇 가지 명시된 영역에서 사회적가치를 실현한다고 증명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야 설립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청산단계에서의 차이입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청산 시 잔여 자산을 사적으로 분배하지 못합니다. 사회적 소유인 것이죠. 우리가 사회적협동조합을 지원하는 것은 비영리조직이기 때문입니다. 비영리조직의 가장 큰 특징은 이윤을 배분하지 않는 것이죠. 청산 시에도 잔여 재산 배분을 금지하고요. 일반 협동조합의 출자금은 자본이 아니라 부채입니다. 은행에서 출자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이유죠. 하지만 사회적협동조합의 출자금은 현 제도상으로는 부채이지만, 자본 성격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잔여 재산에 대한 분배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기본법 제104조). 이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비영리조직이기 때문에 지원하는 게 당연해요.

 

- 2부에서 계속

최영환, 정창래, 박창용, 홍원희, 양수연  webmaster@s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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