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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교육과 취업, 어떻게 풀까?이범 교육평론가
  • 윤영제, 이정연, 정지윤(SEN)
  • 승인 2020.02.19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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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 Student Club(Social Enterprise Network Student Club, SSC, 센, 이하 ‘SEN’)』은 사회문제에 대한 이해와 공감,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꿔나가는 솔루션에 주목하여 스터디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회혁신비즈니스 동아리다. 『사단법인 SEN』 산하에 있으며, 2019년 현재 경희·성균·성신·숙명·이화·연세(원주)·중앙·한양 8개 대학이 연합해 활동하고 있다. 

홀수 달마다 진행하는 ‘SEN TALKCONCERT’에서는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혁신가들과 소통하며, ‘모든 사람들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세상’을 꿈꾼다. <청년이 만나다>에서는 SEN에서 직접 기획한 토크콘서트를 통해 청년들이 만난 사회 혁신가들을 소개한다.

SEN TALKCOMCERT 기획단

백가영, 손호연, 윤영제, 이상엽, 이정연, 이정현, 이정은, 임도희

 

당신의 학창시절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는가?
어린 시절의 미소를 고등학교 교실까지 
가져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당신이 한 선택에 언제나 당신이 있었는지 그 선택은 정해진 틀 속에서만 이루어진 게 아니었는지 이제는 한 번쯤 돌아봤으면 한다.

그리고 이처럼 정해진 틀 안의 선택지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택하기 위해우리에겐 꿈을 재단하지 않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교육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2019년 3월 SEN TALKCONCERT의 주제는 ‘제 꿈은 몇 점인가요?’다.
 

우리나라 청년 취업문제는 교육문제와 긴히 맞닿아 있다. 즉, 청년들이 사회로 내몰리기 이전인 교육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청년문제를 이해하는 기본바탕이 된다. SEN은 교육현장이 현재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교육 시스템의 바람직한 상(象)은 무엇인지를 이범 교육평론가(전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에게 들어보았다. 


우선, 우리나라 교육현실 전반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계신가요?

우리나라 교육은 경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런데 이 경쟁이 2000년대를 기준으로 그 전과 후가 양상이 서로 다릅니다. 2000년대 이전에는 경쟁의 양상이 출세 경쟁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잘 되기’ 경쟁이었단 얘깁니다. 한국에서 일찌감치 출세 경쟁이 나타난 이유는, 자산 평등이 잘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농지 개혁을 통해 자산을 갖게 된 국민들이 자녀들을 대학에 보낼 수 있는 여력을 갖추고, ‘논 팔고 소 팔아 애들 대학에 보냈다’라는 말이 등장하게 되었단 말입니다. 1960년 이후 경제성장을 통해 소득이 늘면서 교육 경쟁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납니다. 물론 대학 서열이 심했다는 점 또한 경쟁을 심화시킨 또 다른 요인이었죠. 그러다 2000년대 이후로는 신자유주의와 연관되는데,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출세 경쟁에 공포 경쟁이 더 추가됩니다. 타인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는 경쟁,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경쟁이 덧붙여진 것입니다. 

1994년 수능시험의 도입과 1995년 ‘5.31 교육개혁’과 함께 한국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교육 환경의 변화가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수능시험 도입과 5.31 교육개혁은 모두 미국 모델을 따른 것입니다. 객관식 시험의 기원인 여론조사와 지능지수(IQ) 테스트는 모두 미국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형식이 한국 교육에 영향을 주게 된 것입니다. OECD 36개국 중 대학입시 시험이 객관식인 국가는 몇 없습니다. 대부분 논술형 문항이에요.
수능시험을 창시한 박도순 전(前)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의 인터뷰를 보면, 학교에서의 교육 능력과 다른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수능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미국은 “학교는 입시교육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입시교육을 해주면 안 된다”라는 취지에서 대입 시험을 공교육과 분리했는데요, 바로 이런 점에서 수능시험이 미국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죠. 유럽은 미국과 달리 학교에서 입시교육을 모두 제공하는데, 한국보다 좋은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평가문항이 논술형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 입시 교육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수능은 미국식이죠. 평가문항이 객관식인 점, 그리고 고교 교육과정이 수능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 등에서 그렇습니다. 
5.31 개혁에서 강조하는 것은 자율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율의 주체가 개인인가 기관인가 하는 것입니다. 5.31 개혁은 개인의 자율보다 기관의 자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대학과 고등학교에 자율을 주었습니다. 고등학교 자율의 대표적인 예가 
‘자율형 사립고’의 등장입니다. 그리고 대학교 자율의 대표적인 예가 ‘수시입학 제도’의 등장이죠. 수시에서 특기자 전형, 논술 전형 등 다양한 전형들이 만들어졌으며 입학사정관제와 학종의 도입도 이러한 변화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프레임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기관의 자율보다 개인, 특히 학생에게 자율을 주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배울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죠. 우리나라는 기관의 자율만 인정할 뿐 개인의 자율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대학 자율의 명목으로 대학 입시가 더 혼란스러워지고, 고교 자율을 명목으로 학생 개인의 배움을 다양화하기보다 다양한 배움을 위해 특정 고교에 진학해야 한다는 모순이 발생하게 됩니다. 창의성의 원천은 개인이고, 개인의 자율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그런 교육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 개인의 자율도 필요합니다. 현재와 같은 교육 상황에서는 창의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가 없는 것이죠. 기관의 자율만 강조하고 개인의 자유는 억압됩니다. 자율의 주체가 개인이냐 기관이냐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경쟁이죠. 경쟁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절대평가에는 등급제와 원점수제가 있습니다. 최근 수능 성적표에는 원점수가 나오지 않고 표준점수와 석차등급이라는 상대평가 지표만 제시됩니다. 절대평가적 요소를 상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학교의 모든 내신이나 대입시험은 절대평가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등급제도 있고, 원점수제도 있습니다. 등급제의 경우 원점수로 몇 점 이상을 받으면 특정한 등급을 받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내신 절대평가를 시행하기 어려워요. 그 어떤 선진국의 좋은 교육제도를 가져오려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시행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이범 교육평론가가 2019년 3월 SEN TALKCONCERT에서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왜 절대평가나 고교학점제 등을 도입하기 어려운가요?

앞서 말했듯이 경쟁이 너무 심하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경쟁 때문에 선진 교육제도를 도입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절대평가가 도입되어야 합니다. 바로 ‘선택의 왜곡’을 막기 위함입니다. 여러분 학생 때를 생각해보세요. 문과였다면 왜 《경제》를 선택하지 않았고, 이과였다면 왜 《물리》를 선택하지 않았나요? 흔히 선택자가 적어서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엄밀히 말해 틀린 얘기고, 《경제》나 《물리》 선택자 중에는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과목을 선택하면 상대평가 하에서 불리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선택을 꺼리게 되는 것이죠. 수능이나 내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절대평가를 기반으로 고교학점제가 도입되어야 합리적 선택이 가능하게 되고,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지게 된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내신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여태까지 상대평가 내신으로 인해 불리했던 강남 학생들의 불리함이 없어지는 거죠. 그러면 강남으로 사람들이 더 몰리고, 당연히 집값이 상승하게 되어 있고요. 이렇게 여러 부분이 연결되어 있다 보니 아무리 좋아 보이는 교육제도도 도입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경쟁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경쟁의 원인은 대학의 서열화와 노동시장의 양극화 이 두 가지입니다. 2000년대 이후 경쟁 과열에는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크게 영향을 미치죠. 사회학자들은 좋은 일자리와 그렇지 않은 일자리 비율을 25%와 75%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25%의 좋은 일자리를 얻는 방법은 대기업 및 중견기업 공채에 합격하는 것인데, 이곳의 커트라인이 대략 ‘인(In)서울’과 ‘지거국(지방 거점 국립대)’입니다. 25%로 가고 싶으면 대기업 혹은 중견기업에 들어가야 하고, 그러려면 인서울 또는 지거국엘 가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해지면서 경쟁의 양상이 달라지는 것이죠. ‘출세 경쟁’은 과거부터 있었던 것인데, 지금은 그 경쟁에 75%가 되지 않기 위한 ‘공포 경쟁’이 겹쳐진 거예요. 노동시장 양극화로 인한 경쟁 압력은 쉽게 해법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해법에 대해서 학자마다 견해가 다르고, 다양한 해결책과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대학 서열의 문제는 해결이 가능합니다. 기존에 제시되었던 국공립 통합 네트워크와 같은 공약들은 실현에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지방에는 국립대학교가 꽤 있는 반면, 서울 및 수도권에는 적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전국 수험생의 절반이 있지만 국공립대 정원이 수험생의 3% 밖에 안 됩니다. 국공립대 비율의 편차가 너무 심하고 서울 수도권에 국공립대학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동입학제 등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죠. 그래서 결국에는 사립대를 이 시스템에 끌어들여야 하고, 어떻게 끌어들일지 파악해야 합니다. 사립대의 학생선발권을 박탈하는 것은 위헌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사회적 타협이 필요한 상황인데, 저는 학생선발권의 공동 구매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 1인당 1억 원에 상당하는 재정 지원을 매년 대학에 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서울대는 2,200억 원, 연세대는 1,600억 원, 경북대는 1,100억 원을 주자는 겁니다. 앞으로 곧 고졸자가 45만 명으로 줄어들 텐데, 15~20만 명을 수용하는 공동선발 시스템을 만들면 대입 경쟁을 현저히 줄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데 정부 예산의 1%, 5조 원 정도가 들어갑니다.


정부에서 돈을 주고 대학으로부터 얻은 입학권을 수험생들에게 어떻게 분배를 해야 공평해지고 경쟁을 줄일 수 있을까요?

전공을 정한 뒤 캠퍼스 배정은 선지원 추첨제로 하고 (지방대 등을 고려하여) 집에서 가까운 곳에 지원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할 수 있습니다. 캠퍼스 배정은 추첨 외의 다른 방법도 고려할 수 있는데, 몇 가지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으로는 인기대학 경쟁은 막을 수 있는데, 인기전공 경쟁은 막지 못합니다. 인기전공일수록 커트라인이 높아질 겁니다. 하지만 전공별 선발 인원이 워낙 많기 때문에, 지금 인기대학 전공별 커트라인보다는 현저히 낮아지겠지요. 그래서 경쟁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그 밖에 더 필요한 것들은 없을까요?

대학은 재정지원을 받는 대신 학부교육의 일정 수준은 지켜야 해요. 학생별 교수 비율이나 교육시설 등에 있어 교육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하한선을 만들어놓아야 합니다. 그 하한을 확보하고 남는 돈은 연구비에 쓰도록 하는 것이죠. 그러면 학부교육 여건이 이미 좋은 대학은 연구비 투자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고, 학부교육 여건에 우선 돈을 써야 하는 대학은 연구비 투자를 상대적으로 적게 하게 되겠죠. 이에 따라 연구중심 대학과 교육중심 대학이 자연스럽게 분화될 것입니다. 물론 이 방법으로 ‘대학 서열’로 인한 경쟁은 줄일 수 있지만 ‘노동시장’으로 인한 경쟁은 줄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경쟁의 시기를 대학 입학 이후로 늦출 순 있어요. 그런 상황이 된다면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위한 여러 제도, 예를 들어 앞에서 얘기한 내신 절대평가라든가 논술형 시험, 그밖의 창의적 교육을 위한 여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런 제도들은 아까도 말했지만 대입경쟁이 너무 심해서 지금 당장 도입하기는 불가능한데, 공동선발제로 대입 경쟁을 확 줄일 수 있으면 이런 제도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앞으로 10년 후면 학벌주의가 완화될 것이라 이야기하셨는데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기업의 채용이 수시채용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신입 사원을 뽑을 때 주로 정기 채용으로, 몇백 명씩 뽑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뽑으면 고민거리가 생깁니다. 회사에 들어가 몇 달 동안 교육 훈련을 받은 이후 직무에 배치되기 때문에, 당장 신입사원을 뽑을 때 이 사람이 무슨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고 뽑게 되는 거죠. 그럼 당연히 학벌을 보게 되고, 무엇이든지 잘할 것 같은 사람, 흔히 말하는 ‘스펙’이 좋은 사람을 뽑게 되는 거죠. 정기채용 문화가 강할수록 학벌과 스펙 위주로 뽑게 됩니다. 스펙 위주 사회가 등장한 것도 2000년대 이후입니다. 정기채용과 구직난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결과죠.
정기채용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교육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 비용을 줄이고 싶어 합니다. 그렇다면 특정 직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되겠지요. 이것이 바로 수시채용입니다. 수시채용의 특징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알고 뽑는다는 겁니다. 따라서 학벌과 스펙보다는 전문성을 중심으로 뽑게 되죠. 지금 이런 움직임이 많이 나타나고 있어요. 판교의 많은 소프트웨어 회사에 가보시면 출신학교가 굉장히 다양하고, 고졸자도 적지 않습니다. 현재는 IT 업계가 수시채용 경향을 가장 많이 보여주는데 이런 현상들은 곧 대기업으로도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올해부터 100% 수시채용으로 전환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정기채용에서 수시채용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이라 예측은 했지만 이렇게 빠르고 과감하게 할 줄은 몰랐거든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수시채용에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까요?

수시채용에 대비하려면 가장 중심인 전문성을 길러야 하는데, 전문성을 위해서는 기술과 경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를 하게 되면 재고관리를 해보세요. 조리 같은 것은 매뉴얼대로 하면 되지만 재고관리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물류가 어떻게 관리되는지 그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 것을 이해하게 되면 신규 매장을 어디에 내야 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어요. 사소하게 생각할 수 있는 알바지만 나름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해요. 꼭 전문 분야에서 일을 해본 경험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중고생 입장에서는 그런 전문성을 기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것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해요. 먹는 것을 좋아하면 식당 아저씨도 사귀어보고,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도 가보는 거죠.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면 딜러를 사귀어보고, 카센터에 가보고, 차 수리도 옆에서 지켜보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학생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어리게 보니까 어리게 크는 거예요. 아이들을 많이 관리하는 문화가 지배적이다 보니 아이들의 자율성도 줄어들었어요. 본인 판단에 의해 해본 것이 없는 것이죠. 586 세대도 똑같이 주입식 교육을 받았지만 꽤 창의적인 사람이 많은 이유는 어릴 적에 현재보다는 자율성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게임처럼 중독성 있는 것만 통제하고 나머지는 아이들에게 자율로 맡겼으면 합니다.


공포 경쟁 때문에 현재 입시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공포 경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공포 경쟁의 원인은 양극화인데요, 양극화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갑질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사이의 평균연봉 차이가 굉장히 커요. 그러면 지원자는 당연히 대기업 또는 원청업체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죠. 대기업은 높은 품질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잘나가기도 하지만, 단가 후려치기라든가 기술 탈취 등 하청업체들에 갑질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하청업체의 영업이익률을 15년 간 조사한 자료를 보면, 한 번도 올라간 적이 없고 계속 내려갑니다. 예외적으로 올라간 업체를 보면 재벌 후계자가 지분을 가진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경우이고, 나머지 하청업체들은 계속 영업이익률이 내려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모두가 대기업을 찾게 되는 것이고, 중소기업 혹은 하청업체에서 일하지 않기 위해 서로 경쟁을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노조의 불균형한 분포입니다.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이 몇 퍼센트인 줄 아시나요? 고작 10%밖에 안 됩니다. 이 수치는 세계적으로 낮은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노동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노조조차도 원청업체 또는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정말로 노조가 필요한 하청업체나 중소기업에는 잘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죠. 거시적으로 본다면 이런 노조의 불균형한 분포가 기업 간 격차를 심화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세계화, 특히 중국의 세계경제 편입입니다.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 편입된 것은 세계적인 사건입니다. 중국 때문에 전 세계 평균 인건비가 확 내려갔거든요. 우리나라 중소기업이나 제조업이 어려워진 것도 중국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 이 기사는 SEN 토크콘서트 인터뷰를 일부 재구성한 것이며, 인터뷰 전문(원문)은 토크콘서트 블로그(blog.naver.com/sentalk)에 소개되었습니다.

인터뷰·글  윤영제, 이정연, 정지윤(SEN Student Club)
사진  김푸르매

윤영제, 이정연, 정지윤(SEN)  koala@s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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