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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30가지 사회 혁신 실험『줄리엣과 도시 광부는 어떻게 마을과 사회를 바꿀까?』

사회 혁신은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둠을 밝히는 빛나는 별이 되는 일이다. 그 빛나는 별 하나하나가 별자리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사회 혁신이 실현된다. 사회 혁신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p44 참조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기획│윤찬영 지음│바틀비│15,900원

 

가난과 불평등, 고령화와 청년 세대의 기회 상실, 환경오염과 자원 고갈, 인종 그리고 계층 갈등...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도 인류는 풀리지 않는 숱한 문제들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세상은 정말 나아질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도는 곳곳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기구와 정치 지도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한 시민들과 자그마한 단체, 벤처기업, 익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펼치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 브랜드별로 정리해볼까

2018년 한 해 동안 6개 대륙, 42개 나라에서 모두 239차례에 걸쳐 BFFP(Break Free From Plastic)라는 행사가 열렸다. 
‘플라스틱에서 벗어나자’는 이 캠페인에는 약 1만 명이 참여해 거리와 공원, 강과 바다 등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치우는 일에 힘을 보탰다. 이들이 모은 쓰레기의 양은 18만 7,851개. 이렇게 모은 쓰레기들 가운데 버려지기 전의 상품 브랜드를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을 따로 모아 하나하나 개수를 세고 기록했다. 가장 많이 버려진 브랜드는 8,216개를 기록한 코카콜라. 뒤를 이은 건 펩시코와 네슬레였다. 이들 세 기업의 쓰레기가 전체 (브랜드를 알아볼 수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14%를 차지했다. 북미에선 64%, 남미에선 70%, 유럽에선 45%가 이 세 기업에서 만들어낸 쓰레기였다. 시민들의 활동은 기업의 책임을 일깨웠다. 이 행사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브랜드 순위 3~5위를 차지한 네슬레, 글로벌 식품기업 다농, 제과업체 몬델레즈 인터내셔널은 2025년까지 모든 제품의 포장을 재활용 가능한 재질로 바꾸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p287 참조


드론, 혈액을 싣고 하늘을 날다

경상도만한 땅에 1인당 GDP는 764달러(2017년 기준)에 불과한 아프리카의 작고 가난한 나라 르완다. 국제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르완다에서는 344명의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1명의 산모가 죽는다. 이는 미국의 20배이고, 유럽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보단 97배나 높다. 이 가운데 26%는 과다출혈 때문이다. 르완다에는 35개 지역 병원과 478개 건강센터가 있지만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르완다 정부도 국제 원조기구도 아니었다. 드론으로 이 나라 곳곳에 혈액을 실어 나르는 ‘무인 항공공급 체계’를 구축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집라인(Zipline)이었다. 집라인은 2016년 르완다 정부와 계약을 맺고 무항가 지역의 옥수수 밭에 첫 혈액공급센터를 세웠다. 세계 최초였다. 드론 13개로 시작했고 직원도 대부분 르완다인을 채용했다. 한 번 비행에 150㎞를 날 수 있는 드론은 르완다 전역에 30분 안에 혈액을 실어 나를 수 있다. 2016년 10월 처음 날아오른 드론은 1년이 조금 넘는 동안 약 4,000회, 거리로는 약 30만㎞를 비행하며 7,000개의 혈액 팩을 12곳의 의료기관에 꾸준히 공급했다. 이 가운데 3분의 1은 환자가 목숨을 잃을 뻔한 응급상황이었다.   p198 참조


사회혁신, 모두가 변화의 주체가 되다

『줄리엣과 도시 광부는 어떻게 마을과 사회를 바꿀까?』는 다양하고 참신한 사회 혁신의 현장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본 책이다. 기술과 네트워크가 발달하고, 시민-행정-기업 간 협력이 높아지는 흐름 속에서 시민, 자본, 기술, 행정, 플랫폼 모두가 주체가 되어 사회를 변화시켜나가는 모습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예컨대 제1장 ‘도시의 풍경을 바꾸다’에서는 죽은 항구도시에 환경 유토피아를 건설한 네덜란드 데 퀘벌,  거주자우선 주차제도를 공유 주차제로 대체한 독산4동, 웨이스티드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들끼리 사귀고 배워가며 쓰레기를 절감한 암스테르담 등 주민의 참여로 마을을 바꾼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그런가 하면, 제3장에서는 기술이 사회 혁신에 참여하는 사례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대단히 첨단적이거나 고급 기술이 적용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간단하게 안질환을 진단하는 장비 등 시민의 품에 돌아온 이른바 ‘적정 기술’의 활약상을 만나볼 수 있다.
책 제목에 등장하는 ‘줄리엣’은 네덜란드 데 퀘벌의 도시재생 실험에서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 화폐의 이름이다. 공동체가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 에너지를 더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가상화폐인데, 에너지 단위인 줄(Joule)에서 따와 ‘줄리엣(Jouliette)’이라고 이름 붙였다.
‘도시 광부’는 우리나라 구로구 독산4동에서 쓰레기 재활용을 돕는 시민들이다. 재활용과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등장했지만, 이제는 시민과 행정을 잇는 가교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한국의 사회 혁신, 어디쯤 와 있을까

미국과 유럽은 이미 21세기 초부터 사회 혁신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하면서 백악관에 ‘사회 혁신 및 시민참여국’을 마련했고, 같은 해 유럽연합에선 사회 혁신이 정책 어젠다로 자리 잡았다. 예전 같으면 행정의 손길에만 맡겨두거나 시장 논리로 접근했을 많은 사안들이 시민과 행정, 기업과 연구소, 온라인 플랫폼과 기술적 개선을 통해 변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사업에 투자하는 이른바 임팩트 투자의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GIN, 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에 따르면, 질문에 답한 225개 투자자들은 2017년 현재 1만 1,136개 사업에 약 355억 달러(약 60조 원)를 투자했으며, 2018년 임팩트 투자 예상 규모는 직전 해보다 8% 늘어난 약 384억 달러(약 43조 원)로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우리 사회에서 사회 혁신은 아직 낯선 개념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사회혁신수석’이 만들어지고(1년 만에 시민사회수석으로 바뀜), 행정안전부에 ‘사회혁신추진단’이 꾸려지는 등 세계적인 흐름을 수용하려는 움직임은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많이 이르고, 무엇보다 사회 혁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낮은 실정이다. 
사회 혁신의 다양한 길과 방법을 검토하고, 유럽 사회혁신대회(Europe Social Innovation Competition)를 비롯해 최근 유럽 지역의 성과까지 상세히 소개한 이 책이 향후 한국의 사회 혁신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데 든든한 좌표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경민 기자  koala@s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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