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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종교는 Housing... 주거는 주거만의 문제가 아니다”톰 암스트롱 『BC 주택협동조합연합회』 사무총장

밴쿠버의 사회적경제 연대 모델
금융, 주거, 돌봄을 중심으로

이번 호 특별기획에서는 심층 인터뷰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어떻게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지 밴쿠버의 사례를 살펴본다. 

 

『BC 주택협동조합연합회(Co-operative Housing Federation of British Columbia, CHF BC)』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이하 BC)에서 각각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주택협동조합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고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1982년 설립되었으며 밴쿠버와 빅토리아(Victoria)에 지사를 두고 있다. 

 

「2018 경기도 사회적경제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톰 암스트롱(Thom Armstrong) BC 주택협동조합연합회 사무총장

한국에서 주거문제는 전 국민이 관심을 갖는 매우 심각하고 예민한 문제다. BC의 상황은 어떠한가?

캐나다는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다. 이 넓은 땅에 3,70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다. 전체 국민의 3분의 2는 집을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3분의 1은 임대주택에 산다. 그런데 밴쿠버는 상황이 정 반대다. 인구의 3분의 1은 그냥 주택도 아니고 수십억 원이 넘는 고급 맨션을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3분의 2는 임대주택에 산다. 밴쿠버를 방문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노숙자가 몇 명 정도 되느냐는 건데,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 서구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엄청난 텐트촌을 치고 항의를 할 만큼 주거문제가 아주 심각한데, 밴쿠버도 예외는 아니다.   
주거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물리적으로 집의 개수가 매우 부족한 경우다. 밴쿠버는 너무나 살기 좋은 지역이기 때문에 캐나다 전역에서 이곳으로 와 살고 싶어 한다. 따라서 집의 개수가 부족할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집을 공급해야 한다. 그 다음엔 어떤 집을 얼마에 공급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때로는 이 문제가 첫 번째 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밴쿠버, 아니 캐나다의 모든 도시에서 주거문제는 어떤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건 상관없이 항상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텐트촌을 치고 사는 노숙자들은 눈에 보이는 문제다. 하지만 조금 더 들어가 보면 높은 월세를 내고 사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밴쿠버의 경우 임차인의 50%가 수입의 30% 이상을, 임차인의 20%가 수입의 50% 이상을 임대료로 내고 있다. 그들은 한 순간에 벼랑 끝에서 내몰려 취약계층이 될 수도 있다. 월급의 대부분을 월세로 내고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뿐더러, 임대료를 내지 못하면 외곽으로 밀려나게 된다.
주거문제는 단순히 주택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해 서울과 경기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외곽순환도로를 탔는데, 고속도로 너머 보이는 아파트들을 보면서 궁금증이 생겼다. 지하철은 들어갈까? 버스는 많이 다니나? 지하철도 안 들어가고 버스도 많이 안 다니면 자동차를 타고 다녀야 할 텐데... 그럼 비용이 들 테고, 환경 문제도 생길 테고, 고용 문제도 생길 텐데... 주거 문제는 우리 삶에 직결될 뿐만 아니라, 연쇄적으로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그렇다면 주택협동조합이 주거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주택협동조합의 특징과 장점이 궁금하다.

주택협동조합에서는 협동조합이 주택을 소유하고, 협동조합의 지분을 취득한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을 소유한다. 조합원들의 이권이 아니라 거주권을 보장하는 구조다. 우선 협동조합은 비영리이기 때문에 시세보다 저렴한 적정한 가격에, 다양한 소득계층에게 주택을 공급(임대)한다. 협동조합의 주인인 조합원들은 협동조합의 규칙을 따르는 한 영구적으로 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다. 비용의 측면에서도 안정성의 측면에서도 주택협동조합은 주거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서구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엄청난 텐트촌을 치고 항의를 할 만큼 주거문제가 아주 심각한데, 밴쿠버도 예외는 아니다. (사진: 2018 사회적경제 국제컨퍼런스 中 ‘로컬컨퍼런스 + 남양주’ 자료집)

이곳 남양주에 들어선 <위스테이 별내>도 협동조합주택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협동조합주택은 아직 낯선 개념이다. 캐나다는 어떠한가? BC에는 협동조합주택이 얼마나 있는가?

BC에는 262개의 주택협동조합이 있고, 14,733세대의 협동조합 가구가 있다. 하나의 협동조합이 보통 40~50호 정도를 공급한다. 위스테이 별내는 500호 가까이 된다고 들었는데, 정말 놀라운 규모다.  
캐나다에서 주택협동조합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다. 특히 1973년부터 1992년까지 정부는 재정지원을 포함해 주택협동조합을 지원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실행했고, 이 기간 동안 많은 가구가 주택협동조합을 통해 공급되었다.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들은 이제 거의 다 종료된 상태다. 
BC에서 협동조합 가구가 전체 주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 정도다. 협동조합주택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주택협동조합들의 역량을 모아야 하는데, 땅덩이가 너무 넓다보니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작은 단위로 흩어져 있는 주택협동조합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힘을 키워나가는 게 우리 연합회의 일이다. 각 주마다 구성된 연합회들은 다시 『캐나다 주택협동조합연합회(Co-operative Housing Federation of Canada)』를 구성한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정부와의 파트너십도 중요할 것 같다.  

‘밴쿠버 포-사이트(Four-Site) 프로젝트’란 것이 있다. 밴쿠버 시 주택 담당자들이 연합회에 찾아와서, “이 땅을 99년 동안 1만 원에 빌려줄 테니, 적정한 주거공간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렇게 시에서 빌린, 99년에 1만 원짜리 땅 네 곳에서 동시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네 군데 모두 임대료는 시세의 75% 수준이다. 입주 조건은 중간 소득의 54%, 65%, 70%, 87% 수준 등 조금씩 차이가 난다. 단, 소득이 하위 25%인 사람들을 꼭 포함시키고, 호수의 절반 정도는 정신 건강 문제를 겪는 이 등 자신의 힘으로는 적정 주거를 구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소득 수준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주거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연합회의 사무총장으로서 내 역할은 주택협동조합의 포트폴리오를 들고 주정부 또는 시정부 관계자를 만나 설득하는 것이다. 네 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를 보고 시정부는 우리에게 다섯 번째 땅을 제공하기로 했다. 다섯 번째 프로젝트는 지금보다 훨씬 규모를 키워서 140세대 정도가 들어간다. 

톰 암스트롱 사무총장이 남양주 별내고등학교에서 ‘새로운 주거·돌봄과 지역사회연대의 모색’을주제로 열린 로컬컨퍼런스에 참가해 토론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어떻게 설득하는가?

시청에 입찰을 따러 들어갔을 때 주택협동조합 관계자는 나 밖에 없었다. 나머지 20여 명은 다 민간업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들도 사업을 따내기 위해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라며 “10년, 20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적정 주거를 공급하겠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10년, 20년 동안 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 생애를 두고 본다면, 10년, 20년은 생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내 세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세대까지 생각한다면, 모든 세대를 위한 적정주거를 공급해야 하고, 주택협동조합의 사업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근거는 ‘주택협동조합이 개발한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자체’다. 그곳에 사는 이들의 만족도가 정부를 설득시킨다. 

자료: 2018 사회적경제 국제컨퍼런스 中 ‘로컬컨퍼런스 + 남양주’ 자료집

종전에 있던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들은 이제 거의 다 종료되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협동조합주택을 개발하기 위한 자금 조달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공공기금이 80%, 조합원 출자금이 20% 정도 된다. 신협 및 지역사회기금과의 연대도 중요하다. BC 주택협동조합연합회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개발하거나 건물을 지을 때 신협이나 지역사회기금에서 대출을 받아 진행한다.   
연합회에 소속되어 있는 주택협동조합들은 각 세대 별로 한 달에 4달러씩 회비를 낸다. 14,000여 세대가 넘으니까 한 달에 5,000만 원 정도가 연합회로 들어오는 셈이다. 연합회는 그 돈으로 기금을 마련한다. 밴쿠버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협회의 자체 기금과 신협에서 투입한 기금을 모아 지역사회공동체 개발기금을 만들고 있다. 이 기금으로 여러 가지 사업을 동시에 진행한다.    


BC 주택협동조합연합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앞서 언급했듯이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주택협동조합이 주도하는 대규모 주택개발이 이루어졌는데, 이제 노후화된 그 주택들을 어떻게 다시 개발할 것인가가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도전과제다.
당시 지어진 주택들은 대부분 목조건물이고, 지은 지 30~40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무척 낡았다. 조합원들이 떠나면서 건물의 약 30%는 공실이고, 임대료도 더 이상 걷히지 않는다. 남아 있는 조합원들은 그 낡은 건물에서 그냥 살고 있다. 출자금을 증자하거나 대출을 받으면서. 리모델링을 하고 새로운 조합원을 받아들일 여력도 없는 것이다. 그때 우리 연합회가 찾아간다. 주택협동조합에 솔루션을 제안하고, 신협과 지역사회기금에서 대출을 받아, 새로운 협동조합주택을 만드는 것이다. 
한 번은 신협과 지역사회기금에서 75억 원 정도를 대출받아 낡은 협동조합주택을 개발한 적이 있다. 조합원들이 집을 떠나면 출자금을 돌려줘야하기 때문에 그 중 일부를 사용하고, 50억 원 정도를 투자해서 새로운 협동조합주택을 만들었다. 공실이 30%였던 건물은 이제 그 동네에서 가장 좋은 협동조합주택이 되었다. 그리고 이곳에 들어온 조합원들은 5년 안에 대출금을 모두 갚았다.
연합회의 활동을 통해 300가구가 넘는 낡은 협동조합주택들이 민간업체들에 의해 개발되지 않고, 계속 협동조합주택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주택들이 협동조합주택으로 유지될 수 있었기 때문에, 2,000세대 이상의 적정 가구가 새로 들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연합회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간이 흘러 주택협동조합을 떠나는 조합원들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떠나는 조합원들은 과연 자신의 의지로 떠나는 것인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떠나는 것인가? 이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협동조합주택을 계속 유지할지 민간업체에게 넘길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본이 어디에서 오는가이다. 그 자본은 지역사회공동체 개발기금과 지역 신협에서 와야 한다. 태생적으로 주택협동조합과 지역 신협은 함께할 수 밖에 없다. 

지은 지 30~40년이 지난 낡은 주택들을 협동조합주택으로 계속 보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BC 주택협동조합연합회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일명 ‘우리 집 지키기’다. (사진: 2018 사회적경제 국제컨퍼런스 中 ‘로컬컨퍼런스 + 남양주’ 자료집)

오래된 건물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는 한국에서도 매우 뜨거운 이슈다. 주택협동조합이 개발한 집들은 아니지만, 건물의 용도와 건설비용, 누가 그곳에 살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많다.  

앞서 어떤 집을 누구에게, 얼마에,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는 주거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경관이 좋은 강변 지역을 예로 들어 보겠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BC에서 인기가 아주 많은 지역인데, 예전에는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주택협동조합들이 개발했다. 만약 협동조합주택들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민간업체들은 이곳을 싹 다 밀어버리고 고급 아파트를 지을 것이다. 그런 일을 막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실제로 민간업체에서 이곳에 고급 아파트 500세대를 짓고, 그 중 50세대를 이전부터 지역에 거주하던 주민들에게 할당하겠다고 시에 제안했다. 시에서 허가를 내주려 할 때, 나는 시를 찾아가 설득했다. “우리도 똑같이 할 수 있다. 지역사회공동체 개발기금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신협에서 대출을 받아 우리도 500세대를 지을 수 있다. 그리고 그 500세대 전부를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적정 주거’로 지을 수 있다.” 설득은 성공했고, 이 지역은 현재 주택협동조합에서 개발하고 있다. 


앞서 지역 신협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단체들과도 함께 일할 때가 있는가? 

주택협동조합의 모든 사업은 지역사회와 주민들을 위해 가치 있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안정적인 부동산 자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는 일이다. 오늘 로컬컨퍼런스에서 함께 사례 발표를 한 아티라를 예로 들어보자. 아티라는 폭력에 노출된 여성과 아이들을 위해 쉼터를 제공하고 있는데, 어느 날 건물을 비워줘야 한다거나 임대료를 올려주어야 한다면 모든 프로그램이 다 어그러진다. 이런 위협 없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주택협동조합이 방어막이 되어 주는 것이다. 
더불어 주택협동조합에서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지역의 사회적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을 수도 있다. 협동조합주택에 인터넷 선을 연결한다거나, 전등을 단다거나 할 때 말이다.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하다. 


한국에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에게 한 말씀만 부탁드린다.

누군가 내게 종교를 묻는다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하우징(Housing)’이라고 답할 것이다. 공동체와 함께하는 안전하고 적정한 주거를 공급하는 것이 내 신념이고 종교다. 
주택은 단순히 주거의 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다. 누군가의 인생을 좌우하는 문제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살아갈 것이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정부의 복지제도가 있다. 문제는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칫 잘못하면 정부의 구호가 필요한 취약계층이 될 수도 있고, 조금만 힘을 실어주면 안정적으로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도 있다.   
야만적인 금권주의 세상에서 주택협동조합이 잘 안 되기를 바라는 세력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거대한 건설업체나 몇 백 호씩 집을 짓지, 작은 주택협동조합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짓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40~50호를 짓던 BC의 주택협동조합들은 이제 강변 지역에서 500호를 개발하고, 포-사이트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BC 전체 주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작지만, 주택협동조합은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곳 위스테이 별내의 사례가 무척 흥미로웠다. 서로의 사례를 지켜보고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 
앞서도 강조했지만, 주택협동조합을 지키고 확대해나가는 일은 혼자 할 수 없다. 다양한 이들과의 연대, 특히 지역 기금 및 신협과의 파트너십이 매우 중요하다. 


BC 주택협동조합연합회 www.chf.bc.ca


일시  2018년 12월 14일    
장소  남양주 별내고등학교

인터뷰·글·사진  김푸르매(본지 발행인)        

김푸르매 기자  gracia0420@s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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