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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살리고, 문화를 살리기 위해 SOCIAL로 뭉치다!『거리부활사회적협동조합』 최찬환 이사장

매년 100곳에 10조 원씩, 5년 동안 전국의 노후화된 마을 500곳에 50조 원 투입.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약 245개이니,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시·군·구 한 곳 당 평균 두 곳씩 사업 대상지가 선정되는 셈이다. 사업 모델은 면적 규모에 따라 다섯 가지로 나뉘며, 사업 대상지의 절반 이상이 ‘우리동네살리기’로 추진된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핵심은 대규모 철거를 통한 단순 주거정비사업에서 벗어나, 주민 주도로 마을의 특색을 살린 맞춤형 도시를 조성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시대의 도래와 함께 도시정책의 패러다임이 이처럼 변화하는 것은 세계 각국의 도시정책 흐름과 비추어 보아도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도시재생사업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되어야 하는 만큼 정부 주도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보다 다양한 시각을 바라보아야 하며, 치밀한 계획 속에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추진되어야 한다.

2017년 12월 출범한 『거리부활사회적협동조합』(이하 '거리사협')은 '도시재생'을 주제로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춘 사회적경제기업들이 한데 모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거리사협의 최찬환 이사장(서울시립대 건축학부 명예교수)를 만나 이들이 추구하는 '지역 중심의 주민 참여형 도시재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도시재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운데요. 지금 ‘왜?’ 도시재생을 이야기하는 걸까요?

먼저 도시재생이란 개념이 나오기까지의 과정부터 살펴볼게요. 도시가 확장되는 과정에서는 신도시 조성 같은 개발 위주의 사업이 주를 이룹니다. 빈 땅이 많기 때문에 정비사업보다는 개발사업이 훨씬 더 효율적이지요. 하지만 도시가 무한대로 확장될 순 없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이르면 도시의 평면적 개발을 지양하고, 도시고밀도 개발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공간을 조성하는 콤팩트시티의 시대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후화된 도시 환경을 개선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물리적 환경개선인 ‘정비’의 차원에서 접근했어요. 쉽게 생각하면 도시환경정비사업은 도심재개발이고 주거환경정비사업은 열악한 주거지를 대상으로 한 재건축 또는 재개발을 의미합니다.

주거환경정비사업의 두 축인 재건축과 재개발은 서로 다른 법규에 근거하고 있는데요. 가장 큰 차이점은 기반시설 조성 여부입니다. 기반시설이 갖춰진 지역의 낡은 건물은 「주택건설촉진법」에 근거해 재건축에 들어가요. 재건축의 경우, 물론 기본계획은 존재하지만, 구역지정은 하지 않고, 건물의 노후도를 측정해 진행하지요. 하지만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도시재개발법」에 근거해 재개발에 들어갑니다. 이 경우엔 요건을 충족해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어야 하고요. 사업방식을 살펴보면 건물소유주들이 조합을 구성해 노후주택을 헐고 새로 짓는 재건축은 민간주택사업의 성격이 짙은 반면, 도로, 상하수도 등의 기반시설을 새로 정비하고 주택을 신축하는 재개발은 공공사업의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신개발지로 조성된 강남에선 재건축 사업이, 자연발생적으로 조성된 강북에선 재개발 사업이 주로 추진되었지요.

그런데 재건축이든 재개발이든 여러 문제들이 발생해요. 가장 큰 문제는 개선된 주거환경이 오히려 주민들을 소외시킨다는 점입니다. 아무런 지원 없이 노후주택을 헐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새로 지으면, ‘현재의 삶이 최고의 삶일 수밖에 없는 많은 이들’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주거지를 옮겨야 하니까요. 이는 또 다른 사회갈등을 야기하고요.

또 다른 문제는 주거환경정비란 미명 하에 동네가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동네마다 역사가 있고, 문화가 있고, 주민들의 삶의 흔적이 녹아 있는데, 이 모든 것을 철거하고 똑같은 아파트를 짓는 셈이니까요. 다급하게 이익을 쫓다가 우리가 정말로 지켜야하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다 잃게 되는 것이지요.

이처럼 재건축, 재개발 위주의 주거환경정비사업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도시재생이란 개념이 등장하는데요. 정비사업이 물리적 철거 위주의 공간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재생사업은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지역의 문화도 함께 살려내 주민들의 삶 자체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네의식을 공유한 주민들의 참여이고요.

2012년에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면서 기존의 전면철거형 정비방식에서 벗어나 원래의 도시구조를 유지하며 보전·정비·개량을 병행할 수 있는 ‘주거환경관리사업’이 도입됩니다. 정부는 이에 근거해 몇몇 지역에서 마을 만들기 시범사업을 진행해 왔는데요.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 진행된 이 사업들이 도시재생의 선도적 역할을 하게 됩니다. 

  

Q. 그렇다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던 사회적기업가들이 도시재생을 주제로 거리부활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비사업의 경우 대게 큰 지역은 엔지니어링회사에서, 작은 지역은 건축설계사무소에서 도맡아 했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도시재생은 물리적 공간 조성만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지속적인 주민 참여를 통해 삶 자체를 바꾸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정비사업을 했던 사람, 물리적 공간 기획을 했던 사람들만 필요한 게 아니에요. 주민협의체도 만들어야 하고, 활동가도 있어야 하고. 물리적 공간이라는 하드웨어도 물론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며 삶에 다양한 콘텐츠를 부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무척 중요해요.

저희는 현재 도시재생사업에서 그 부분이 가장 취약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뜻을 같이하는 사회적기업가들이 지난 해 8월부터 거리사협을 준비해 2017년 12월 20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받았고요. 현재 공간기획과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해온 사회적기업가 10여 분이 (예비)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실 도시재생사업에는 모든 분야가 다 참여할 수 있어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필요하지 않은 분야는 없으니까요.  

 

Q. 조합의 이름이 참 인상적인데요. ‘거리부활’이란 단어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동·서양을 비교해보면 서양은 광장 중심 문화고, 동양은 거리 중심 그러니까 길 중심 문화입니다. 한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사랑방’인데요. 사랑방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하는 소통의 공간이지만, 개인 중심의 사적인 공간이에요. 그렇다면 공적인 소통의 공간은 어디일까요? 바로 ‘거리’입니다. 옛 마을에서 거리는 공공의 영역으로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는 곳이었어요. 우물가, 빨래터 모두 큰 틀에서 거리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웃과 소통하는 삶의 현장이었지요. ‘거리’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다음으로 ‘재생’은 ‘죽게 되었다가 다시 살아난 것’이니 ‘있는 것을 살려 더 잘 되게 하는 것’이라 볼 수 있지만, ‘부활’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것’이니 ‘쇠퇴하거나 폐지된 것까지 다시 성하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저희는 (죽어가지만 아직) 있는 것을 융성시킬 뿐 아니라, (이미 죽어) 없는 것까지 되살리고 싶었습니다. ‘거리부활사회적협동조합’이란 이름에는 못 쓰게 된 것들까지 다시 손질해 쓰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Q. 그렇다면 거리사협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우선 도시재생에 대한 통합컨설팅을 준비 중입니다. 융·복합적인 도시재생사업에서는 주민, 공무원, 활동가, 기획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거리사협 조합원 중에는 광주 ‘발산창조문화마을’, 경기도 파주 ‘달달한 희망 빛 마을’ 등 도시재생사업을 주도한 사회적기업도 있고 컨설팅 전문 사회적기업도 있어요. 통합적 지역문화 기획을 위한 주체적 운영방안, 협력적 마스터플래닝, 커뮤니티비즈니스 등을 제안할 수 있을 겁니다.

그와 더불어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견학 프로그램과 교육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도시재생에 대한 개념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심만 높아질 경우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기출문제와 오답노트를 살펴보는 것은 언제나 가장 효과적인 공부방법이잖아요. 재생사업 선행 지역을 둘러보는 도시재생투어는 담당 공무원을 비롯해 도시재생에 관심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도시재생사업에서는 총괄기획 역할을 담당합니다. 거리사협 조합원 중에는 커뮤니티 디자인과 공공 디자인을 통해 마을을 조성하는 사회적기업도 있어요. 도시재생에서 디자인은 무척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무리 편해도 보기 싫으면 품격 있는 도시를 만들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디자인에만 치중하다보면 도시의 기능과 주민역량 강화 등 정작 중요한 요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거리사협에서는 이 모든 것의 균형을 맞추며 디자인적인 요소 역시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총괄기획 역할을 담당하려 합니다. 이는 조합원사가 설계, 시공, 리모델링에 들어갈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거리사협이 총괄기획 역할을 담당하면서 조합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정비’가 아닌 ‘재생’인 만큼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지역의 문화도 함께 살려내려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맞춤형 기획 축제를 들 수 있어요. 거리사협 조합원 중에는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들도 있는데요. 노인들에게 문화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추억을 파는 극장』, 소외계층 및 어린이·청소년들에게 뮤지컬 교육을 통해 심리를 치료하고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날으는 자동차』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제대로 갖춘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이들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고 봐요.

마지막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연구 및 자료수집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려 합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보면 도시재생사업은 공간을 재구성할 뿐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등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거예요. 하지만 다양한 이슈와 문제에 대한 연구 없이 좋은 결과만을 기대할 순 없지요. 그래서 거리사협에서는 해외 사례 및 국내 현장을 조사하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각 지역에 특화된 도시재생문화콘텐츠를 개발해 제안하려 합니다.

 

Q. 2017년 12월, 광주와 서울에서 도시재생투어를 진행하셨는데요. 거리사협의 첫 번째 도시재생투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던 전문가들이 함께 하니, 혼자 갔다면 놓쳤을 부분까지 보이더라고요. 좋은 점도 보이고, 아쉬운 점도 보이고. 함께 했던 분들 모두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공무원이 되었든 전문가가 되었든 지역주민이 되었든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재생사업 선행 지역을 함께 둘러보고 그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은 앞으로 일할 때 그 무엇보다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해요.

이제 도시재생투어를 통해 광주와 서울뿐 아니라 부산, 대구, 인천, 강원, 충청, 제주 등 전국을 둘러볼 계획입니다. 지역마다 특색이 다르고, 각각 처한 상황도 전혀 다르기 때문에 도시재생투어를 갈 때마다 새로운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우선 국내를 대상으로 도시재생투어를 기획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외 도시재생사례까지 살펴볼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도 만들고 싶어요. 또한 도시재생투어를 통해 성공의 현장뿐 아니라 실패의 현장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거리사협의 이사장으로서, 평생 도시와 건축을 연구해온 학자로서 도시재생사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한 말씀만 해주세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1년이 다 되어 가는데요. 모든 정책이 그렇지만 도시재생사업은 특히 장기적인 안목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도시재생의 법적 근거는 이미 오래 전에 마련되었어요. 하지만 기구의 운영과 활동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도시재생사업은 여전히 준비단계이고 초기단계입니다. 조급하게 성과를 내려고 하기 보다는 도시재생센터의 운영을 전국화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장기프로그램을 마련해 도시재생사업이 잘 정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시 2018년 1월 9일
장소 북촌 한옥협동조합

인터뷰·글 김푸르매(본지 편집장)
사진 거리부활사회적협동조합

 

김푸르매 기자  gracia0420@s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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