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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콩비지가 고양이모래로 변신 “제조업으로 내 지역 일자리 만들어요!”『내가(NAEGA)』 박수진 대표

서울 사는 청년들이 지역으로 내려갔다.
누군가에겐 그리운 고향이었고, 누군가에겐 낯선 타지였다.

지역을 떠나는 사람들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지역에 정착하려는 사람들은 어떻게 지역과 어우러져야 할까?
지역과 도시는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며 이웃이 되어야 할까?

그리고 잊고 있던 지역의 가치는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

누군가는 그 방법을 지역의 가치를 잃은 자원에서 찾았다.
누군가는 그 방법을 지역의 가치를 잃은 문화에서 찾았다.
누군가는 그 방법을 지역의 가치를 잃은 공간에서 찾았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방법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가치에서 찾았다.

경북 상주시 아천1리 마을(사진: 소소리 연구소 제공)

서울시와 각 지자체가 협력해 2019년 9월부터 진행한 〈넥스트로컬(NEXT LOCAL)〉 사업이 지난 4월 마무리되었다. 넥스트로컬은 지역의 자원을 연계·활용하거나, 지역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창업모델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다. 1기 사업을 마친 넥스트로컬은 현재 2020년 2기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번 호 특별기획에서는 넥스트로컬 1기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청년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의 미래를 담아 보았다.

 

넥스트로컬 2기
모집 대상: 서울시 거주청년(만19-39세)
활동 기간: 2020년 6월말부터 2021년 2월초
신청 기간: 2020. 5. 11(월) 09:00 ~ 2020. 6.7(일)
신청 방법: www.seoulnextlocal.co.kr 온라인 접수

 

어두운 옷에 검정 넥타이. 2019년 2월 21일 경북 상주시 공무원들이 상복 차림으로 출근했다. 거주인구 10만 명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1965년 26만 5천 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상주시 인구는 이후 5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9년 2월 8일 상주시 인구는 9만 9,986명. 초비상 사태에 직면한 상주시는 ‘내 고장 주소 갖기 운동’을 펼치며, 인구 10만 명을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상주에서 생활하거나 직장을 다니면서도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전입신고를 독려했다. 경북대 상주캠퍼스 기숙사생 등 학생들이 상주시로 주소를 옮기면 학자금과 기숙사비를 지원하는 ‘전입지원금’을 제공하기도 했다.

2019년 3월 26일 상주시 인구는 10만 35명으로 올라섰다. 사상 처음으로 10만 명 선이 무너진 지 46일 만에 인구 10만 명 사수에 성공한 것이다.

상주의 여명(작가: 권화자, 출처: 상주시청)

경북에서 태어나 경북에서 자랐다. 대학을 나오고 석사 학위도 마쳤다. 그런데 내 고장에는 할 일이 없었다. 30년 가까이 살던 곳을 떠나 서울로 갔다. 이곳에서 지역을 떠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친구들은 이미 대학부터 서울로 빠져나갔다.

서울에 올라와 공기업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일하면서 지역에서 자라왔다는 것에 대한 부족함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지역의 인재들이 취업을 위해 낯선 환경의 타지로 떠나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지금은 서울에 있지만, 언젠가 내 고장에서 일하며 안정된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경상도로 돌아가자!

『내가(NAEGA)』는 자연과 동물, 인간이 상생하는 삶을 꿈꾸는 반려동물 브랜드다. 버려지는 농산물 콩비지를 활용해, 건강 체크가 가능한 기능성 반려묘 배변정리용 두부모래를 개발 중이다.

내가의 박수진 대표는 고양이를 키우다가 두부모레 아이템을 발굴했다. 그런데 아이템을 연구하다가 ‘이 사업을 꼭 서울에서 해야 하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물론 유통이나 물류는 서울이 편리성이 높아요. 하지만 연구개발과 제조업을 한다면, 내 지역에서 내 기술을 가지고 제품을 생산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내 지역 사람들을 고용해 떠나야 했던 사람들을 잡고 싶었습니다.”

마침 넥스트로컬 1기 사업이 시작됐고 박 대표는 결심했다.

‘경상도로 돌아가자!’

박 대표가 자리 잡은 곳은 경북 상주였다.

“문경, 상주 지역에는 부모님 대부터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취업할 데가 없어요. 경북 남부지역만 가도 산업단지가 있는데 북부지역엔 아무것도 없죠. 농업에 종사하거나 자영업을 하거나 공직생활을 하는 것 외엔 살아갈 방법이 없습니다.”

     내가 박수진 대표(사진: 김푸르매)            

 

내가(賚佳), 반려묘에게 아름다운 것만 주고 싶은 마음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흙에 구덩이를 파고 용변을 본 뒤에 다시 묻는 습성이 있다. ‘고양이 모래’라 불리는 반려묘 배변정리용 모래는 이 같은 고양이의 습성을 이용해 배설물을 처리하기 위해 바닥에 까는 모래다. 용변이 닿는 즉시 모래가 굳거나 바스러지기 때문에 배설물을 치우기 좋고 배변 냄새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반려묘 배변정리용 모래는 크게 3가지 종류로 나뉜다. 천연 광물질로 만든 벤토나이트, 나무나 종이, 식물분말로 만든 식물유래타입, 실리카겔로 만든 크리스탈이다. 벤토나이트는 가격이 저렴하고 탈취효과가 뛰어나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지만, 가루날림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식물유래타입은 흡수력도 좋고 가루날림도 적지만, 탈취력과 응고력은 약한 편이다. 크리스탈은 강력한 흡수력이 장점이지만, 가격이 비싸고 탈취력이 부족하며 원료 자체의 위험성도 안고 있다.

반려묘 양육비의 30%를 차지하는 배변정리용 모래는 모든 고양이 양육자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박 대표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면서 벤토나이트 모래를 사용했어요. 그런데 모래 먼지 때문에 피부가 상하고 결막염에 걸리는 아이들을 보며 반려동물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했죠.”

박 대표는 2018년 12월 ‘CJ 신소재 오픈이노베이션’ 공모에서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흡수력과 응고력이 좋고 분진발생정도가 낮은 신소재는 반려묘 배변정리용 모래에 딱 적합한 소재였다. 신소재를 활용해 콩비지를 주원료로 하는 친환경 식물유래타입 ‘두부모래’를 개발하면 어떨까? 바로 상용화되진 못했지만, 박 대표의 아이디어는 전국 본선 10위 안에 들 정도로 참신함을 인정받았다.

이후 공모전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창업디딤터에 입주해 제품 연구를 계속하고, 넥스트로컬 사업에도 참여했다. CJ와 함께하지 않으니 신소재는 쓸 수 없었지만, 기능이 향상될 수 있도록 공정을 확립하고, 두부모래를 통해 일상에서 반려묘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내가만의 특화 기술도 개발했다.

“국내에 두부모래가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유통되는 거의 모든 제품이 중국에서 제조됩니다. 차별성 없는 동일 제품으로는 국내 제조 단가를 맞출 수 없어요. 그래서 천연원료를 이용해 고양이의 소변 상태, 즉 단백질, 인산 등 소변의 성분 비율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두부모래를 개발했습니다. 원래 고양이들은 물을 적게 먹을 뿐 아니라 신장 자체가 요를 응축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신장이 많이 상해요. 질병을 진단하는 의약품 역할까지는 바랄 수 없겠지만, 적어도 ‘물을 더 챙겨줘야 할지’를 판단하는 데일리 케어에는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내가(賚佳), 자연에 아름다운 것만 돌려주고 싶은 마음

두부를 만들면 약 30%의 콩비지가 부산물로 나온다. 하지만 콩비지의 수요는 두부의 수요만큼 높지 않다. 더군다나 콩비지는 수분 함량이 높아 보관도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버려지고 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버려진 콩비지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2,300억 원에 이른다.

“버려지는 콩비지를 활용해 두부모래를 만들면 농가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겁니다.”

두부모래 개발 과정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표준화. 원료와 수분 함량에 따라 배합하는 시간과 가열하는 온도 등이 달라지는데, 두부를 만드는 곳마다 콩비지의 상태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공정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계부터 제작·구입할 순 없으니까 반죽기, 건조기, 미니오븐 등 온갖 가정용 전자제품들을 사서 실험해 보았어요. 반죽을 제작해 말려도 보고, 구워도 보고, 자연건조도 시켜보고.

생비지에, 구운 비지에, 얼렸다 녹인 비지에, 집 안이 비지로 넘쳐났죠. 고양이들은 실험 중인 콩비지 반죽이 자기들을 위한 것인 줄 아는지 자꾸 누르려 하고 핥으려 하고 훼방을 놓았고요. 콩비지 엄청 좋아했었는데 이젠 못 먹을 지경이에요.”

고양이들의 기호를 충족하는 것도 과제 중 하나였다. 야생의 습성이 남아있는 고양이들은 대개 흙모래 질감에 가까운 벤토나이트 모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기능성(벤토나이트 모래)인가 안전성(두부모래)인가가 고민일 겁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잘게 부순 작은 사이즈의 두부모래를 개발했어요. 고양이의 기호도 중요한 문제니까요.”

고양이 소변 성분 비율에 따른 두부모래의 색상 변화

 

내가(賚佳), 지역에 아름다운 것만 주고 싶은 마음

현재 내가의 목표는 상주 지역에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지역민을 고용해, 지역 자원으로 만든 제품을 생산·유통하는 것이다.

“상주에서 재배되는 유기농 콩 중 소비되지 못하는 콩비지를 활용해 지역에서 두부모래를 제조할 겁니다. 인재들이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에 제조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상주는 농업 비중이 40%에 달합니다. 농산물 판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후가공을 통해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한다면 지역의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 지역에서 스타트업을 하며 어려움은 없을까?

“물류비랑 유통비가 올라가고, 투자유치도 쉽진 않죠. 무엇보다 창업 초기 팀원을 구하기가 어려워요. 함께하는 팀원들이 있는데 완벽하게 자리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에 내려와 우리 일에만 전념해달라고 할 순 없으니까요. 그래도 저희는 도움 주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내가가 개발 중인 두부모래 시제품(사진: 김푸르매)

연구개발과 제조업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도 꿈꾸고 있다.

“사업이 잘 되면 경북 북부 지역에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만들고 싶어요. 그 안에 반려동물을 위한 유기농 제품들을 판매하는 숍도 만들고, 떠나보낸 반려동물을 추억할 수 있는 반려동물 납골당도 만들고. 친환경적인 지역의 이미지와 반려동물의 힐링이라는 요소를 결합해 지역에 도움이 되는 관광 상품을 기획하는 거죠.

그리고 내가는 무엇보다 지역에서 전문인력을 고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지역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죠. 지역이나 수도권이나 아이들의 잠재력은 똑같은데 접할 수 있는 교육은 차이가 나거든요. 저는 과학을 했으니까, 과학적인 교육을 통해 지역 아이들이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

줄 내(賚), 아름다울 가(佳). 내가(NAEGA)란 이름엔 ‘반려묘에게도 자연에게도 지역에게도 아름다운 것만 주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다. ‘지역’이 각광받고 있는 이 시대에, 로컬 비즈니스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없는지 물었다.

“애착이 있어야 해요. 지역에 대한 애착과 지역민에 대한 유대감이 생겨야 할 것 같아요. 블루오션이랄까, 작지만 개척이 덜 된 시장이란 관점에서 뛰어드는 건 개인적으로 권하지 않아요.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견딜 수 있는 힘은 결국 ‘내가 살아가는 이곳에서, 이곳 사람들과 함께 잘 되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사진 김푸르매, 내가

 

김푸르매 기자  gracia0420@s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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