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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혁신의 점을 찾아 선으로 잇는 조력자”로렌스 곽 GSEF 사무국장 인터뷰(사회적경제 국제 청년 캠프 2)

사회적경제 국제 청년 캠프는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의 첫 청년 대상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는 왜 청년들에게 주목하는 것일까? 다양한 문제 앞에 직면한 청년들에게 네트워크는 어떤 의미일까? 로렌스 곽 GSEF 사무국장에게 청년과 사회적경제 그리고 국제교류가 갖는 의미를 들어 보았다.

로렌스 곽 GSEF 사무국장

 

Q. 사회적경제 국제 청년 캠프의 취지는 무엇인가요?

사실 이 행사는 송경용 GSEF 공동의장님의 아이디어였어요. ‘청년’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무척 중요한 이슈인데, 막상 청년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더군다나 사회적경제는 아시아 등 많은 지역에서 아직 초기단계잖아요? 청년들이 사회적경제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하고, 자신들의 해법을 고민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컨퍼런스가 아닌 캠프 형식으로 진행했고요. 마음껏 놀고 친구들 만들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하며 다양한 실험을 풀어보는 것이지요.

해외 참가자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사회적경제는 대륙별로 격차가 참 심해요. 아시아에서 온 청년들은 본인들이 사회적경제를 하고 있음에도 스스로 사회적경제의 주체라는 것을 몰라요. 사회적경제라는 단어 자체도 생소한 개념이고요. 반면 유럽, 퀘벡 등에서 온 청년들은 사회적경제와 공유경제를 엮기 위한 플랫폼 구축 등 굉장히 선진적인 고민을 하고 있고요. 이처럼 격차도 크고 경험도 다른 다양한 청년들을 하나로 묶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했는데, 강연을 통해 주입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았어요. 어차피 그런 이론들은 과거의 경험이고, 청년들은 미래를 살아갈 세대니까요. 그런 정보들은 관심과 열정만 있다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얼마든지 찾아볼 수도 있고요. 더군다나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한다 해도, 그 내용이 내 심장을 뛰게 하는 본인의 문제로 다가 오지 않으면 청년들에게는 아무리 훌륭한 경험과 논리와 해법이라고 해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실제로 강연으로 채워진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았는데, 10년이 지나 그 내용을 기억하는 청년은 아무도 없었다는 사례도 있고요.

그보다는 청년들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구나.’ 라고 느끼며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격려와 위로의 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이틀 동안 청년들 스스로 고민하고 경험하고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워크숍 형태(주제별 세션)로 기획했고요. 진행 역시 전문 진행자 대신 아직은 미숙한 청년 퍼실리테이터들이 담당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어떤 단체에서 왔다는 것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고민을 감성적으로 이해했을 거라고 봐요. 그 고민들이야말로 무엇보다 귀한 자원입니다. 고민을 나누며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다양한 사업도 함께 구상할 수 있으니까요.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청년 캠프 참가자들

 

Q. 그럼에도 하루하루 치열하게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사회적경제계에서, 국내 네트워킹도 쉽지 않은 한국의 현실에서 글로벌 네트워킹은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그런 의견은 계속 제기될 겁니다. 하지만 저는 국내 교류와 국제 교류 중 어느 쪽이 먼저인가에 대한 토론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같은 맥락에서 국내 문제부터 해결해야 국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거나, 국제적인 경험이 풍부해야 국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고요.

내가 알지 못했던 것을 접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영감을 주는 자극이 됩니다. 국내 사례든 해외 사례든 내 고민에 영감을 주고 힘이 된다면, 그 자체가 교류인 것이지요. 가령 이번 캠프 참가자들의 경우, 각국이 처한 사회적경제 발전 단계가 다르기 때문에 고용 창출, 정당한 노동, 주택 문제처럼 전 세계 청년들이 공감하는 주제를 두고도 각각 다른 형태의 고민을 해왔을 거예요. 하지만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구나.’라고 느낀다면 그 자체가 엄청난 영감을 주는 자극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미 하나로 된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지식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경제 모델의 시대를 살 수 없을 거예요. 전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 중 무엇을 해결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우리 사회도 성장할 수 있는 것이지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혁신은 기술과 정보의 축적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고 봐요. 중요한 건 발상의 전환입니다. 하지만 발상의 전환은 필요를 느끼고 해법을 찾는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를 테면 교수처럼 경험과 지식이 많다고 가능한 것도 아니에요. 저는 발상의 전환을 위해서는 만남을 통한 자극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청년 캠프 참가자들의 그룹 발표 시간

 

Q. 전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사회적경제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어도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다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회적경제가 발전해온 과정을 살펴보면, 지역공동체에 집중하다 보니 국제적 이슈를 포함해 보다 폭넓은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어요. 캐나다, 스페인 등 사회적경제가 발달한 국가들에서조차 퀘벡, 바스크 지방 등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사회적경제가 정착되고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못한 건 이런 한계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저는 사회적경제가 우리 사회, 우리 지구가 당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적경제계에서는 자신의 지적소유권을 강조하기보다는 지식의 공유를 통한 혁신을 권장하는 이들이 많잖아요? 연대를 바탕으로 한 교류와 나눔이 활발해질수록 각자가 지닌 고유성과 특수성이 더욱 빛을 발하며, 공통의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이건 이번 청년 캠프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해요. 연대와 소통 속에서 사회적경제의 글로벌 무브먼트를 만드는 것이지요.

로렌스 곽 GSEF 사무국장

 

Q. GSEF 역시 같은 취지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우리 기구의 명칭이 GSEA(Global Social Economy Association)가 아닌 GSEF(Global Social Economy Forum)이잖아요? GSEF를 처음 만들 때 회원 중심 기구로 갈 것인가 보다 열려 있는 공간으로 갈 것인가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고 해요. 그러다 회원 도시와 단체들의 경험을 회원이 아닌 곳의 사람들과도 자유롭게 공유하기 위해 협회(association)가 아닌 포럼을 택했지요.

그래서 GSEF에서는 회원뿐 아니라 비회원 도시와 단체들도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함께 활동할 수 있습니다. 총회와 함께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정규 포럼에도 참여할 수 있고요. 결국 GSEF의 목표는 우리가 실현하려는 사회연대경제의 가치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전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나눔과 연대를 통해 풀어가는 것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기구를 꾸리기 위한 거버넌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좀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회원 도시와 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GSEF를 이끌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회원들은 이미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자신들 안에서의 연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는 것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지요. 그들이 GSEF에 가입한 이유는 더 큰 차원의 연대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힘을 내서 이런 문제들을 풀어가기 위해서입니다. 신생기구임에도 GSEF 회원 가입에 관심을 갖는 도시와 단체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요. 몬트리올에서 열린 2016년 포럼에는 서울에서 열린 2014년 포럼보다 훨씬 더 많은 도시와 단체들이 참여했고, 내년에 빌바오에서 열릴 포럼은 참여 면에서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관심을 갖고 비회원으로 참여한 도시와 단체들이 계속 우리와 함께하고 싶다고 느끼는 것이에요. 국제기구이기에 형식면에서는 조금 더 정형화되어 있지만, 이런 면에서 GSEF는 청년캠프와 무척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목적을 지향하는 주체들을 모아, 단단한 직선이 아닌 느슨하지만 끊어지지 않는 곡선의 형태로 그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지요. 저는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데 때로는 곡선처럼 돌아 돌아가는 방법이 훨씬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직선처럼 돌진해서 풀릴 문제들이라면 벌써 풀렸을 테니까요.

다양한 청년들과의 교류를 염원하는 청년 캠프 참가자

 

Q. 마지막으로 국장님 이야기 좀 해주세요. 국제연대에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청년 시절, 우리사회의 화두는 민주화였습니다. 저 역시 학생 운동을 하며,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 등 우리사회 소외계층의 기본권이 확보되고, 시민으로서 그들의 목소리가 담기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하곤 했지요. 그런 고민 속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며, 강의실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동아리에서는 전공과 상관없이 경제, 역사, 신학, 이웃나라, 가난, 평화, 우리가 가진 가치와 믿음 등 굉장히 다양한 주제를 공부하고 고민했으니까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땐 고민을 하면 할수록 해법은 보이지 않고 더 많은 질문들이 생기더라고요. 경제적,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던 중, 국내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전 세계적인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가 하는 궁금증도 생겼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일하던 학생 운동 조직의 세계 사무국에서 활동할 기회가 생겼어요. 세계 사무국에서 활동하면서 국내에서만 활동했다면 알 수 없었을 우리 지구의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지요. 첫 4년 동안 아프리카 학생 운동 단체와 일했는데, 80년대 아프리카의 상황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습니다. 분쟁과 전쟁, 빈곤과 부패 속에서 고통 받는 대륙은 제게 엄청난 충격과 과제를 함께 안겨 주었지요. 4년 내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곳에 왔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고, ‘내게는 저런 문제를 풀 능력이 없다.’는 사실에 늘 좌절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해결되기는커녕 훨씬 더 많은 문제와 질문들이 되돌아오는 상황에서 저는 역사, 정치상황, 신념 등 아프리카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한국인이 그들에게 해법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고민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어요. 자신의 문제에 너무 골몰해 있다 보면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그들 속에 속해 있지 않은 제게는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 과정에서 저는 좋은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좋은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고, 당신의 문제를 더 많이 알고 싶다는 의미니까요. 그렇게 형성된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를 걱정하고 연대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자는 관계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잘 모르면서 해법을 제시하는 것보다 훨씬 겸손한 태도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청년 시절 국제 관계를 시작했고, 아프리카, 중남미, 인도 등에서 활동하며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더 많은 나라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질 때마다 내게는 그들을 도울 역량이 없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느끼곤 했지만, 그 대신 그들이 자신의 문제를 풀기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좋은 친구들도 정말 많이 만났고, 그들이 만들어낸 엄청난 변화들도 많이 목격했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자신이 발견한 질문을 던졌고, 그렇게 함께 조력하며 문제를 풀어간 친구들이 제게 있어서는 지난 30년 간 국제연대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청년 캠프에서 논의된 큰 문제들도 얼마든지 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위치에서 문제를 풀고자 하는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그 어딘가에 힘을 실어주는 것입니다.

전체 세션에서 전충훈 대표님이 “하나의 점을 찍으면 점이 선이 되도록 연결하는 사람이 필요하고, 점이 선이 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점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저는 청년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각각 혁신의 점을 찍고 있다고 생각해요. GSEF는 그들이 찍은 수많은 점을 찾아 선으로 잇고, 그 선이 발전해 면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역할을 하는 조력자라고 생각합니다.

 

Q. 혁신의 점을 찾아 선으로 잇는 조력자. 멋지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사회적경제 국제 청년 캠프 현장

 

인터뷰·글: 김푸르매(본지 편집장)

사진: 김상준(GSEF 사무국)

일시: 2017년 8월 24일

장소: 구례 아이쿱 자연드림파크

 

김푸르매 기자  gracia0420@s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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