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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대에 걸친 두 경제학자의 고투의 기록『거대한 전환에서 거대한 금융화로』

칼 폴라니라면, 다시 맞은 위기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
과거에 관한 폴라니의 설명에서 우리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폴라니의 사상을 배우거나 접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궁리해보았을 법한 질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유전적으로든, 경험의 공유라는 점에서든, 폴라니를 일생동안 움직인 것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고 있다.” 는 그의 딸 캐리 폴라니 레빗이 답을 구하는 과정이다.

캐리 폴라니 레빗 지음 │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 25,000원

1부에서는 아버지 칼 폴라니를 역사적·사상적으로, 활동가적인 삶의 행적들로 되살려내어 답을 구하고, 2부에서는 아버지의 사상에 경제학자로서의 자신만의 독자적인 연구를 더하여 답을 구하며, 3부 결론에서는 세계화와 발전, 전환의 관점에서 역사를 추적하여 현재를 설명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것으로 물음에 답한다.

 

1부 칼 폴라니의 제언 

레빗은 칼 폴라니의 사상을 매우 능동적으로 설명한다. 뉴딜정책을 견인했던 케인스, 신자유주의를 견인했던 하이에크 등 당대의 위대한 경제학자들과 칼 폴라니의 사상을 비교하며 당대의 위기와 현재의 위기, 20세기와 21세기의 전환기를 대비시키는 역사적·사상적 대비를 통해 칼 폴라니의 사상을 한층 더 명료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그의 사상을 더욱 깊고 넓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새로운 접근을 통해 칼 폴라니의 사상을 이해시킨 다음, 레빗은 그의 작업이 현재 시점에서 어떠한 적실성을 지니는지 검토한다. 위기에 대해 레빗은 ‘거대한 금융화’가 부른 최근의 경제위기가 과거의 위기와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 없다(Plus ca change)!’고 진단하고, ‘자기조정 시장은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는 폴라니의 주장이 실제 실현되고 있는 현대사회의 면면을 꼬집는다. ‘현대의 기술 의존적 사회에서 어떻게 자유를 가능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하던 폴라니와 최근의 기본소득제도를 연결시키고, 일본 문화를 접한 경험을 토대로 폴라니가 지향했던 미래의 향방을 되짚어 보기도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현재의 문제와 싸우고 있는 칼 폴라니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출해 보인다.

 

2부 캐리 폴라니 레빗의 제언

레빗은 폴라니를 되살려내고 그의 사상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를 한 인간으로서, 학자로서, 활동가로서 생생하게 그려낼 뿐 아니라, 풍부한 역사적 고찰을 바탕으로 세계경제가 어떻게 현재의 지점까지 왔는지에 대해 선견지명적인 분석을 제시하며, 경제발전의 과제를 풀어낸다.

2부에서 레빗은 역사적으로 매우 광범위한 시대를 다룬다. 중상주의 시대 자본주의 기원에서부터 2008년 금융위기, 세계경제에서의 권력관계의 변화로 이어지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궤적을 연속성과 변화라는 관점에서 추적하고, 신중상주의의 현신이라 일컫는 초국적기업을 통해 지속되고 있는 중심부와 주변부간 종속구조를 탐색하며, 서방 헤게모니의 등장과 쇠퇴에 이르기까지의 변화를 추적하는 한편, 2차 대전 이후 첫 30년 동안 순치된 자본의 시대와 그 이후 30년에 걸친 고삐 풀린 자본의 시대를 통해 남반국이 밟아온 궤적 또한 살펴본다.

그리고 ‘거대한 전환’에 대해 폴라니가 ‘1차 세계대전 이후 19세기의 자유주의적 경제 질서를 복원하려던 유토피아적 신자유주의 기획이...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유럽대륙 대다수 국가에서 민주주의의 종말을 가져온 본질적인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듯, 레빗 또한 ‘거대한 금융화’에 대해 ‘실물경제의 금융화와 기괴한 소득 불평등 그리고 초국적 기업의 외주가 북미와 유럽의 사회계약을 철저하게 파괴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2부의 말미에는 자신이 연구했던 발전경제학을 다루면서 국가의 역할과 국내시장에 초점을 맞춘 경제활동의 다각화 흐름이 신자유주의 시대에 뒤집혀졌음을 지적하고, 발전은 본질적으로 안으로부터의 과정(process from within)이므로, 세계은행 직원들이 설계한 정책과 주류 경제학으로부터 지적인 독립을 되찾고 각국의 정책적 자율성을 되찾아 대다수 인구가 겪고 있는 만연한 불평등을 근절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3부 서방의 쇠퇴와 나머지 세계의 부상

레빗은 결론부분인 3부, “세계화와 발전: 서방의 쇠퇴와 나머지 세계의 부상”에서 1940~1950년대 식민 지배 붕괴에서부터 중국과 인도의 부상, 현재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생산하고 있는 남반구의 성취에 이르기까지 서방의 쇠퇴와 나머지 세계의 성취를 역사적으로 추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세 번째 거대한 전환’의 가능성을 도출한다.

레빗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대침체의 충격과 회복속도의 차이, 남반구의 역동적인 성장과 북반구의 상대적인 침체를 바라보며 세계성장이 더 이상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부유한 시장에 의해 추동되지 않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서방의 제도, 생활방식, 가치가 보편적인 인권이라 주장하며 나머지 세계에 강요하려고 시도해온 세계화에, 여러 측면에서 다극화한 대안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아시아의 경제력 강화와 브라질의 동참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1970년대 이후의 동아시아와 최근의 중국, 인도의 부상, BRICS에 희망을 걸고 있다.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상호성, 재분배, 시장이라는 세 가지 통합양식이 어우러지고, 각국의 문화적 다양성과 정책적 공간을 보장하는 지역주의가 꽃피는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BRICS가 남반구의 집단적 부상을 위한, 특히 제국주의적 후견과 저발전으로부터 아프리카를 해방시키기 위한 새롭고도 중요한 플랫폼을 대표한다고 말한다.

레빗의 동아시아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두고 상호성도, 재분배도, 사회도 잃어버린 지 오래인 동아시아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북유럽, 미국 등 선진국의 선행적 사례를 벤치마킹해야한다는 목소리만이 가득한 상황에서 동아시아에 새로운 길이 있다 외치는 레빗의 주장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안겨준다. 그녀가 우리의 어떤 부분에서 세계를 전환시킬만한 잠재력을 발견했는지를 검토함으로써 우리의 강점이 무엇인지, 어떤 요소들을 되찾고, 잃지 않고, 더욱 견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마무리는 ‘발전은 창조적인 과정으로 외부로부터 부과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그 중심에 자양분을 주는 모체는 ‘문화적 영역’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일관된 생존 전략을 펼칠만한 사회적 응집력을 지니지 못한 사회와 국민국가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경고하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세 번째 거대한 전환

책을 번역한 경남과학기술대 박종현 교수는 지난 해 11월 열린 북 콘서트에서 
“『거대한 전환에서 거대한 금융화로』는 2번에 걸친 실패의 기획들”이라 볼 수 있다며, “‘거대한 전환’에 대해 탄식하면서 원인을 분석하려 했던 아버지 폴라니와 ‘거대한 금융화’라는 용어를 통해 또 다른 비극을 분석하고 증언했던 딸 폴라니가 공통적으로 지향했던 바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또 다른 거대한 전환”이라고 말했다. 2번의 거대한 전환이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던 전환이라면, ‘세 번째 거대한 전환’만큼은 시장이 사회를 잡아먹는 형국이 아니라 사회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전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950년대 말 라틴아메리카의 발전문제에 천착한 딸에게 폴라니는 “그 발전이라는 게 도대체 뭐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박종현 교수는 이 ‘발전’이야말로 세 번째 전환을 추구하는 키워드(keyword)라 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들이 충분히 꽃피워진다는 의미에서의 ‘발전’이 세 번째 전환이 지향해야할 방향이고, 이러한 발전 지향의 움직임을 경제적으로 어떻게 뒷받침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경제학의 진정한 목적을 제고했던 것이 두 경제학자였다는 것이다.

아버지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에 독자적인 연구를 더하여 ‘거대한 금융화’를 고찰해내고, ‘다음의 거대한 전환’을 긍정적으로 견인하고자하는 딸 캐리 폴라니 레빗의 분투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책, 과거에 관한 폴라니의 설명에서 현재와 미래에 대해 배울 것을 끌어내는 치열한 과정, 그 자체를 진중하게 보여주는 기록, 『거대한 전환에서 거대한 금융화로』다.

 

안아름 기자  sulgaiguri@s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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