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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강대성『굿피풀』상임이사
베트남 어린이에게 후원 물품을 전달하는 강대성 이사

때 이른 은퇴로 인생2모작도 버겁게 느껴지는 시대에 ‘인생 2막’을 넘어 ‘인생 3막’을 살고 있는 남자가 있다. 국제구호개발 NGO 굿피플에서 상임이사로 일하고 있는 강대성(60) 씨가 그 주인공이다.

1막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대기업에서, 2막은 사회적기업 대표로 살았다면, 3막은 헌신과 봉사의 장인 비영리단체에서 그동안의 경험을 온 몸으로 녹여내는 삶이다.

 

대기업에서, 사회적기업으로, 비영리단체로

1999년 『한국선한사마리아인회』로 출발한 『사단법인 굿피플 인터내셔널(GOOD PEOPLE, 이하 ‘굿피플’)』은 국경을 초월해 가난과 질병, 재난 등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는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다. 버려지거나 가난에 시달리는 아이들 등 다양한 사람들을 돕고, 아프리카에 학교를 짓거나 우물을 파주기도 한다. 굿피플이 돕는 아동은 국내 600여 명, 해외 7,000여 명에 달한다.

영리 기업에서 사회적기업으로 그리고 비영리단체로 삶의 궤적을 옮긴 그는 어떤 생각으로 굿피플에 합류하게 됐을까.

“SK에서 ‘행복나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사회적기업을 알게 됐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NGO도 접하게 됐습니다. 우연한 계기를 통해 굿피플 회장으로부터 상임이사 제의를 받았는데, 제가 가진 재능과 경험, 지식을 비영리단체에서 활용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영리기업과 사회적기업, 비영리단체가 협업하면 사회적 발전을 위한 모델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2018 굿피플 희망박스 릴레이

강 이사는 지난 2017년 1월 굿피플에 합류한 이후 열정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째 희귀난치성 질환 아동 돕기 「굿피플 기부 마라톤대회」를 개최했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고 있는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같은 기부클럽을 만들어 기부 문화 확산에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또 지난 2013년부터 매년 10만 원 상당의 생필품 박스 2만 개를 소외계층에 전달하는 행사를 ‘희망박스 릴레이’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해 더 많은 개인의 참여를 끌어내는 데 노력하고 있다.

케냐 학교 방문

 

협업 모델이 만들어내는 더 큰 사회적 가치

강 이사는 특히 영리기업과 사회적기업, NGO 등이 함께 하는 협업 모델을 통해서 더 큰 시너지를 만들어내는데 몰두하고 있다.

2018년 10월 30일 코레일과 협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코레일은 공간기부를 통해 기부문화를 만들어가고, 코레일 승객이나 사회적기업들은 코레일이 가지고 있는 유·무형 자산을 활용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서울역과 용산역에 있는 코레일 소유 공간을 사회적기업가들이나 청년 창업자들에게 공유 사무실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법도 있어요. 가령 코레일 역사 내에 있는 화장실에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 사진을 붙이는 겁니다. 그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면 핸드폰 요금에 2,000원이 과금 되고 이것이 굿피플로 들어와서 아이들을 돕는 방식이지요. 그동안 고속도로 휴게소, SK주유소, 지하철 화장실 등에서 실시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굿피플과 코레일은 사회적가치 실현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는 또 사회적 가치 실현에 힘을 쏟고 있는 『고려진공안전』 및 서울시 사회적기업 『비타민엔젤스』와 함께 연말을 맞아 12월 초에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상대로 경기도 양주시에서 봉사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여행사를 참여시켜 다문화가정이나 취약계층 아이들을 10명씩 선발해서 여행을 시켜주는 프로그램도 모색하고 있다.

우간다 가정 방문

 

서로 다른 조직 이해하기 

성격이 서로 다른 조직에서 일하면서 강 이사는 무엇을 느꼈을지 궁금했다.

“비영리단체에 와서 느낀 점은 우선 구성원들이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일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그들이 대기업 구성원보다 도전정신, 창의력, 기업가 정신 등은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아 아쉬웠어요. 조직의 특성 때문일 겁니다. 아직까지 비영리조직은 영리기업 등에 비해 급여나 복리후생 등의 측면에서 환경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구성원 관점에서 그동안 속했던 조직의 차이점을 지적한 강 이사는 조직 관리자의 입장에서도 다른 점을 설명했다.

“기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지속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역시 기업이기 때문에 수익을 내야 하지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닙니다. 반면, 비영리단체는 수익창출 모델 없이 모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베트남 가정 방문

 

‘전준한 사회적경제 대상’ 초대 수상

강대성 상임이사는 2018년 7월 23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제1회 전준한 사회적경제 대상 시상식’에서 초대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故 전준한 선생은 1927년 국내 최초의 민간 협동조합인 『상주함창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사회적경제의 선구자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강 이사는 SK의 대표 사회적기업 행복나래의 전 대표다. 국내 최초로 ‘사회적기업을 돕는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사회적경제 종사자들로부터 ‘사회적경제계의 상징적 존재’라는 평가를 받은 점이 수상 이유로 꼽혔다.

제1회 전준한 사회적경제 대상 시상식 현장. 강 이사는 이날 국내 사회적경제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대상을 수상했다.

사회적경제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했다. 

“1982년 선경그룹(현 SK그룹)에 입사해 옛 흥국상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30여 년간 SK에서 석유 관련 전략·기획·마케팅 등을 담당했죠. 그러던 중 2011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영리기업이던 ‘MRO코리아’를 사회적기업으로 바꾸는 일을 맡기면서 사회복지와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MRO코리아는 SK그룹의 MRO(소모성자재 구매대행)사업법인인데 이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것이다. 

그는 2010년 매출 1,000억 원을 2015년 2,750억 원으로 끌어올려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적기업들에 활로를 터주고 걸음마 단계에 있는 사회적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에 몰두해 ‘행복나래’를 사회적기업을 위한 성장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생산성학회 생산성 CEO 대상(2014년), 사회적기업 육성 유공자 대통령 표창(단체부문, 2014년), 국무총리 표창(2016년)을 수상했다.

행복나래가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그는 2016년 3월 행복나래를 떠났다. 그리고 그해 11월 SK그룹 임원 출신 등 지인들과 의기투합해 『사회적협동조합 SE바람(이하 ‘SE바람’)』을 만들었다. 그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SE바람은 영세하거나 경영 노하우가 부족한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및 코칭을 해주고 있다. 

강연, 컨설팅, 코칭 등을 통해 사회적경제기업을 지원하는 것도 강 이사의 역할이다.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강 이사는 자신을 찾는 사회적기업가나 청년들의 강연 요청이 있으면 주말에도 달려가는 열정을 발휘한다. 잦은 해외 출장과 강연, 코칭과 멘토링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그는 피곤한 줄 모른다고 했다.

“아프리카 오지와 몽골 등을 업무상 방문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순수한지 모릅니다. 이런 곳을 다녀오면 ‘내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어요. 또 젊은이들을 코칭하다 보면 그들로부터 에너지를 받기도 하구요. 더구나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즐거운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중中

강 이사가 애송하는 시, 조동화의 ‘나 하나 꽃 피어’ 중 일부다. 그는 강연을 시작할 때 이 시를 청중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빠뜨리지 않는다. 행복나래라는 사회적기업을 경영하면서 보이지 않는 힘에 가로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지만, 그럴 때마다 이 시를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잡곤 했던 아름다운 기억 때문이다.

이 시를 통해 혼자의 힘은 비록 작을지 몰라도 같은 곳을 바라보는 여럿의 힘은 단순한 합 이상의 놀라운 위력을 발휘한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그는 강조했다.

“특히 사회적경제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부터 먼저 오픈하고 다른 사람들을 먼저 도울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받을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먼저 내어주는 것을 실천할 때 비로소 탁월한 성과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케냐 급식 지원

강 이사는 또 청년들을 만나면 꼭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비록 막막하고 힘들어 보이는 일이라 하더라도 정성을 쏟고 꾸준히 노력하면 굳게 닫혔던 문이 활짝 열리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저는 SK에 입사했을 때 남들이 선망하는 감사 업무를 마다하고 영업의 길을 택했습니다. 영업현장은 매일 매일이 도전의 연속이죠. 때로는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고 막막할 때도 많았습니다. 제가 주로 상대했던 주유소 소장님들은 처음에는 저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그러던 것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가 인사를 하고 일손을 도와주자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거래처가 늘어나 자연스레 실적도 올리고 영업에 대한 자신감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재능과 경험을 사회에 온전히 쏟아 붇고 있는 강 이사의 ‘인생3막’이 더욱 기대된다.

케냐 가정 방문

사단법인 굿피플 인터내셔널
www.goodpeople.or.kr

 

사회적협동조합 SE바람
www.sebaram.com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3일 이슈앤뉴스(issuennews.co.kr)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 Economy와 이슈앤뉴스는 파트너십을 통해일부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시 2018년 11월 8일    장소 굿피플
인터뷰·글  박응식(이슈앤뉴스 발행인)  사진  굿피플 

박응식 선임기자  koala@s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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