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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우리는 더욱 더 인간적일 필요가 있다영국의 이에바 파다가이트
  • 김푸르매, 박응식(본지 기자)
  • 승인 2019.03.0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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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세계 26개국에서 활동하는 청년활동가 103명이 한국에 모였다.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의 주관으로 서울과 전남 구례에서 열린 「제1회 사회적경제 국제 청년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왜 혁신을 꿈꾸는가? 우리는 왜 연대를 꿈꾸는가?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각자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활동하던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한데 모인 이유는 무엇인가? 

3박 4일 동안 청년 캠프 현장을 동행취재하며 참가자들을 인터뷰한 S. Economy는 <청년이 말하다>를 통해 아름다운 변화를 꿈꾸는 전 세계 청년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나는 영국 런던에 위치한 ‘블레이크 하우스 영화제작 협동조합(Blake House Filmmakers Cooperative)’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는 비영리 기관들을 위한 영화와 온라인 비디오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로, NGO,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자선 단체, 학자 및 예술가와 협력하여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대안과 변화를 촉진한다.

우리 조직은 노동자 협동조합으로 운영된다. 조직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사업체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노동자 협동조합은 직장에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과도 같다. 우리는 또, 모두 같은 가치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역할이나 직무, 기술의 유무와 상관없이 똑같은 급여를 받는다. 블레이크 하우스 영화제작 협동조합은 전 세계적인 협력의 원칙과 가치를 기반으로 운영되며, 동료들 모두가 협력적이고 안전하며 일할 맛 나는 근로 환경을 만드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며, 뜻을 공유하고, 문화를 일구고, 서로를 존중하는 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우리는 설립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조직이다. 사이몬 볼(Simon Ball)과 함께 협동조합을 시작했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공동 설립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블레이크 하우스 영화제작 협동조합은 창립된 곳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참여할 모든 사람들도 이 조직의 일원으로 역할을 다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그냥 회원이라고 부른다.

협동조합의 목적 중 하나는 의미 있는 일과 고귀한 일 그리고 안전한 일을 제공하는 것이고, 또 다른 목적은 회원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수익의 대부분을 회원들의 창의적인 프로젝트에 다시 투자한다. 단편 영화, 웹 시리즈, 다큐멘터리부터 좋은 단체나 커뮤니티 그룹을 돕는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회원들은 모든 콘텐츠를 다룰 수 있다. 가령 난민을 돕는 열정적인 자선 활동을 위해 무료 비디오를 제작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영화를 제작해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의 대부분을 새로운 프로젝트에 재투자한다.

런던 시민들이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고통으로는 정신 건강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정신 건강 문제는 특히 우리의 경제 상황과 관련이 깊다. 이는 불평등의 심화, 모든 것을 착취하는 경제 구조, 질 낮은 일자리, 특히 크리에이티브 산업에서의 저임금 또는 무보수 일자리 등이 만들어낸 결과다.

높은 주거비용도 문제다. 집은 우리가 버는 돈의 대부분을 삼켜 버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순소득의 80%를 임대료로 지불하기도 한다. 그 결과 많은 젊은이들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거나 의미나 가치, 보람 있는 일을 찾지 못해 열정마저 사라진 삶을 살게 된다. 협동조합에서 일하기 전에, 나는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역사상 가장 교육을 많이 받은 세대지만, 완전히 착취당하고, 저평가되고,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우리의 능력과 시간을 소모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을 민주화하고, 조직의 소유권을 평등하게 나누어야 한다. 나는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최우선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일의 구조를 바꿀 수 있다면, 다른 많은 문제들도 함께 해결될 것이다. 우리는 독재자나 대주주가 내 나라를 운영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일터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들을 받아들인다. 왜 그래야 된단 말인가?

사회연대경제가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품고 있다.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이제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 운동을 필요로 한다. 변화를 통해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다. 사회연대경제라는 무대에 오른 배우들이 그 역을 맡을 만큼 용감하다면, 나도 기꺼이 그 무대에 오를 것이다. ‘경제’라는 도구를 사용한 사회운동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 사회연대경제는 우리 자신과 자연이 스스로를 지속하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사회연대경제에 관여하게 된 것은 모두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앞서 언급했던 모든 문제를 내 주변에서도 다들 똑같이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순간 나는 이 모든 것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재의 시스템에서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괜찮은 일을 하며 괜찮은 삶을 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때부터 나는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사회에서 인도주의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점점 더 심화되는 불평등과 자연 파괴를 막으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나는 사회연대경제가 주류 경제를 대체할 변화의 물결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만약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에 그친다면 나는 사회연대경제를 신봉하지 않을 것이다.

운이 좋게도 우리는 연대 활동과 협동조합 운동을 통해 주주 확보나 자본 없이도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는 지식이나 자원은 많지 않았지만, 광범위한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멘토와 동료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처럼 운이 좋거나 특혜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하고, 우리는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 이제 슈퍼 히어로가 된 사회적기업가를 찬양하는 대신 평등, 특히 경제적 평등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문화적 개인주의는 협력으로, 더 나은 자원을 쟁취하기 위한 경쟁은 우리가 사는 지구를 유지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자세로 바뀌어야 한다. 또한 이 모든 변화는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더욱 더 인간적일 필요가 있다.

사회적경제 국제 청년 캠프에 대한 기대는 첫 날부터 상당히 높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우리에게 열정과 분노를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사용하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런 발언은 정치인에게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이야기다. 이 말은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곧이어 연사 중 한 명이 청중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운동이 지금의 경제를 변화시키는 것일까? 아니면 운동에 동참하는 우리는 그저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서 촉발된 토론 역시 꽤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은 우리가 현 상황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진화하고 다시 상상하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튿날 나는 더 많은 혁신의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제1회 사회적경제 국제 청년 캠프」에 참가한 이에바 파다가이트 (왼쪽에서 두 번째)

선택 세션에서 우리는 ‘좋은 일자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논의는 어느 새 지금 우리가 있는 이 장소 ‘아이쿱 구례자연드림파크’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좋은 일자리’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노동자협동조합이 아닌 소비자협동조합으로 형성된 이곳을 과연 혁신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 자리를 통해 우리는 간과하고 있었던 몇 가지 주요 모순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논쟁은 결국 매우 중요한 의견의 불일치를 남긴 채 끝나고 말았지만, 토론을 마친 참가자들은 이제 더욱 더 대담하게 소신을 밝히고, 더욱 더 열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참가 단체들 역시 각국에서 온 청년들의 문제와 태도를 더 잘 이해했으면 한다. 청년들은 자신이 직면한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이 기사는 GSEF 사무국에서 영문과 국문으로 발행한 「제1회 사회적경제 국제 청년 캠프 참가자 인터뷰」에 실린 글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사진 김상준(GSEF 사무국)

김푸르매, 박응식(본지 기자)  koala@s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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