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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적 도시재생으로 터전을 잃은 원주민들을 기록하다『월인공방』 송진경 대표
  • 백가영, 손호연, 이상협, 이정연, 이정은(SEN)
  • 승인 2019.02.22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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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 Student Club(Social Enterprise Network Student Club, SSC, 센, 이하 ‘SEN’)』은 사회문제에 대한 이해와 공감,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꿔나가는 솔루션에 주목하여 스터디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회혁신비즈니스 동아리다. 『사단법인 SEN』 산하에 있으며, 2018년 현재 경희·성균·성신·숙명·이화·연세(원주)·중앙·한양 8개 대학이 연합해 활동하고 있다. 

홀수 달마다 진행하는 ‘SEN TALKCONCERT’에서는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혁신가들과 소통하며, ‘모든 사람들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세상’을 꿈꾼다. <청년이 만나다>에서는 SEN에서 직접 기획한 토크콘서트를 통해 청년들이 만난 사회 혁신가들을 소개한다.

SEN TALKCOMCERT 기획단

백가영, 손호연, 윤영제, 이상엽, 이정연, 이정현, 이정은, 임도희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활동의 중심 ‘도시’. 

그러나 변화된 산업구조와 신도시 위주의 도시 확장으로 낙후하기 시작하는 도시들. 

‘죽은’ 도시에 새로운 삶을 불어 넣는 도시 재생사업. 

하지만 누군가의 필요로 ‘죽은’ 도시에 불어넣은 활력은 기존의 커뮤니티를 붕괴시켰다. 

청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 그로 인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원주민.

그런데 과연 ‘죽은’ 도시는 존재하는 걸까? ‘죽은’ 도시는 어떤 곳일까? 

과연 올바른 도시재생 사업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도시재생사업에 주력하는 정부, 도시재생사업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 도시재생사업을 이끄는 기업은 이런 질문들에 뭐라고 답할까? 

2018년 9월 SEN TALKCONCERT의 주제는 ‘죽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도심 속 낙후지역이었던 익선동 한옥마을. 어느 날부터 이곳에 업종도 콘셉트도 제각각인 가게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레스토랑 ‘1920 경양식’, 태국음식점 ‘동남아’, 라운지바 ‘별천지’, 비디오카페 ‘엉클비디오타운’, ‘익동다방’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했던 갤러리카페 ‘틈’ 등. 알고 보면 모두 『익선다다』라는 한 도시공간 기획업체의 작품이다.

허름한 마을의 변신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어느 새 익선동은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삶도 마을처럼 살아났을까?

급격한 상업화로 터전을 잃은 이웃들의 리어카 이사를 도우며 마을의 변화를 기록한 『월인공방』 송진경 대표를 만나 익선동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월인공방』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동, 은, 금, 백금과 준보석, 귀보석 등을 주요 재료로 반지, 귀걸이, 목걸이 등의 소품과 주얼리를 만듭니다. 예물 등 고가 작업부터 학생들의 단체 주문이나 영화 소품 제작까지, 생계와 배움을 위해 수많은 제품들을 다양한 기술로 만들다 보니, 비교적 풍부한 포트폴리오를 갖게 되었습니다.  
세공 작업 외에도 보석 등 소재를 감정, 감별하고 가치를 평가하기도 합니다. 주얼리나 세공품 구매는 누구에게나 낯선 일이기 때문에 소재와 공정을 잘 설명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월인공방의 작품들

 

공방을 연 배경과 익선동에서 시작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귀금속은 안정성과 환금성이 높아 사업을 지속하는 데에도 철수하는 데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해 이 업종을 선택했습니다. 보석과 귀금속을 통해 지구의 윤회를 접하는 감동은 일을 하며 천천히 얻게 되었어요.
익선동에 자리 잡았던 이유는 진지한 작업을 위해 찾은 종로의 작업 공간에서 남자 세공사의 성추행을 보고했다가 그곳으로 쫓겨났기 때문입니다. 한옥에서 고생해 보라며 익선동으로 버려졌는데, 사람들이 다정해서 바로 적응했습니다. 

월인공방이 위치했던 익선동

 

공방이 모여 있던 익선동은 도시재생 사업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는데요. 익선동 개발을 주민들은 어떻게 보았나요?

처음엔 “우리 동네에도 신기한 게 생겼다.”며 외지 청년들이 고생한다고 대견해 했습니다. 저한텐 그들에게 잘 대해주라고 하셨고요. 저 역시 또래가 생겼다는 반가움에 ㈜익선다다 업장들을 비롯해 동네에 들어온 거의 모든 가게에 들러 물건도 팔아주고 친구들도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임대료를 월세 5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200만 원으로 올린다는 통보가 이어지자 분위기가 적대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오랜 시간 거주해서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보호도 받을 수 없었어요. 합법적인 계약해지 통보였지만, 갑자기 그런 통보를 받은 당사자는 비참하고 억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편 빈티지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생활하던 집의 벽과 천장이 부서졌고, 반질하게 닦던 나무는 낡아보이도록 거칠게 벗겨졌습니다. 삶터로서 익선동에 애착을 가졌던 이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어요. 작위적인 인테리어를 위한 파괴는 어제까지 그곳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대표님은 이웃들의 리어카 이사를 도우며 익선동의 변화를 기록하셨는데요. 원래 익선동에 살던 분들이 지금도 익선동 근처에 거주하고 계신가요?

주거지의 급격한 상업화로 익선동 주민 수백 명이 짧은 시간에 전출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더 많은 이들이 갑자기 떠났을 거라고 봅니다. 한옥 모양의 쪽방에서 생활하던 모든 분들이 전입신고를 하고 살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세입자 대부분은 집을 비우라는 통보를 개인적인 비극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주민들과 대화를 해보면 그런 식으로 살아왔다는 체념이 있어요. 퇴거의 속도와 방식이 심상치 않다는 불안감이 공유되면서, “집주인을 이해한다.”면서도 “카페와 부동산업자들이 밉다.”고 하셨지요. 

넉넉지 못한 고령자들의 이사는 젊은이들의 이사와는 다릅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을 수도 없고, 때로는 나이 든 전화 목소리만으로 입주를 거절당하기도 합니다. 교통비와 교환해 주거비를 아끼기도 어렵습니다. 식판을 나르며 익숙해진 거리나 폐지 수집 구역에서 멀어질 수 없기 때문이지요. 

자녀들의 집 등으로 멀리 떠난 경우도 있지만, 동네 이름이 ‘익선동’만 아니라면 주변 어디라도 되는대로 이사했습니다. 한옥에서 산다는 이유로 관광객들의 난데없는 칭송을 받다가, 단지 몇 걸음 떨어진 계동이나 봉익동으로 밀려나,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는 구석진 한옥에서 살게 된 것이지요. 

송 대표는 이웃들의 리어카 이사를 도우며 익선동의 변화를 기록했다.

 

9월 토크 콘서트의 주제는 ‘죽은 도시란 존재하는가?’입니다. ‘죽은 도시는 지역의 역사성과
커뮤니티가 사라진 도시’라는 견해가 있는데요. 이런 관점에서 익선동은 역사성과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살아있는 도시였나요?

도시 중심의 여행 가이드를 보면 도시와 촌락을 나누고, 도시의 규모를 나타내는 기본적인 기준 중 하나가 인구수입니다. 물론 지역마다 인구밀도는 다르겠지만, 몇 천 명, 몇 만 명의 사람들이 밀집해 생활하는 도시가 사망할 수 있는 개념이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도시가 죽었다’는 표현은 몹시 감정적입니다. 죽는 게 불가능한 대상이 죽었다고 말하는 순간, 발화자는 ‘어떻게 살릴 것인지’를 별다른 근거나 반론 없이 주장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살리는 것’은 대개 그 자체로 ‘왜’라는 질문조차 필요 없는 명분이 되기 때문입니다. 

개성이나 참신함은 공동체나 도시의 조건이 아닙니다. 지역만의 커뮤니티나 역사성을 논하는 건 매우 자의적일 수 있어요. 삶은 그저 존재하는 것입니다.

제가 바라본 익선동에서는 성원미니슈퍼를 중심으로 동네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콩나물밥을 지으면 가게 앞 임시 탁자에 솥째 두고 반찬들을 꺼내와 함께 먹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이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 이야기가 인기였어요. 

사람 사는 곳 어디에나 있는 보통의 일상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익선동이 특별히 전통적이었다거나 따뜻했다거나 하는 건 잘 모르겠습니다. 장애인, 고령자, 조선족 등 서러운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종종 위로할 일이 많았고, 과거에 재개발 추진이 무산되면서 생긴 갈등의 골도 깊었습니다.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살아있는 도시란 어떤 도시일까요?

주거, 이동, 상업, 보존 등 공간의 쓰임에 따라 다른 기준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살아 있는 공간’이 어떻게 건강한 것인지, ‘죽은 공간’이 왜 스러진 것인지는 모두 다릅니다. ‘죽은 동네’라는 표현이 문제가 되었다면 단어 자체보다는 잘못된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거주지는 정온하고 안전하며 도로가 효율적이면 좋은 도시겠지요. 상업공간은 민폐를 끼치지 않는 한 좀 흥청망청해도 괜찮을 겁니다. 보존해야 할 공공의 유산이 있다면 강력하게 보호하는 게 우리 모두에게 좋은 도시일 테고요. 다들 아는 상식적인 답변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문래동, 익선동, 을지로 등 ‘누군가가 실용을 위해 머무르던 터전’을 상업적 경관으로 소비하는 것이 유행입니다. 도시의 역동성이라는 미명 하에 보금자리를 아껴 온 누구라도 카페를 위해 ‘치워지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익선동의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했던 기업 중 한 곳인 ㈜익선다다와 소송 중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익선동의 개발과 소송 과정을 여쭤 봐도 될까요?

한옥들이 벽을 공유하는 식으로 설계된 익선동은 서민들의 거주를 위해 기획된 오래된 동네입니다. 복도식 한옥 아파트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2014년 경, 10여 년의 재개발 추진이 보상금 책정 등의 문제로 무산되었습니다. 재개발이 무산되면 건물주가 ‘건물을 새로 짓기 위해 헐어야 하니 나가라.’는 식으로 세입자를 내보낼 수 없기 때문에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강력하게 적용됩니다.  

㈜익선다다의 다양한 가게들을 비롯해, 상수, 망원 등에서 카페를 운영해본 노련한 이들이 그 시기에 들어왔습니다. 재개발이 무산되었기 때문에 개업할 수 있었던 이들은 ‘우리가 한옥의 가치를 재발견하여 재개발을 무산시키고 한옥을 보존하겠다.’며 발상의 전환을 실행하는 선구자처럼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사업 개시의 인과관계를 바꾸어 홍보하는 것이 이상했어요.

TV나 잡지에서는 ‘거리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익선동에 자연스럽게 흡수되고 싶다는 젊은 창업자들, 그들은 익선동의 원주민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공존해야 할지 항상 고민한다.’며 청년 창업가들을 소개했지만, 실상 그들은 불법으로 한옥을 개조하는 막무가내 공사와 영업으로 주민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었습니다. 카페에서 방문자들에게 동네 사진을 찍으라고 독려하면서 주민들의 사생활 침해도 당연한 일상이 되었고요.

공사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외부 스피커의 소음 등으로 고통을 받은 주민들이 월인공방을 찾아와 하소연을 했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그때그때 트윗에 올렸는데, 그것이 ㈜익선다다의 사업에 방해가 되었다며 사과문 게시를 강요받았습니다. 

그런데 공개한 사과문의 내용이 상세하다보니 ㈜익선다다의 불법 공사 보고서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명예훼손으로 민사소송을 당했습니다. 범법자에게도 명예가 있으니까요. 월인공방 홈페이지에 답변서, 준비서면 등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저쪽에서는 민사소송이 끝나면 형사고소에도 들어갈 것이라 예고했습니다.  

송 대표는 이웃들의 리어카 이사를 도우며 익선동의 변화를 기록했다.

 

㈜익선다다가 진행한 도시재생 사업으로 피해를 본 당사자로서 그리고 주민들의 의견을 담아내는 기록자로서 올바른 도시재생 사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주거가 목적인 세입자와 상권 형성이 목적인 사업자가 기울어진 테이블에서 동등한 척 토론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비용이 드는 주거환경 개선 요구가 도리어 상업시설로의 전환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공존’이란 단어조차 순치용 마케팅 용어가 되기도 합니다. ‘상생 협약’은 강제성이 없어 선량한 마케팅으로 소모된 후 흐지부지되기 십상이고요. 

정책적으로 시민참여를 독려하려면 약자의 안정을 철저히 보장해 발언의 자유를 높여야 합니다. 그저 발언 기회만 부여한 뒤 이미 내정된 목표를 강행할 수도 있습니다. ‘집행 예산’이 있는 한 결과를 수치화하기 쉬운 분야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재생사업에 한해 말하자면, 낙후지역이라 불리는 곳의 도시가스와 수도관부터 정비해야 합니다. 서울 전체가 투기과열지구인데 재개발이 추진되지 않았던 지역이 있을까요? 재개발 추진과 무산이 반복되면서 고치기도 애매한 집에 살다 보면 희망고문 끝에 사람이 먼저 지쳐 사는 곳도 낙후되는 것입니다. 공유 텃밭 만들기 같은 서먹한 팀플레이가 시급한 게 아닙니다. 살만해지면 알아서 교류합니다.


월인공방과 익선동이 처한 상황이 더 알려지길 원하시나요?

주거지의 상업화로 고통 받는 주민들. 임대차 계약의 불공정한 갱신이나 해지를 강요받는 세입자들. 이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애초에 목소리를 내기 힘든 이들이 표적이 되기 때문에 언론도 사회도 이들의 목소리에 더욱 더 귀 기울여야 합니다. 

누구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문제이므로 더 시끄럽게 논의되어야 합니다. 땅을 딛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부동산을 둘러싼 합법적인 불공정이 거듭된다면, 우리는 사유재산을 위한 계약자유의 원칙보단 불공정에 주목해야 합니다. 애초에 모든 입법 취지가 도덕감정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유지와 안정이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현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나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사과문 게시 초반에 페이스북에서는 게시물 공유를 금지했습니다. 또 다른 SNS는 지금도 월인공방 사과문을 공유하면 ‘운영정책에 의해 블라인드 조치된 소식입니다.’라고 뜹니다. 학교와 사내 인트라넷 등 각종 커뮤니티를 통하여 화두를 전파해 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분들이 문제를 문제로 보이게 도와주셨습니다.

월인공방과 ㈜익선다다의 갈등이 주목받는 이유는 사실 이것은 ‘모두가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익숙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동시대를 사는 동료 시민의 삶을 감상의 대상으로 삼거나 자원으로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언뜻 좋아 보이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사연을 동력삼기보다는 탁월함을 추구하십시오. 성찰하는 지성을 통해 스스로의 명예와 품위를 지키시길 바랍니다. 


월인공방 wol-in.com
월인공방 홈페이지에는 ㈜익선다다와의  소송과 관련된 사과문, 준비서면, 답변서 등이 모두 공개되어 있다. 

 

□ 이 기사는 SEN 토크콘서트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뷰 전문(원문)은 토크콘서트 블로그(blog.naver.com/sentalk)에 소개되었습니다.

인터뷰·글  백가영, 손호연, 이상협, 이정연, 이정은(SEN Student Club) 
사진  SEN Student Club 제공

 

백가영, 손호연, 이상협, 이정연, 이정은(SEN)  koala@s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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