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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세월호 참사 5주기 추념전> 열린 서울 순례길

2019년 4월 안산과 서울에서 <안전 사회를 위한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념전: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가 열린다. 3일(수)부터 16일(화)까지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추념전에서는 참사 이후 5년의 시간선을 따라 사건의 기록과 작품들이 뒤섞인다. 이어 9일(화)부터 21일(일)까지는 촛불집회의 중심지였던 서울 종로구 일대의 공간들을 잇따라 방문하는 순례길 형식의 전시가 펼쳐진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와 재난에 대한 생각뿐 아니라 우리의 온 감각을 뒤흔들어 놓았다. 늘 보던 평범한 사물, 색깔, 사람, 사건들이 이전과 달리 보이기 시작했고, 촛불집회부터 정치적 약자들까지 주변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세월호는 그저 배 한 척이 아니었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뒤흔들어 놓은 바다 그 자체였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던, 애타게 바다만 바라보던 사람들은 ‘우리가 바라만 보던 대상이 곧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모든 것이 우리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바다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스스로 바다가 되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는 지금, 누군가는 이 모든 기억을 종료시키고 망각으로 빠져들길 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이들과 규명되어야 할 진실과 아물지 못한 상처의 치유라는 크고 무거운 숙제들이 남아있다.

전시의 제목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논의를 짧은 애도로 끝맺지 말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긴 노력으로 이어가자는 의미다. 망각을 공식화하고 애도의 마디를 서둘러 그어버려도, 우리의 세상은 세월호 이전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는 여느 추념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징이 있다. 세월호를 전혀 언급하지 않거나 심지어 참사 이전에 만든 작품들도 전시된 것. 그 안에서조차 세월호를 발견한 관객들은 우리가 왜 애도를 멈출 수 없는지, 혹은 애도만으로 멈출 수 없는지 묻게 된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바다는 가라앉지 않기 때문이다.

 

공간일리, 순례길의 시작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2길 17-2 3층 www.space12.gallery

공간일리는 서촌 일대 전시 공간을 잇는 순례길의 시작점이다. 작가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직접 언급하고 있지 않음에도, 그날 이후 돌이킬 수 없는 감각으로 인해 세월호 참사와 연관 지을 수밖에 없는 작품들과 마주하게 된다. 교복 입은 학생들, 앳된 얼굴들, 절박한 순간의 요청, 열어보아야 하지만 두려운 덩어리진 실체, 한 줌의 불빛 등 파편적 단서들의 이미지는 우리의 변해버린 감각을 통감하고 인정하게 만든다.

참여작가: 이우성, 이해민선, 장서영, 주황, 최진욱

최진욱, 북아현동 3, 2011,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채, 97x130.3㎝

세월호 이전에, 세월호와 무관하게 그려진 작품이 세월호 참사 이후 뒤집혀버린 우리의 감각을 깨운다. 지독히 낯선 감각으로 그려졌기에, 대수롭지 않았을 하굣길이 다시 보이고,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사람들의 기억과 정서를 강제로 소환한다. 참사의 당사자들을 외면할 수 없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이전과 같아질 수 없다.

 

통의동 보안여관, 그날 이전과 이후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33 www.b1942.com

통의동 보안여관의 전시는 두 축으로 구성된다. 구관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의 대비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정덕현, 황국, 2015, 종이에 목탄, 먹, 호분, 193.9x130.3㎝

고착된 사회 구조가 엿보이는 장면에 관심을 가진 정덕현은 독재자가 그린 국화를 따라 그리고, 길에서 발견한 말라죽은 국화를 다시 그렸다. 비정상적으로 크게 그린 두 점의 국화는 표면적으로는 조의의 화환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두 번의 반복을 통해 우리 앞에 놓인 국화가 청산되지 못한 과거와 그로 인한 현재임을 환기시킨다.

인식과 제도의 변화에 대한 강한 열망과 사회적 애도의 구체적 방식이 예술 행위로 번안될 수 있을까? 신관에서는 논의의 종료를 위한 애도가 아닌 기억과 지속적 성찰을 위한 사회적 애도의 방식을 제안한다.

참여작가: 김서린(세월호를 기억하는 사진), 김지영, 성남훈, 송상희, 안정윤, 양유연, 

         이의록, 일상의실천, 장현준, 전명은, 정덕현, 팽창콜로니, 홍진훤, 흑표범

         *박보나의 퍼포먼스 <편지>(2019)

김지영, 4월에서 3월으로, 2019, 종이에 연필, 229x438㎝

작가는 세월호 참사에서 구조를 기다리면서 시간이 더 이상 등속으로 흐르지 않는다고 느꼈고, 이전에는 관심 없던 바람이나 날씨에 극도로 민감해진 자신을 발견했다. 이 작품은 참사 이후 1년 동안 매일의 날씨와 파도의 세기에 따라 그린 일종의 드로잉 달력이다. 작가는 5주기를 맞는 지금 그 드로잉을 다시 그림으로써 달라진 자신의 감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을 드러내려 한다.

 

HArt, 평범하기에 더 아픈...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40 www.hartgallery.co.kr

HArt의 작은 공간은 세월호 참사 전후의 시간을 짚어내는 따뜻하고 담백한 필선의 만화들이 채운다. 수학여행 출발 전날 아이들의 극히 일상적 모습들, 사진으로 남은 아이들의 이미지와 이듬해 봄의 배경을 자연스럽게 합친 장면, 안산 학교 주변의 아무 일 없는 풍경 등은 너무나 평범하기에 더 무겁고 아프다.

참여작가: 김성희, 믹스라이스, 심흥아

믹스라이스, 함께 맞는 봄, 2015, 종이에 프린트, 21x29.7㎝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아이들의 몸짓이 평범하면 평범할수록 만화는 더 무겁게 다가온다. 믹스라이스는 참사 이후 접한 자료 사진들에서 본 장면과 2015년 안산의 봄을 함께 섞어 그렸다. 관객들은 이 따뜻하고 보드라운 선들에 원래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잘 어울렸을 풍경들이 세월호 참사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차갑게 멀어져 버리는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공간 291, 사진의 증언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1길 10-4 www.space291.com

공간 291의 사진들은 이미지의 ‘묶음’에서 오는 서사와 감각의 불편한 타래를 만든다. 전시장의 작은 방들에서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현장에서 차마 온전히 담지 못한 사진부터 역사적, 사회적 맥락으로 인해 세월호를 향해 굴절될 수밖에 없는 풍경, 그리고 가까운 이의 죽음에서 비롯된 사적 이미지마저 세월호에 들러붙어버리는 장면과 마주하게 된다. 의도적으로 함께 배치한 이 사진 이미지들은 더 이상 매끈하게 바라보지 못할 세계를 증언함과 동시에, 사진은 무엇을 기록하고 증명하는지, 부재의 이미지는 어떻게 가능한지 이야기한다.

참여작가: 세월호를 생각하는 사진가들, 이민지, 주용성, 허란

주용성, 소리 없는 밤, 2014, 피그먼트 프린트, 80x120㎝

주용성은 지나버린 것이 남긴 풍경과 사회적인 문제, 특히 정치적이고도 사회적인 죽음에 관심을 두고 사진을 찍고 있다. 작품은 팽목항과 그 일대의 모습이다. 붉은 얼굴의 사람들이 흔들린 사진에 담겨있다.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 얼굴들이 궁금하다고 하기에는, 우리에겐 규명되지 않은 진실이 아직도 산적해 있다.

 

아트 스페이스 폴, 그리고 연대의 현장에서...

서울시 종로구 세검정로 9길 91-5 www.altpool.org

서촌의 전시들이 세월호 참사로의 수렴의 움직임을 보여준다면, 구기동 아트 스페이스 풀의 전시는 참사 이후 연대의 현장에서 감지된 확산의 음직임을 보여준다. 우리 대부분은 스스로를 가해자로도 피해자로도 부르지 못한 채 5년을 보냈지만, 많은 작가들은 정치적 약자들이 연대하는 장면들을 담아내기 위해 조심스러운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그런 자리에는 예외 없이 세월호 유가족들이 있었다. 예술가들이 재현의 윤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낮은 자’들의 연대가 알게 모르게 그들에게, 또 우리에게 전해 주었을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례길의 마지막 전시다.

참여작가: 고등어, 노순택, 노원희, 서평주, 전진경, 치명타, 함양아

노원희, 멀리, 도중에, 얇은 땅 위에, 2019, 캔버스에 아크릴, 162x260㎝

바닥에 처절하게 엎드려 절을 하는 사람들 너머 저 멀리, 깃발을 들고 뒷짐을 지고 시위하는 사람들의 무리가 있다. 하얀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사람은 사라질 듯 잘 보이지 않는다. 그들로부터 얼굴이 보이지 않는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있고, 심지어 커다란 벽이 그림 한 가운데를 모로 가로막고 있다. 연약한 외침과 강력한 권력이 부딪히는 사회에서 이 모든 것들이 디디고 선 얇디얇은 땅을 조심스럽게 엎드려 들여다보는 인물에게 작가를 투영하게 된다.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는 『4.16재단』이 진행하는 전시다. 4.16재단은 지난 2016년 9월에 세월호 참사의 피해를 입은 120여 가족이 『4.16가족협의회 내 4.16재단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500만 원씩 재단출연금을 약정하면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지난 해 5월 12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4.16재단 창립총회를 개최했고, 그해 7월 민법 제32조에 따라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설립인가를 받았다. 재단은 기억과 추모사업, 피해자 지원 및 공동체 회복사업, 안전문화 확산 사업, 미래세대 지원사업 등을 진행한다.

4.16재단 416foundation.org

흑표범, VEGA, 2016,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48분 48초 

찻길을 사이에 두고 전시장 안팎에 마주한 관객과 멀리 떨어져서 같은 목소리를 듣는 작가의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 작업 <VEGA>에는 작가가 만난 세 유가족 어머니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통의동 보안여관 전시 中)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

· 안산: 2019. 4. 3(수) ~ 4. 16(화),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화랑전시관

· 서울: 2019. 4. 9(화) ~ 4. 21(일), 공간일리, 통의동 보완여관, HArt, 공간 291, 아트 스페이스 풀

 

사진 김푸르매

 

조경하 기자  koala@s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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