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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나,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교육을 위하여김철원 이우학교장
  • 손호연, 연제은, 임도희(SEN)
  • 승인 2020.02.2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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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 Student Club(Social Enterprise Network Student Club, SSC, 센, 이하 ‘SEN’)』은 사회문제에 대한 이해와 공감,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꿔나가는 솔루션에 주목하여 스터디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회혁신비즈니스 동아리다. 『사단법인 SEN』 산하에 있으며, 2019년 현재 경희·성균·성신·숙명·이화·연세(원주)·중앙·한양 8개 대학이 연합해 활동하고 있다. 

홀수 달마다 진행하는 ‘SEN TALKCONCERT’에서는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혁신가들과 소통하며, ‘모든 사람들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세상’을 꿈꾼다. <청년이 만나다>에서는 SEN에서 직접 기획한 토크콘서트를 통해 청년들이 만난 사회 혁신가들을 소개한다.

SEN TALKCOMCERT 기획단

백가영, 손호연, 윤영제, 이상엽, 이정연, 이정현, 이정은, 임도희

 

당신의 학창시절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는가?
어린 시절의 미소를 고등학교 교실까지 
가져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당신이 한 선택에 언제나 당신이 있었는지 그 선택은 정해진 틀 속에서만 이루어진 게 아니었는지 이제는 한 번쯤 돌아봤으면 한다.

그리고 이처럼 정해진 틀 안의 선택지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택하기 위해우리에겐 꿈을 재단하지 않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교육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2019년 3월 SEN TALKCONCERT의 주제는 ‘제 꿈은 몇 점인가요?’다.
 

남들과 똑같은 길을 무작정 따라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남들과 다른 대안적인 길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이우학교’는 바로 후자의 길을 걷는 학교다. 기존 교육 시스템의 밖에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려는 이우학교의 경험은 그래서 소중하다. 이우학교 김철원 교장을 만나 이우학교의 교육철학과 그 방법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이우학교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우학교가 교육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2003년 9월 1일 개교한 이우학교는 다른 사립학교들과 달리,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1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만든 학교입니다. 저희 학교는 법적으로 인가받은 특성화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이루어져 있는데, 중학교는 20명씩 여섯 반, 고등학교는 20명씩 네 반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더불어 사는 삶”을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고, 이 점을 어떻게 교육과정에 녹여낼지 많이 고민합니다.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저희 학교는 세 가지 원리를 강조합니다. 첫째, 공공성을 중시합니다. 공공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거죠. 이에 학생들에게 사교육 포기각서를 작성하고 입학하도록 안내합니다. 둘째, 공동체성을 강조합니다. 함께 참여하여 민주적으로 학교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 교사·학생·학부모가 3주체로서 학교의 공동주인이라고 인식하며 학교를 운영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우학교가 추구하는 공동체성을 가장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학생들의 대자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배운 점에 대해 본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학교의 올바르지 못한 점들을 대자보를 통해 공론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성(姓)인권 의식이 사회적으로 향상되기 전부터 이우학교는 성 인권 의식에 대한 대자보를 붙이는 등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본인들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학교가 되도록 노력해왔습니다. 셋째, 대안적인 교육을 추구합니다. 이우 학교는 기존 교육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학교이기 때문에, 기존 관습을 당연시 하지 않고 항상 의문을 갖고 고칠 부분은 고치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기성 교육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그 대안으로서 이우학교에서는 어떤 교육과정을 제공하나요? 

기성 교육에서 제시하는 성공의 길이 한정적이라는 점, 이로 인해 그 길을 가지 못한 (혹은 가지 않은) 아이들을 실패자로 단정 짓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실패자로 인식하면 자기혐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저희 학교에서는 아이들마다 잘하는 것들을 최대한 발견하고 이끌어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우학교 운영 과정에서 학부모들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학교가 학부모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우학교는 학부모를 학교 운영의 중요한 주체 중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더 좋은 어른으로서 올바른 지향점을 가지도록 학부모 대상의 교육을 진행합니다. 학부모 대상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들이 졸업 후에도 부모로부터 지지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에요.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삶의 역량이 커가는 것을 보면서 자신들의 변화도 함께 느낍니다. 그리고 성적 외의 다른 가치들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에 대해 학부모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입니다. 처음부터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들도 있고, 서서히 참여도가 높아지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사회가 불안해지다 보니 사회의 변화에 대한 관심보다 대안교육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는 분들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학부모는 더 나은 교육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교내에는 학생들의 생각이 담긴 대자보와 그에 대한 교사들의 답변이 함께 붙어 있다. (사진: SEN)

학생을 대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시하나요? 

저는 학생들과 만나는 그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아이들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아이들의 생각과 관점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고충이나 요청을 잘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학교에서 있는 모든 일의 시작이 아이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수업에도 들어가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 하고, 아이들과 가장 자주 만나는 선생님들께도 여쭤 봐요. 아이들의 상황을 최대한 많이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장실 문에는 교장 선생님에 대한 바람을 적은 아이들의 메모가 빼곡히 붙어 있다. (사진: SEN)

학교를 운영하며 가장 어려우신 점은 무엇인가요?​

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때는 구성원들이 흔들릴 때인 것 같습니다. 물론 학교에는 수업할 교실이 부족한 문제라든가, ‘귀족학교’라 불린다는 점 등의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그런 어려움들보다는 구성원 내부가 흔들릴 때가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구성원들이 흔들린다는 것은 구성원들이 냉소적인 입장이 되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학교를 운영하다 보면 여러 교사들이 가끔은 냉소적이고 위압적인 태도로 불안감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음속의 냉소나 위압을 터뜨리는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절대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또 구성원들 내면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 개인의 삶에 무엇이 중요한지 함께 논의합니다. 학부모들을 대할 때에도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기보다는 부모라는 타이틀 없이 온전히 자기 자신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우학교식 교육이 우리나라 현실에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러기 위해선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저희는 2003년도에 개교했고, 개교할 때의 꿈이 공교육 혁신의 모델이 되는 것이었어요. 너무 거창하죠?(웃음) 학교가 서울 근교에, 소위 사교육 2번지라고도 불리는 ‘분당’에 만들어진 이유는 어떻게 보면 고립되어 있지 않고 열린 상태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공교육과의 교류를 지속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어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감수하면서, 저희 나름대로는 ‘정상적인’ 학교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학교운영, 학생들의 인권 문제, 교육과정 등 학교의 본질을 정상적으로 다루자는 목표를 바탕으로 출발했습니다.
학교 혁신을 고민하는 학교들에게 이우학교가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영감을 주고 콘텐츠를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우학교에서 했던 것을 모델로 삼은 학교도 있고, 이제는 그런 곳들 또한 자가발전을 하며 성장해 나가고 있어요.
개교 초기에 이우학교가 하려고 했던 역할은 학교 운영, 교육과정, 교사문화, 학생 인권 존중 등 여러 가지 영역에서 저희가 원하는 것들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최근에는 공교육 혁신의 모델이라는 말을 저희는 사용하지 않아요. 대신 ‘미래학교’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오히려 제도나 정책의 변화가 아니라, 마을 속에서 마을과 함께 학교가 장기적으로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청년세대가 대학이라는 길뿐만 아니라 직업세계, 일터 등의 다른 길 또한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가능성을 학교가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단순히 제도나 정책의 변화가 아니라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역할을 학교가 어떻게 해낼 것인가 고민하는 전환점에 있는 것이지요. 학교 전체적으로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고 봐요. 그래서 올해 겨울 연수 때 교사들이 여섯 개의 팀으로 나뉘어 학교 밖을 다녀왔습니다. 문래동 예술공장, 하자센터 등 대안적인 실험과 시도들을 해나가는 곳들을 방문했습니다. 이렇게 앞으로도 교사들이 지속적으로 배워 나갈 예정이에요.
수업이 있고, 가르쳐야 할 내용이 있고, 배우는 아이들이 있는, 이런 전통적인 수업과 학교의 형식 자체를 파괴해나가면서, 학생들이 학교 밖에 있는 다양한 사람, 장소, 활동과 연계해나갈 수 있도록 천천히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여전히 공교육과 다른 학교들과 연계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면서도, 이우학교는 이우학교만의 포지션을 가지고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선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최종적으로 어떤 학교를 만들고 싶으신가요?

아이들도 특히 고3 때 많이 궁금해 해요. 자기를 왜 뽑았냐고.(웃음) 기준이 없는 것이 기준입니다. 이것 때문에 오해를 받는 경우도 종종 있었죠. 예전에 어떤 반에서 둘이 이우학교 입학  시험을 봤는데, 반장은 떨어지고 소위 말하는 ‘놀기 좋아하는’ 친구가 붙었어요. 이런 경우에 사람들은 기준이 무엇이냐고 많이 궁금해 해요. 저희는 부족하고 서툴러도 어느 부분에서 가능성이 보인다면 그 아이를 선발합니다. 면접을 보면서 그 친구가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에 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누어요. 그리고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그 장점이 성장할 수 있을지 잠재력을 읽어내려고 노력하죠. 선발 기준이라면 그 친구가 가진 장점과 학교와의 궁합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철원 이우학교장이 2019년 3월 SEN TALKCONCERT에서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 교육과정의 변화를 꿈꾸며 앞서 나가고 있는 분으로서, 이우학교식 교육과 같은 혁신 교육을 꿈꾸는 교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교사 연수를 할 때 제가 늘 강조하는 것은, 교사들이 시대를 이해하는 것, 시대와 사회와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에요. 교사들은 학교와 교실, 자기 수업 속에 갇히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가르침의 의미가 뭔지, 학생들이 그걸 왜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수업이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습의 방법은 무척 다양합니다. 하지만 방법보다 중요한 게 의미를 묻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지금 가르치는 지식과 역량, 인성 이런 것들이 이 시대에 왜 중요한지, 아이들이 앞으로 세상을 살아나갈 미래에 왜 필요한지, 그리고 이 사회를 바꾸고 변화시키는 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런 질문들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수업을 시작할 때 처음 칠판에 쓰는 말이 ‘문학이란 무엇인가’였어요. 그런데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겪고,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칠판에 썼는데 45분 동안 수업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질문으로는 세월호의 무게를 견딜 수 없었거든요. 세월호 참사를 겪고 있는 아이들과 내가 이런 정도의 질문의 무게를 가지고 뭘 하려고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래서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바꿨습니다. 질문이 바뀌어가는 그 과정 자체가 지금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아이들과 나 그리고 이 수업이 어떻게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담았던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교사들이 좀 더 많이 생각했으면 하는 첫 번째는 의미 묻기입니다. 나의 교육활동의 의미, 아이들 배움의 의미, 내 수업이 사회 속에서 갖는 의미에 관해 계속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와 관련해서 자크 데리다의 《조건 없는 대학》이라는 책을 보면, ‘가르치는 것이란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저자는, “가르친다는 것은 내용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인 약속이다”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가르치기 위해서 싸우고 헌신을 한다는 얘기입니다.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이 점점 옳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아이들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겉으로 드러내는 것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려고 하는 태도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이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교사 스스로의 내면에서 이해하지 못하면, 직업으로서 교사 생활을 하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아이들이 가지는 갈망은 좋은 어른을 보고 싶은 거예요. 저는 이 두 가지를 계속 가져가고 싶고, 가져가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더 나은 한국 교육을 꿈꾸며 노력하는 청년들에게 한 말씀만 부탁드릴게요.

어른들이 잘하면 되는 것 같아요. 어른들이 자주 모여서 우리가 사회의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희 학교만 봐도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많은 소모임과 프로젝트를 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거든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홀로 외로워지거나 고독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의외로 우리 사회에는 자신이 가진 건강한 꿈을 가꾸는 사람들이 많고, 그것을 시도하고 실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과 함께 경험해나가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또 하나, 자기혐오와 자기착취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더 많이 노력했어야 했는데”, “내가 해서 그런 거다”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 이 기사는 SEN 토크콘서트 인터뷰를 일부 재구성한 것이며, 인터뷰 전문(원문)은 토크콘서트 블로그(blog.naver.com/sentalk)에 소개되었습니다.

인터뷰·글  손호연, 연제은, 임도희(SEN Student Club)
사진  김푸르매, SEN

손호연, 연제은, 임도희(SEN)  koala@s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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