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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개개인이 아닌, 조합원이 속한 지역사회에 헌신한다”크리스 도브잔스키 『밴시티』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

밴쿠버의 사회적경제 연대 모델
금융, 주거, 돌봄을 중심으로

이번 호 특별기획에서는 심층 인터뷰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어떻게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지 밴쿠버의 사례를 살펴본다. 

 

1946년 밴쿠버 주민 14명이 5달러씩 출자해 소상공인 상점 자리에 작은 신용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우리 돈으로 첫 해 자산은 300만 원, 첫 번째 대출은 10만 원 정도였다. 70년이 지나 이곳은 2016년 말 기준 조합원 52만 명, 총 자산 22조 원의 캐나다 최대 신협으로 성장했다. 바로 『밴쿠버 저축신용조합(Vancouver City Credit Union, 이하 ‘밴시티(Vancity)’)』이다.
밴시티의 모토는 ‘Make A Good Money’다. 좋은 돈을 만들자는 슬로건 속에는 ‘개인의 번영은 오직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를 통해서만 달성가능하다’는 철학이 담겨있다. 

 

크리스 도브잔스키(Chris Dobrzanski) 밴시티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

동부 불어권 지역에 데잘뎅(Desjardins)이 있다면, 서부 영어권 지역엔 밴시티가 있다. 두 곳 모두 캐나다를 대표하는 신협인데, 서로 다른 점도 있을 것 같다.  

데잘뎅의 거점인 퀘벡 주는 여러 사회적경제 단체들이 잘 조직화되어 있다. 그리고 이렇게 조직화된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가 바로 『샹티에(Chantier)』다. 각각의 조직들은 샹티에를 통해 연대하며 사회적경제의 핵심 가치를 실현해 나간다. 데잘뎅은 샹티에에서 금융과 재정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그에 비해 밴시티가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이하 BC)에서는 다양한 시민사회 영역에서 크고 작은 조직들이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샹티에 같은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밴시티는 지역에서 데잘뎅뿐 아니라 샹티에의 역할도 하게 된다. 물론 샹티에에 비해 그 규모는 작다.
하지만 퀘벡이든 BC든, 어떤 방식으로 연대하든,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지지를 보낸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밴시티는 처음부터 밴쿠버 시민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멤버십을 오픈했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개방성’은 밴시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당시 신협은 대부분 종교, 인종, 직장 등 공통의 조건을 기반으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1940년대 밴쿠버는 매우 특수한 상황이었다. 산업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기업에서 하청을 받아 작업을 하거나, 소규모 점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신협을 만들기에 이들은 규모도 작고 자금력도 떨어졌다. 이 같은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배타성을 배제하고 더 많이 개방해야 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면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협의 설립과 구성원의 자격을 결정하는 기본단위인 공동유대를 지역사회 전체로 확대했다. 그러자 이민자 등 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고, 신협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도 확대되었다.
1946년 첫 지점을 내고 멤버십을 오픈하면서 밴시티는 지역사회에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지역주민들의 의료보험 가입을 도운 것이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캐나다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험체계가 없었다. 의료보험이라고는 민간보험회사의 상품밖에 없었고, 그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직장 등 소속이 분명해야 했다. 혼자서 혹은 가족끼리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다. 밴시티는 이런 사람들에게 기댈 언덕이 되어 주었다. 밴시티의 조합원으로서 하나의 소속을 만들어 준 것이다. 개별적으로 흩어져있던 사람들을 한 곳에 모으자 단체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소속이 없는 사람들도 단체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더 작은 규모의 신협들이 밴시티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작은 신협 혼자 생존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50여 개의 신협들이 인수·합병되면서 지점도 늘어나고 오늘날의 밴시티로 발전했다. 배타성을 깨부수고 지역사회에 먼저 문을 여니, 밴시티의 역량이 더 강화된 것이다.  
 

데잘뎅의 경우 지역사회의 범위를 뛰어넘어 캐나다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비즈니스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에 비해 밴시티는 2018년 현재 58개 지점(홈페이지 안내 기준)을 두고 있는데, 모두 밴쿠버에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메트로밴쿠버의 인구는 260만 명이 좀 넘는다. 1,000만 인구 서울과 비교하면 작은 도시다. 260만 명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면서 자산이 22조 원이라는 것은 엄청난 역량이다. 이 역량으로 밴시티의 사업을 캐나다 전역으로 확대할 수도 있었다. 토론토처럼 인구도 많고 건설업도 활발한 지역으로 진출했다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타 지역에서는 ATM과 온라인뱅킹, 카드 서비스만 제공하고 지점은 밴쿠버에만 낸다. 
이런 결정을 내렸을 때, 넓은 시장을 놔두고 왜 밴쿠버에만 머무르느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금융의 주된 업무는 예금과 대출인데,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예대마진에서 수익의 대부분이 발생한다. 밴시티의 목표는 이 수익을 CEO 등 고위임원의 임금으로 다 써버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재투자하는 것이었다.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핵심가치라면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지역을 떠나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치열한 토론 끝에 지점은 밴쿠버에만 내기로 했고, 밴시티의 수익과 금융역량은 지역사회에 그대로 다시 투여하기로 했다.  


지역사회에 금융역량을 투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현대의 자본시장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소비를 조장한다. 소비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엔진이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시스템 하에서는 10년을 주기로 경제위기가 발생한다. 이처럼 악순환 되는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환경을 조성할 순 없을까? 이런 고민 속에 신협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우리는 지금까지 GDP를 높이기 위해 저금리를 유지하고 부채를 계속 늘리는 경제육성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제 저성장경제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자본뿐 아니라 비금융자본이 균형을 맞춰 발전해야 한다. 또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억지로 숫자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신협의 금융역량은 접근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누구든, 신용등급이 어떻든, 어떤 직업을 갖고 있든 지역사회에서 자금이 필요할 때에는 금융권의 문을 두드릴 수 있어야 한다. 그 문을 어떤 이들에게, 어떻게 열어줄 수 있는가가 신협의 금융역량이다. 
예를 들어, 밴시티의 사업 중 ‘비둘기 은행’이라는 것이 있다. 노숙자나 마약중독자들처럼 자활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은 관련 법규가 없기 때문에 지원할 방법도 없고, 계좌를 개설해 줄 수도 없다. 그런데 밴시티에서는 비둘기 은행을 만들어 그들이 폐지를 수거해 오면 하루에 1~2달러씩 지급하고, 그 돈을 저축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만들어 놓았다. ‘이 돈을 들고 나가 술을 마시고 약을 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저축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신협은 틀을 깨고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 사회복지가 꼭 법령이나 규제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을 방문한크리스 도브잔스키가 성공회대학교 대학원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신협도 금융법을 따라야 하고 관련 부처의 감독 하에 있는 금융기관이다. 안정성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지역사회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을 텐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극복하는가?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다. 밴시티가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금융기관으로서의 권위도 없다면 주민들은 돈을 맡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틀 안에 너무 얽매이다 보면 지역사회를 위한 동력을 잃게 된다. 이 부분에 있어서 균형을 잘 맞추려고 노력한다. 
누군가를 돕고 싶다고 무작정 지원금을 퍼주는 건 바람직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이를 뛰어넘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상품들을 많이 만든다. 리스크는 높지만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사업이 있다고 치자.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그 사업에도 일정 부분 투자하는 펀드를 만든다. 그리고 투자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컨설팅을 해주고, 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한다. 근거법이 없다는 이유로 대출을 해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결국 투자한 대출금이 회수되고 또 하나의 성공 스토리가 만들어지면, 그 영향을 받아 거꾸로 관련 법률이 바뀔 수도 있다. 금융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문을 좀 더 열어주는 방향으로 환경이 개선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밴시티는 지역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구체적인 방식이 궁금하다. 

예대마진에서 나온 수익이 밴시티 재단으로 가며, 교육, 환경, 주거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인다. 밴시티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은 아주 많은데,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① 사회적인 기여도가 충분하다면 위험성을 감안하고 대출해주는 것, ② 재정지원을 통해 후원하는 것, ③ 특정한 사회적경제조직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것. 이 세 가지는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다. 우리는 이것을 임팩트 투자라고 부르는데, 세 가지가 함께 어우러져 다이내믹하게 작동한다.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프로세스를 ‘돌봄’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월 100만 원의 임대료를 내고 사회적인 목적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기관이 있다. 그런데 만약 20~30년 만기의 저금리 모기지대출을 받아 이자를 포함한 상환금을 임대료와 같은 수준인 월 100만 원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건물은 언젠가 돌봄이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관의 소유가 될 것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신협은 ‘대출’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런데 공간만 갖고 사업을 할 순 없다. 일을 하려면 사람이 필요하다. 건물을 소유할 때까지 20~30년 동안 월 100만 원씩 대출금을 갚으며 어린이집을 운영하려면, 직원들에겐 최저임금밖에 줄 수 없다. 그러면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고 지속가능성은 낮아진다. 그렇다고 힘겹게 대출금을 갚고 있는 기관에게 무작정 직원들의 인건비를 올려주라고 말할 수도 없다. 이때 밴시티 재단에서 힘을 실어준다.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부족한 금액만큼 재단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이건 대출이 아닌 ‘후원’의 개념이다. 하지만 밴시티의 입장에서는 지역사회에 대한 중요한 투자다. 지역을 위해 일하는 이들의 품격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은 결국 지역사회 어린이들을 위해 기여하는 것 아닌가? 그들이 생활임금을 받으며 즐겁게 일할 때 지역사회는 더욱 더 발전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이렇게 만들어진 모델이 하나의 사례로 그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지역사회를 위한 모델이 확장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그건 어린이집 운영자와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밴시티는 파트너십을 통해 성공 모델을 알리는 창구 역할도 하고, 이 모델을 확산하기 위한 매개 역할도 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에서는 우유와 케첩 등이 필요한데, 공급업체에 ‘지역사회에 함께 기여하자’며 파트너십을 제안하는 것이다. 파트너십을 통해 어린이집은 우유와 케첩을 적정가격에 공급받고, 기관이 추구하는 가치를 알릴 수 있다. 또 하나, 우유나 케첩을 공급하는 사회적경제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주기도 한다. 사회적경제기업들 간의 전 방위적인 파트너십을 연결함으로써 지역사회를 위한 모델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밴시티가 지금까지 지역사회에 기여한 누적액은 3조 원이 넘는다. 총 자산이 22조 원임을 생각할 때 적지 않은 금액인데, 단순히 지역사회에 뿌린 것이 아니다. 살펴보았듯이, 임팩트 투자를 구성하는 세 가지 축, 대출, 후원, 파트너십이 하나의 사례에 모두 녹아들어 있다.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 도브잔스키가 성공회대학교 대학원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수익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철학이 명확한 것 같다. 임팩트 투자는 주로 어떤 분야에서 이루어지는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진다. 현재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주거 안정이다. 적정가격의 주택 공급, 나아가 주거 안정을 통한 돌봄과 교육 문제 해결에 힘쓰고 있다. 
밴시티가 지원한 기관 중에 『아티라(atira)』 라는 곳이 있다. 아티라는 위험에 처한 여성들의 쉼터이자 아이들의 보호소를 제공하는 곳이다. 쉼터를 만들 때 밴시티는 대출과 후원을 통해 아티라를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다른 자원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했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아티라는 쉼터를 운영하며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데, 정부 지원금이 줄거나 끊기더라도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밴시티는 또 다시 아티라를 지원했고, 여러 자원들이 결합될 수 있도록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아티라가 설립한 사회적 기업의 수익은 쉼터로 돌아가 여성과 아이들을 돕는다.  
이처럼 지역사회에 기여하면 구성원들이 자활하고 자립해서 지역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밴시티가 씨를 뿌리면 좋은 뜻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지역사회에서 연쇄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메커니즘 속에서 이루어지는 종합적인 투자다.     
임팩트 투자와 함께 지역사회에서 밴시티가 하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금융교육’이다. 사람들은, 우리가 지원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재정과 금융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밴시티의 재정 전문가들이 교육을 통해 현재 금융 상황은 어떠한지, 당신이 하는 일의 수익구조는 어떠한지 알려준다. 좋은 돈(Good Money)을 만들기 위해서는 ‘돈’에 대해 아는 것이 문맹을 깨우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를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조합원들의 참여는 어떻게 유도하는가?

아주 중요한 문제다. 현재 조합원은 52만 명 정도 되는데, 모두 관심사도 다르고 목표도 다르다. 가족과 행복하고 풍요롭게 사는 것이 중요한 사람들에게 “물이 깨끗해야 한다”, “공원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설명해도 잘 와 닿지 않을 것이다. 홍보도 하고 교육도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우선 참여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밴시티의 활동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임원들의 임금부터 출장비까지, 활동비는 어떻게 쓰였는지 모두 볼 수 있다.
공감을 끌어낼 수 있도록 밴시티의 활동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당신의 돈이 우리 동네 농부에게 갔고, 그 농부가 키운 건강한 과일이 우리 아이들에게 갔고, 그 아이들이...’ 하는 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밴시티의 핵심 가치에 충성하는 임원들을 뽑게끔 스스로를 교육한다. 성장만을 추구하는 임원들은 더 이상 뽑지 않는다. 밴시티에서도 지난 40~50년간 많은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다툼이 있을 때마다 지역사회에 더 기여해야 하고, 지역사회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람들이 결국 승리했다. 민주사회에서는, 특히 신용협동조합에서는 한 사람이 곧 한 표다. 밴시티의 핵심가치에 충실한 사람들을 임원으로 만든 것은 결국 지역주민들이다. 밴시티는 이들의 뜻을 대변해서 핵심 가치를 계속 끌고 나갔고, 그렇게 지역사회에서 살아남았고, 주민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메트로밴쿠버 인구는 260만 명, 밴시티 조합원은 52만 명이다.
밴시티 총 자산은 22조 원, 지역사회에 기여한 누적액은 3조 원이다.
(사진: Vancity 2017 Annual Report)

밴시티가 핵심 가치를 지키며 성공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밴시티’라는 신협을 운영해온 경영진의 공도 컸을 거라 생각한다. 신협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젊었을 땐 전형적인 히피였다. 원래 몬트리올에 살았는데, 히치하이킹으로 미국과 캐나다 전역을 횡단해 밴쿠버까지 오게 되었다. 수많은 친구들을 만나 정말 많은 실험을 했다. 아르헨티나, 쿠바, 중국 등 전 세계를 다니며 여러 가지 신협을 설립하는 운동을 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나는 폴란드계 캐나다인인데, 1919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에 종증조할아버지께서 폴란드에서 신협을 만드셨다. 내 유전인자 속에는 신용협동조합이 각인되어 있다. 신협에 몸담고 사회연대 활동에 평생 헌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밴시티가 캐나다를 대표하는 신협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조합원 개개인을 대상으로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이 속해 있는 지역사회에 헌신하는 것’이 밴시티의 존재 이유다. 밴쿠버는 서울과 비교하면 작은 도시다. 이 작은 도시에서 개별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신협을 통해, 금융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제로 체감하면 그 감동은 굉장히 크다. 그 경험이 밴시티와 지역주민들 간에 끈끈한 유대관계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비즈니스 모델의 측면에서 살펴보아도 득이 된다. 본연의 금융 업무에서도 손해날 것이 없다. 사회적으로도 득이 되고, 금융으로서도 득이 되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주민들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지금의 밴시티를 만들었다고 본다. 

www.vancity.com

일시  2018년 10월 25일             
장소  성공회대학교

인터뷰·글·사진  김푸르매(본지 발행인)             

      

김푸르매 기자  gracia0420@s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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